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인사가 '호남 반도체'에 찬물을 쫙 끼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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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 “천문학적 투자 약속 검증된 적 없어…임기 내 큰 진척 어려울 것”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부총리급)이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국정 과제인 '호남 대규모 반도체 투자 계획'을 두고 "정치적 무리수라면 정권 말기에 진실의 순간이 올 것"이라며 이행 가능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해 논란이다. 대통령의 경제 철학을 뒷받침하고 규제 완화를 주도해야 할 직속 기구의 부총리급 인사가, 대통령의 대표 브랜드 사업의 실현 가능성에 공개적으로 회의를 표하면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규제합리화위는 대통령 직속 기구로, 위원장은 대통령이 맡고 있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부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가 호남 반도체 투자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 이유는?’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정부가 발표한 대규모 투자 계획의 현실성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우선 이 부위원장은 “대통령 앞에서 발표하는 천문학적 투자 약속은 그 이행 여부가 검증되거나 검증하려는 시도도 없었다”며 “그래서 수백조에서 1000조에 달하는 투자가 일시에 일사천리로 될 리가 없다”고 단언했다.
근거로는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 테일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투자 사례를 들었다.
2021년 11월 17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로 공식 발표된 이 투자는 이듬해 상반기 준비 단계를 거쳐 2022년 말 착공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미국 칩스법(CHIPS Act) 보조금 협상 지연, 글로벌 파운드리 시황 변화 등으로 완공 일정이 순차적으로 조정됐다. 당초 2024년 말 완공을 목표로 했으나, 현재는 2026년 말 완전 가동을 향해 막바지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 부위원장은 "착공 이후 4년 넘게 인프라 조성과 장비 반입 단계가 이어지고 있다"며 "20조짜리 투자가 이럴진대, 그 20배가 넘는 전력·용수·공단 인프라 정비까지 고려하면 이번 임기 내 큰 진척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만약 정치적인 무리수라면 정권 말기에 진실의 순간이 올 것"이라며 "정치적 일정을 고려하면 그렇게 무리한 진행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대규모 투자 발표가 실제 이행보다는 정치적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대목이다.
아울러 이 부위원장은 이번 투자 계획을 계기로 진보 진영이 고수해 온 이념적 가치관이 정면충돌할 것이라는 도발적인 전망도 내놓았다. 그는 “사실 나는 이 투자 계획이 그간 진보 진영의 이념적 이슈 두 가지를 무너뜨리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첫 번째로 지목한 것은 탈원전 기조다. 그는 “대규모 반도체 공장, AI 센터 건설 등의 수요가 탈원전의 망령을 완전히 퇴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고 썼다. 대규모 산업단지 가동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공급하려면 결국 진보 진영이 반대하는 원전 확충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두 번째로는 환경 이슈를 꼽았다. 그는 “4대강 치수를 부정하고 보를 부수는 환경근본주의”를 비판하며 “호남에 산업단지를 거대하게 육성하려면 이런 선동이 멈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업용수 확보를 위해서는 기존의 진보 진영 환경 정책 기조를 철회해야 한다는 압박이다.
종합하면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약속은 '뻥까'일 가능성이 있어 그대로 믿기 어렵고, 각종 변수를 고려할 때 호남 반도체 투자 계획도 이 대통령 임기 내에 본격적으로 첫삽을 뜨기는 쉽지 않다는 게 이 부위원장 주장의 요지다. 정치적 무리수에 그친다면 정권 말기에 결국 실체가 드러날 것이므로 지금부터 조급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도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 사업을 강행할 경우 진보 진영이 그동안 견지해 온 탈원전·환경주의 기조가 스스로 무너지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반어적 관전평으로 읽힌다.
카이스트 명예교수 출신인 이 부위원장은 과거에도 SNS를 통해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을 이어온 바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해 "치매인가 정신분열증인가'라고 하거나, 세월호 참사에 대해 '천박함의 상징', '불행한 교통사고'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임명 당시 반발을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