둘 다 물러났는데...정몽규 축구협회장 ‘홍명보 선임’ 경찰 수사, 뜻밖의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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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째 결론 못낸 경찰 수사, 핵심 인물들 모두 퇴진
절차 위법 인정했지만 형사 책임은 여전히 '미결'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그를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던 경찰 수사 현황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열린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에서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뒤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열린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에서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뒤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홍 감독 선임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는 2년째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거론돼 온 정 회장과 홍 감독이 모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수사 실익을 둘러싼 의문도 커지고 있다.

2024년 배당된 사건, 아직도 처분 없었다

2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 종로경찰서는 홍명보 감독 선임 관련 정몽규 회장의 업무방해·업무상 배임 등 혐의 고발 사건을 2024년 7월 배당받은 뒤 아직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정 회장뿐 아니라 이임생 전 기술이사 등 축구협회 관계자들도 피고발인 신분으로 수사선상에 올랐지만, 이들에 대해서도 아직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8일(현지시간) 멕시코 할리스코 과달라하라에 위치한 대표팀 숙소를 나서고 있다 / 뉴스1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8일(현지시간) 멕시코 할리스코 과달라하라에 위치한 대표팀 숙소를 나서고 있다 / 뉴스1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관련자 조사도 더 이뤄져야 하고, 법리 검토도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발 내용만으로 송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혐의점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도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관련된 고발 사건은 8건”이라며 “홍 감독 자체는 고발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행정소송 1심 판결이 지난 4월 나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재판 절차도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절차상 문제 지적, 경찰은 형사 책임 별도 판단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대한축구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정 회장에 대한 중징계 요구를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지난 4월 협회 패소 판결을 내렸다.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왼쪽)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024년 9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왼쪽)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024년 9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법원은 2024년 홍 감독 선임 당시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가 그를 1순위 후보로 선별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위법성이 있었다고 봤다. 전력강화위원회가 홍 감독을 낙점한 뒤 정해성 전 위원장이 정 회장과 소통하다가 사퇴했고, 이후 협회 수뇌부가 권한이 없는 이임생 전 기술이사에게 감독 추천권을 넘겼다는 판단이다.

또 전력강화위원회 보고를 받아 감독 선임을 최종 승인한 이사회 결정 역시 충분한 토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졌다고 봤다. 다만 협회는 1심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한 상태다.

경찰은 행정 절차상 문제와 형사 책임 판단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업무방해 혐의가 성립하려면 정 회장이 속임수나 강압으로 전력강화위원회 또는 축구협회 기관의 업무를 방해하려 했다는 고의성이 추가로 입증돼야 한다.

실제로 정 회장은 정해성 전 위원장이 홍 감독이 적임자라고 보고했을 당시 외국인 후보자도 만나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포츠윤리센터도 2024년 조사에서 정 회장의 행위를 고의적 과오가 아닌 ‘직무태만’으로 판단했다.

정몽규·홍명보 모두 퇴진 수순, 수사 실익 논란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스1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스1

문제는 수사가 장기화되는 사이 의혹의 핵심 인물들이 모두 퇴진 수순을 밟게 됐다는 점이다.

정몽규 회장은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성명을 내고 대회 폐막 이후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홍명보 감독 역시 대표팀의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뒤 멕시코 사포판의 대표팀 베이스캠프 훈련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사퇴 의사를 밝혔다.

감사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경찰의 1차 처분 평균 소요 기간은 64일이었다. 수사에 시간이 필요한 지능범죄도 평균 102일이면 결론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2024년 7월 경찰에 배당된 뒤 2년째 처분 없이 이어지고 있다. 홍 감독 선임 절차를 둘러싼 논란은 법원과 문체부 감사 과정에서 상당 부분 사실관계가 드러났지만, 형사 책임 여부에 대한 경찰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은 셈이다.

홍 감독은 결국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정 회장도 퇴진을 예고했다. 끝난 줄 알았던 ‘홍명보 선임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