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의사봉 대신 지휘봉 쥔 이남오 군수, '새로운 함평' 증명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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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9기 ‘함평을 새롭게, 군민을 이롭게’ 슬로건 내걸어
의회 수장에서 행정 수반으로 변신한 만큼 의정 경험 살린 진정한 '책임 행정' 보여줘야

7월 1일, 전남 함평군에 거대한 변화의 막이 올랐다. 함평군의회 의장으로서 지역의 대의기관을 이끌며 집행부를 날카롭게 견제하던 이남오 군수가 이제는 행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민선 9기 함평군정의 지휘봉을 온전히 쥐게 된 것이다.

위키트리 전남광주특별시 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위키트리 전남광주특별시 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지역 정치사에서 의회 수장 출신이 곧바로 기초자치단체장으로 직행하는 사례는 종종 찾아볼 수 있지만, 그만큼 군민들이 새 군수에게 거는 기대의 무게와 요구하는 잣대는 일반적인 초선 군수와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그동안 행정부를 향해 호통을 치고 대안을 묻던 시선을 넘어, 이제는 600여 공직자를 직접 이끌고 함평의 살림살이를 책임지게 된 이남오 신임 군수에게 지역사회가 바라는 몇 가지 당부를 전하고자 한다.

■ "함평을 새롭게, 군민을 이롭게"… 닻 올린 민선 9기의 무거운 책임감

이남오 군수는 1일 취임과 함께 민선 9기 군정의 방향타가 될 새로운 슬로건으로 ‘함평을 새롭게, 군민을 이롭게’를 공식 발표하며 힘찬 출발을 알렸다. 이 짧은 문장 속에는 과거의 낡은 관행과 타성에서 벗어나 행정 체질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그 성과가 오롯이 군민의 팍팍한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쓰이도록 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담겨 있다. 취임 일성으로 군정 운영의 명확한 비전을 공유한 점은 무척이나 고무적이다.

하지만 아무리 번지르르하고 훌륭한 구호도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새로운 함평'을 주창했다면, 과거 행정 편의주의에 갇혀 있던 낡은 시스템을 과감하게 깨부수는 가시적인 조치들이 임기 초반부터 속도감 있게 나와주어야 한다. 군민들은 거창한 정치적 수사보다, 당장 내 집 앞의 골목길이 얼마나 깨끗해지는지, 내 농산물이 얼마나 제값을 받을 수 있는지, 꽉 막힌 지역 경제에 어떻게 숨통이 트이는지를 묻고 있다. '군민을 이롭게' 하겠다는 약속을 눈에 보이는 묵직한 실천과 데이터로 스스로 증명해 내야만 하는 엄중한 무대에 오른 것이다.

■ '비판자'에서 '책임자'로… 행정 수반으로서의 완벽한 체질 개선 절실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은 뼈를 깎는 '역할과 시각의 전환'이다. 의회 의장의 본분은 집행부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겉도는 행정의 빈틈을 찾아내 매섭게 비판하며, 민의를 수렴해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군수의 자리는 전혀 다르다.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는 동시에, 한정된 예산과 조직을 효율적으로 쪼개어 군민을 위한 최적의 결과물을 직접 만들어내야 하는 '무한 책임'의 자리다.

이 군수는 누구보다 함평군 행정의 구조적인 맹점과 공직사회의 경직된 생리를 속속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의정 활동을 하며 답답하게 느꼈던 탁상행정, 관행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포장된 복지부동(伏地不動)을 이제는 그 스스로 앞장서 타파해야 한다. 자칫 의회 시절의 비판자적 시각에만 머물러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거나, 반대로 낡은 관료주의에 너무 쉽게 동화되어 버린다면 군민들의 실망은 배가 될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행정 조직을 일신하고, 군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질적인 정책 집행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 의회 출신의 최고 무기 '소통', 건강한 긴장감 속의 진정한 협치 기대

이남오 군수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자 무기는 단연 의회와의 탁월한 소통 능력이다. 집행부와 의회는 수레의 두 바퀴처럼 같은 곳을 바라보며 굴러가야 하지만, 종종 기 싸움과 불통으로 인해 시급한 지역 현안이 기약 없이 표류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나 의장 출신인 이 군수는 의회 의원들의 생리와 요구사항, 그리고 그들이 대변하는 각 지역구 민심의 척도를 그 누구보다 정확히 읽어낼 수 있는 안목을 지녔다.

군민들은 이 군수가 이러한 강점을 십분 발휘하여 소모적인 정쟁을 없애고 의회와 '최상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다만, 깊이 경계해야 할 점이 있다. 협치가 자칫 '적당한 타협'으로 변질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이다. 의회가 친정이라는 이유로 서로의 눈치만 보며 날 선 견제가 무뎌지거나, 거꾸로 의회를 집행부의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통과시켜 주는 하부 기관 정도로 여긴다면 이는 심각한 지방자치의 퇴행이다. 건전하고 건강한 긴장감을 단단히 유지하되, ‘함평군의 발전과 군민의 행복’이라는 대전제 앞에서는 기꺼이 머리를 맞대고 타협하는 성숙한 협치 모델을 이남오 호(號)가 선도적으로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 소멸 위기 넘을 과감한 혁신… 초심 잃지 않는 '발로 뛰는 세일즈 행정'

현재 함평군이 마주한 현실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전남의 여느 지자체들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인구 감소와 급격한 고령화, 청년층의 지속적인 이탈, 그리고 전통적인 농업 중심의 취약한 경제 구조 등 얽히고설킨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함평의 자랑인 나비대축제 등 지역 관광 산업 역시 매너리즘을 극복할 새로운 킬러 콘텐츠의 수혈이 시급한 시점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생존의 과제다.

이러한 복합적이고 거대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시원한 집무실에 앉아 결재 서류만 들여다보는 관리형 군수가 아니라, 폭염 속에서도 중앙부처와 국회를 쉴 새 없이 발로 뛰며 국비를 따오는 맹렬한 '세일즈형 군수'가 필요하다. 이 군수는 긴 의정 활동 기간 동안 현장 곳곳을 누비며 팍팍한 삶을 견뎌내는 군민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수없이 들어왔을 것이다. 처음 의회에 발을 들여놓으며 오직 군민의 충직한 대변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던 그 초심(初心)을 4년 내내 가슴에 새기길 바란다. 군수실의 높은 문턱을 낮춰 쓴소리에도 기꺼이 귀를 여는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할 때, 비로소 "함평을 새롭게, 군민을 이롭게"라는 민선 9기의 약속은 찬란한 현실이 될 것이다. 행정 수반으로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이남오 군수의 행보를 매서운 감시자의 눈이자 든든한 동반자의 마음으로 지켜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