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마니아들만 아는 '오지 트레킹' 명산… 원시림·폭포·휴양림 다 있는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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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과 원시림이 이어지는 '방태산'

산줄기가 겹겹이 포개진 강원 내륙으로 들어서면 기암괴석과 원시림이 빚어낸 깊은 산자락이 모습을 드러낸다. 계곡 물소리와 짙은 숲그늘이 이어지는 곳, 인제 방태산이다.

방태산 이단폭포. / 인제군 제공-뉴스1
방태산 이단폭포. / 인제군 제공-뉴스1

인제와 홍천을 가르는 방태산 산줄기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에 자락을 펼친 방태산은 인제군과 홍천군의 경계가 되는 큰 산줄기다. 북쪽으로는 설악산과 점봉산을 마주하고, 남쪽으로는 개인산과 맞닿아 넓은 산악 지대를 형성한다. 주봉인 주억봉과 또 다른 명봉인 구룡덕봉을 중심으로 능선이 사방으로 뻗고, 그 사이 깊은 골짜기가 이어지며 웅장한 산세를 만든다. 조선시대 예언서 《정감록》에도 이 산의 험준한 골짜기들이 언급된다. 전쟁이나 재해마저 피해 간다는 오지 ‘삼둔사가리’ 중 아침가리와 적가리 계곡이 바로 이 산자락에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자료 이미지로, 실제 모습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자료 이미지로, 실제 모습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험준한 산세와 깊은 골짜기는 방태산의 숲을 오래 지켜 온 조건이 됐다. 도심의 오염원과 멀리 떨어진 산 안쪽에는 맑은 계곡물과 울창한 숲이 있다. 다양한 수종이 자라고, 숲을 터전으로 삼는 야생동물도 산의 생태계를 이어 간다. 참나무류와 소나무를 비롯해 고산지대에서 주로 보이는 주목, 잣나무 등이 울창하게 우거져 방태산의 산림 경관을 채운다.

암반과 폭포가 이어지는 두 골짜기

방태산이 품은 여러 골짜기 가운데 아침가리골과 적가리골은 저마다 독특한 지형과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계곡으로 꼽힌다. 아침가리골은 매끄러운 암반 위로 맑은 물이 흘러내리며 깊은 산속 계곡 특유의 정취를 자아낸다. 바위 표면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와 물소리가 이어지고, 바닥이 들여다보이는 소와 여울이 번갈아 나타난다.

이 계곡은 물의 흐름이 빠른 구간과 잔잔하게 고이는 구간이 교차하며 이어진다. 암반을 따라 흐르는 물은 계절과 수량에 따라 다채로운 모습을 띠고, 계곡 주변의 숲은 그늘을 넓게 드리운다. 깊은 산속 계곡 특유의 습도와 서늘한 공기가 더해져 숲길의 분위기도 한층 짙어진다.

인제 아침가리계곡 트레킹. / 인제군 제공-뉴스1
인제 아침가리계곡 트레킹. / 인제군 제공-뉴스1

적가리골은 지형이 부채처럼 펼쳐진 형태를 띤다. 일반적인 산악 계곡과는 다른 독특한 지형을 지니고 있어, 골짜기 안쪽으로 들어설수록 방태산의 절경이 차례로 이어진다. 탐방로를 따라 이동하면 마당바위와 이단폭포를 만난다.

마당바위는 넓고 평평한 암반으로 이뤄져 있다.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잠시 걸음을 멈추기 좋은 공간이다. 아래쪽에 자리한 이단폭포는 기암괴석 사이를 흘러내린 물이 두 단계로 떨어지는 폭포다. 상단과 하단을 거쳐 쏟아지는 물줄기가 계곡의 웅장함을 드러낸다. 폭포 주변에서는 바위와 물줄기, 숲이 한눈에 어우러지며 방태산 계곡의 빼어난 비경을 이룬다.

계곡과 숲이 이어지는 방태산자연휴양림

방태산 북쪽 자락에는 국립방태산자연휴양림이 자리한다. 산이 지닌 계곡과 숲의 풍경을 가까이에서 누릴 수 있도록 조성된 산림 휴양 공간이다. 휴양림 안으로 들어서면 맑은 계곡물이 골짜기를 따라 흐르고, 물소리가 숲 곳곳에 퍼진다. 계곡 주변의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풍경은 산책로와 시설 주변에서 이어진다.

도보 탐방을 위한 숲길 산책로도 마련돼 있다. 산책로 곳곳에는 숲의 구조와 자생 나무의 종류를 적은 표지판이 설치돼 있어 걸으면서 방태산 숲의 특징을 살필 수 있다. 계곡을 따라 걷는 구간에서는 수량이 풍부한 물줄기와 짙은 숲그늘이 함께 이어진다. 산책로는 휴양림 안쪽의 시설과 계곡 경관을 연결하며, 방태산을 깊은 산행이 아닌 가벼운 산책으로 접하는 길이 되기도 한다.

휴양림에는 객실과 야영장이 두루 갖춰져 있다. 캠핑을 계획할 경우 야영데크와 숙소는 사전 예약이 필수다. 성수기와 비성수기에 따라 이용 요금 등은 변경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산림청 국립방태산자연휴양림 홈페이지(숲나들e)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
방태산자연휴양림 다람쥐. / 연합뉴스
방태산자연휴양림 다람쥐. / 연합뉴스

계곡과 숲이 보여 주는 사계절 풍경

방태산의 계절 변화는 계곡 수량과 숲의 색으로 드러난다. 여름의 방태산은 짙은 녹음이 온 산을 덮는다. 울창한 수림이 햇빛을 가리고, 차가운 계곡물이 산 안쪽의 공기를 서늘하게 만든다. 한여름에는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숲길에서 깊은 산의 그늘을 느낄 수 있다.

가을이 오면 산등성이와 골짜기는 붉고 노란 단풍으로 물든다. 거친 기암괴석, 투명한 계곡물, 단풍이 한데 어우러지며 방태산의 가을 풍경을 이룬다. 겨울에는 눈꽃과 얼어붙은 계곡 풍경이 나타나고, 봄에는 계곡의 얼음이 녹으며 신록과 고산 야생화가 숲을 채운다. 방태산은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보여 주는 산이다.

방태산 가을 풍경. / 인제군 제공-뉴스1
방태산 가을 풍경. / 인제군 제공-뉴스1

방동약수와 원대리 자작나무숲

방태산 탐방 전후로 기린면 방동리의 방동약수를 함께 방문해도 좋다. 이곳에는 1600년대 중반, 한 심마니가 큰 산삼을 캔 구멍에서 약수가 솟아났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탄산과 철분, 망간 등의 성분이 풍부해 톡 쏘는 맛을 낸다. 약수터 주변을 감싼 울창한 숲은 가벼운 산책을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인제읍 원대리의 자작나무숲도 방태산과 함께 둘러보기 좋은 코스다. 순백의 나무껍질을 지닌 자작나무가 산비탈에 군락을 이룬다. 방태산이 깊은 산림의 인상을 준다면, 이곳은 곧게 선 나무들이 만들어 내는 밝고 정돈된 분위기가 특징이다. 탐방로를 따라 걸으면 은빛 기둥이 길게 이어지는 풍경이 펼쳐진다.

고산지대 기후가 빚은 인제 향토 음식

인제군의 고산지대 기후와 산악 지형은 지역 식문화에도 깊은 영향을 주었다. 인제를 대표하는 향토 음식으로는 단연 황태 요리가 꼽힌다. 방태산과 설악산 자락의 매서운 겨울바람과 큰 일교차 속에서 명태를 얼리고 녹이는 과정을 반복해 말린 인제 황태는 부드러운 속살과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양념을 발라 구워 내는 황태구이와 뼈와 살을 오래 끓여 뽀얀 국물을 낸 황태해장국은 방태산 일대를 방문한 이들이 인제에서 즐겨 찾는 음식이다.

[삽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삽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산채정식과 산채비빔밥도 인제의 깊은 산세가 키워낸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깊은 골짜기와 고지대에서 자라는 곰취, 참나물, 취나물 등 여러 산나물을 들기름과 양념으로 버무려 상에 올린다. 나물 고유의 향과 맛이 살아 있어 산골 밥상의 매력을 보여 준다. 메밀가루를 주재료로 쓰는 막국수 역시 이 지역에서 오래 이어져 온 먹거리다.

방태산 여행은 깊은 계곡과 숲길, 주변 산림 명소와 먹거리를 함께 즐기는 여정이다. 산세가 험한 만큼 무리한 산행보다 일정과 동선을 미리 살피는 준비가 필요하다. 휴양림을 중심으로 숲길을 걷고, 계곡과 약수터, 자작나무숲을 차례로 엮으면 인제 산간 지역의 풍경을 천천히 둘러볼 수 있다.

방태산 / 구글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