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보증수표 PD가 만든 파격작인데…드디어 넷플릭스에 풀린 '한국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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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만난 스승과 제자, 대치동의 밤에서 피어난 뜨거운 사랑
넷플릭스에 풀려 눈길을 끈 한국 드라마가 있다.

바로 tvN 드라마 '졸업'이다.
1일 넷플릭스를 통해 다시 시청자들을 만나는 '졸업'은 대치동 학원가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작품으로 안판석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총 16부작이며 2024년 5월 11일부터 같은 해 6월 30일까지 tvN에서 방영됐다. 당시 '눈물의 여왕' 후속작으로 편성됐던 작품이다. OTT를 통해 공개된 국내 드라마 대부분이 전편 동시 공개 방식을 취해온 만큼, 이번 '졸업' 역시 16부작 전편을 한 번에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0년 만에 재회한 스승과 제자, 대치동의 밤을 채우다
극은 베테랑 학원 강사 서혜진(정려원)과 그의 옛 제자이자 신입 강사로 돌아온 이준호(위하준)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재벌 2세나 운명적 만남 같은 로맨스 장르의 전형적 설정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대치동이라는 현실적이고 치열한 공간에서 사제 관계로 시작해 동료로, 다시 연인으로 이어지는 다소 파격적인 감정의 변화 과정을 서두르지 않고 촘촘하게 쌓아 올린다. 장르는 로맨스, 학원, 일상, 휴먼으로 분류된다.

로맨스만큼 치열한 사교육계 이면
이 작품은 단순한 연애담에 머물지 않는다. 자리 경쟁이 치열한 학원 강사들의 세계, 학부모와의 신경전, 시험 문제를 둘러싼 학교 교사와의 갈등 등 오피스 드라마에 가까운 긴장감을 담아낸다. 극 초반에는 1952년 한 신문기사의 문구를 인용하며 전쟁 중에도 입시 경쟁이 멈추지 않았던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연다. 확실한 계급 상승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이 사회의 오랜 생리였다는 점을 짚으며, 그 어떤 불황이나 위기도 학원가 불을 꺼트리지 못했다는 맥락으로 극을 시작한다. 오랜 시간 사교육 시장 중심으로 자리잡은 대치동을 무대로, 그동안 깊이 조명되지 않았던 학원 강사들의 삶과 사랑을 다루겠다는 것이 작품 기획 의도다. 이런 현실적인 배경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 두 주인공이 밤에 나누는 로맨스가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판석 특유의 미장센,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계보 잇다
연출 면에서는 낮게 가라앉은 조명, 골목길 가로등 불빛, 감성적인 인디 음악, 컷을 자주 나누지 않는 롱테이크 기법이 두드러진다. 안 감독의 전작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봄밤'에서 이어진 색채로, 드라마보다는 한 편의 긴 영화에 가까운 분위기를 만든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개 속도가 빠르지 않은 대신, 인물의 심리를 세밀하게 따라가는 몰입감이 강점으로 꼽힌다.

방영 당시 성적표는 화려하지 않았다. 1회 전국 시청률은 5%(이하 닐슨코리아 제공)대로 출발해 최종화 6.5%로 마감됐다. 수도권 기준 최종화 시청률은 7.4%까지 올랐다. 다만 시청률 수치와 별개로, 고정 시청층 사이에서는 안 감독의 전작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보다 이 작품을 더 높게 평가하는 의견이 상당하다. 전작들에 비해 연출이 정제됐고, 인물과 서사에 몰입하기 쉬워졌다는 점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정려원 '올해의 배우상'…작가 박경화는 벡델리안 작가상
이 작품으로 주연 정려원은 제29회 소비자의날 KCA 문화연예 시상식에서 시청자가 뽑은 올해의 배우상을 받았다. 극본을 쓴 박경화 작가는 벡델데이 2024 시리즈 부문에서 벡델리안 작가상을 수상했다. 배우와 작가 모두 이 작품을 통해 대외적인 성과를 인정받은 셈이다.
안판석 감독과 위하준, 오만석 부자 호흡까지…재회 캐스팅 눈길
'졸업'은 안 감독의 '봄밤' 이후 약 4년 9개월 만의 작품이자, 그의 첫 tvN 연출작이다. 정려원은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출연했고, tvN 드라마 기준으로는 '풍선껌' 이후 약 8년 5개월 만이다. 위하준은 '경성크리처' 이후 약 4개월 만에, tvN 작품으로는 '작은 아씨들' 이후 약 1년 7개월 만에 출연하며 이 작품에서 처음으로 메인 주연을 맡았다. 위하준이 맡은 심찬우 역은 실제 국어강사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인물이다.

안 감독과 위하준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고, 위하준과 오만석은 같은 작품에 이어 다시 부자 관계로 등장한다. 이 밖에 길해연, 김정영, 김종태, 서정연, 장소연, 윤복인 등 이른바 안판석 사단으로 불리는 배우들이 대거 재합류했다. 이들 중 일부는 '하얀거탑', '아내의 자격', '세계의 끝',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협업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신인 배우 진가은은 이 작품으로 데뷔했다.
안판석이라는 이름값…자극 없이 시청률 잡는 감독
연출자로서 안 감독의 이력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MBC '하얀거탑'은 최고 시청률 20.8%를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지상파를 떠난 이후에도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최고 7.3%), MBC '봄밤'(최고 9.5%) 등에서 흥행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았다. 2012년에는 당시 신생 채널이던 JTBC에서 '아내의 자격'(최고 4.4%)으로 종편 드라마로는 이례적인 성적을 냈고, 이어 '밀회'(최고 5.4%)까지 성공시키며 채널을 불문하고 시청자를 끌어모으는 연출자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작품들은 출생의 비밀이나 억지 설정 같은 이른바 막장 요소를 쓰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신 현실적인 인간의 욕망과 세밀한 심리 묘사, 특유의 미장센만으로 시청자를 몰입시켜 이탈하지 않게 만드는 방식을 고수해왔다.

이런 시청자라면 끝까지 볼 만하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밀회' 등 안 감독 특유의 정서를 좋아했던 시청자, 전개 속도보다 인물의 심리 변화를 세밀하게 따라가는 것을 즐기는 시청자, 자극적인 악역 없이 현실적인 대사와 상황만으로 몰입하는 이야기를 선호하는 시청자에게 맞는 작품이다.
반대로 '눈물의 여왕'이나 '선재 업고 튀어'처럼 전개가 빠르고 톡톡 튀는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하는 시청자, 밝고 화사한 화면에 반전이 잦은 전개를 선호하는 시청자, 학원가 이야기 같은 무거운 현실 소재가 로맨스 흐름을 끊는다고 느끼는 시청자라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실제로 방영 당시에도 시청률보다 마니아층 만족도가 두드러졌던 작품인 만큼, 넷플릭스 공개를 계기로 재조명될 가능성이 크다.
안판석 감독 역대 흥행작 '톱6', 찬찬히 되짚어보니
'졸업' 공개를 계기로 안 감독이 그동안 연출한 대표작들 시청률과 수상 기록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2007년부터 2019년까지 이어진 그의 필모그래피는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을 넘나들며 꾸준히 화제작을 만들어낸 궤적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