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귀국] 홍명보에게 계란 투척한 축구팬 없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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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은 전부 소지품 검사해서 다 뺏어갔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30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가운데, 과거 대표팀 귀국길마다 등장했던 계란·엿 투척은 이번엔 나타나지 않은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 새벽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입국, 팬들 야유 속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공동취재)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 새벽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입국, 팬들 야유 속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공동취재)

홍 전 감독과 조현우, 김민재, 황인범, 황희찬, 백승호, 김문환, 이강인, 설영우, 오현규 등 선수 9명은 이날 오전 3시 52분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A입국장으로 들어왔다. 새벽 시간대였지만 입국장에는 팬과 유튜버 등 50여명이 현수막을 들고 북을 치며 "홍명보 나가", "연봉 반납하고 가라"고 외쳤다. 홍 전 감독은 취재진 질문에도 답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함께 귀국한 선수들도 별다른 말 없이 입국장을 나섰다.

이번 귀국에서 계란이나 엿 투척이 없었던 배경으로는 강화된 경찰 경비와 귀국 행사 자체의 부재가 꼽힌다. 인천국제공항경찰단은 대표팀 입국 일정에 맞춰 인천경찰청 소속 기동대 3개 제대 등 100여명을 배치했다. 홍 전 감독을 겨냥한 살해 협박성 글이 온라인에 올라온 데다 항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평소보다 경비 수위를 높였다. 경찰은 일반 입국객과 항의 인파의 동선을 분리하고 출입문 인근을 통제했으며, 일부 경찰관은 이물질 투척에 대비해 장우산을 들고 대기하기도 했다.

대한축구협회가 귀국 행사를 열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통상 월드컵 일정을 마친 대표팀이 돌아오면 공항에서 해단식이나 환영 행사가 진행돼 팬들이 선수단과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별도 행사가 없어 선수단이 입국장에서 대기 차량까지 곧바로 이동했고, 팬들이 가까이 접근할 동선 자체가 좁았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원정 월드컵을 치른 대표팀이 공항 행사 없이 귀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온라인에선 경찰이 입국장 인근에서 소지품을 검사해 계란을 모두 압수했다는 내용의 글이퍼졌다. 공항을 찾았던 것으로 보이는 한 네티즌은 30일 오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계란은 전부 소지품 검사해서 다 뺏어갔다. 그래도 영웅은 있었다. (누군가) 정몽규한테 개껌을 던졌다"는 글을 올렸다.

대표팀 귀국 현장의 이물질 투척은 과거에도 있었다. 홍 전 감독이 처음 대표팀을 지휘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귀국 행사가 열렸고, 일부 팬이 선수단을 향해 엿을 던졌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마치고 인천공항에서 열린 해단식에서는 신태용 전 감독과 선수단을 향해 계란이 날아들어 현장 카펫 위에 떨어지기도 했다. 이번 귀국을 앞두고 온라인에서는 "계란을 던지자", "엿을 준비하자"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던 터라 경찰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에 대비했다.

홍 전 감독과 선수단이 떠나고 약 20분 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다른 항공편으로 입국했다. 팬들이 야유와 고함을 쏟아내는 가운데 한 남성이 정 회장을 향해 개껌으로 보이는 물건을 던졌다. 개껌은 정 회장을 비껴 바닥에 떨어졌고, 경찰은 이 남성을 제지했다. 해당 남성은 "정 회장이 평소 헛소리해 개껌을 던졌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팬들은 홍 전 감독에게는 거센 비판을 쏟아내면서도 선수단을 향해서는 "이강인 고생했다", "선수들 화이팅"이라며 응원을 보내는 등 분위기가 엇갈렸다.

한국은 이번 대회 A조에서 1승 2패(승점 3)로 조 3위에 그쳤다. 조 3위 12개 팀 가운데 상위 8팀이 32강에 오르는 상황에서 10위로 밀려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최종 순위는 34위로, 본선에 오른 역대 월드컵 가운데 가장 낮은 성적이다. 특히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남아프리카공화국전에서 예상 밖의 패배를 당한 뒤 홍 전 감독의 전술 운영과 선수 기용을 둘러싼 비판이 거세졌고, 협회를 향한 책임론도 함께 불거졌다. 홍 전 감독은 탈락이 확정된 뒤 멕시코 현지 훈련장에서 자진 사임 의사를 밝혔다.

주장 손흥민 등 현지에 남은 선수들은 몇 명씩 나눠 다음달 1일까지 순차적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손흥민은 "현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만 저를 필요로 할 때까지 다시 해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특별감사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