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탐구 집’ 막국수집에서 아트하우스로, 구옥을 고친 예술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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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막국수집 개조 주택·연희동 80년대 양옥집

낡고 불편한 구옥은 누군가에게 철거 대상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 삶을 시작할 무대가 된다. 막국수집이었던 빈집을 예술 공간과 주거 공간이 공존하는 아트하우스로 바꾼 부부, 80년대 양옥집을 자신만의 색과 형태로 고친 내향인 회화 작가까지. EBS1 ‘건축탐구 집’이 오래된 집을 자기 방식으로 고쳐낸 예술가들의 집을 찾아간다.

7월 7일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은 ‘구옥, 나만 고칠 수 있는 집’ 편으로 꾸며진다. 방송은 경기도 가평의 오래된 막국수집을 개조한 예술가 부부의 집과 서울 연희동의 80년대 양옥집을 고쳐 작업실 겸 주거 공간으로 만든 회화 작가의 집을 소개한다. 두 집은 모두 낡은 구옥에서 출발했지만, 집주인의 삶과 취향, 예술적 감각이 더해지며 전혀 다른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막국수집에서 예술가 부부의 집으로

'EBS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첫 번째 집은 경기도 가평에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구옥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이 집은 과거 손님들로 붐비던 막국수집이었다. 그러나 기존 주인이 세상을 떠난 뒤 빈집으로 남았고, 시간이 흐르며 방치된 공간이 됐다.

이 집을 새롭게 고친 주인공은 예술가로 활동하는 남편 이정인 씨와 아내 이재은 씨다. 부부는 이전에도 양철 흙집, 폐교, 컨테이너 하우스 등 여러 낡은 공간을 직접 고쳐 살아온 경험이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손볼 곳투성이인 오래된 막국수집이었지만, 부부에게는 자신들의 삶과 작업을 담을 수 있는 매력적인 구옥이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다. 식당으로 쓰이던 시절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온갖 식재료가 그대로 보관된 냉장고만 7대였고, 불법 증축된 공간도 철거해야 했다. 쌓여 있던 집기와 폐기물을 치우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철거비는 무려 1300만 원에 달했다. 예상했던 건축비는 초반부터 크게 흔들렸지만, 부부는 내부만큼은 직접 고치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이어갔다.

1층 홀은 전시장, 주방은 목공 작업장

손님들을 맞이하던 1층 홀은 이제 부부만의 예술 공간으로 변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남편과 아내의 작품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식당의 흔적이 남아 있던 넓은 홀은 전시와 생활, 작업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간이 됐다. 과거 음식이 오가던 자리에 이제는 작품과 이야기가 놓인다.

식당 주방으로 쓰이던 공간은 남편 정인 씨의 목공 작업장으로 탈바꿈했다. 작업장 천장에는 배관을 일부러 노출했다. 보기 좋게 감추기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쉽게 확인하고 수리할 수 있도록 실용성을 택한 것이다. 집을 고치는 과정에서 부부가 중요하게 여긴 것은 완벽한 새집처럼 만드는 일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살아가고 작업할 공간에 맞게 고쳐 쓰는 일이었다.

2층은 부부의 생활 공간이다. 이곳에는 예술가 부부의 철학이 더 뚜렷하게 담겨 있다. 여러 번 본드로 덧방된 벽지를 벗겨내는 데만 두 달 넘게 걸렸다. 천장 역시 단열재까지 그대로 드러냈고, 몰딩과 걸레받이도 과감하게 제거했다. 매끈하고 완성된 느낌보다 날것의 분위기를 살리려는 선택이었다.

부부가 이런 방식을 택한 이유는 분명했다. 이 집에서 함께 머물 작품들이 더 돋보이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벽과 천장, 바닥이 과하게 꾸며지지 않아야 작품이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살아난다는 판단이었다. 오래된 막국수집은 그렇게 주거 공간이자 전시장, 작업실이 되는 아트하우스로 바뀌었다.

안방을 나눠 만든 주방과 알루미늄 창호

'EBS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과거 2층에는 주방이 없고 안방만 넓었다. 부부는 이 공간을 어떻게 나눌지 고민했고, 결국 안방을 7대 3 비율로 분리했다. 한쪽에는 주방을 만들고, 화려한 스테인리스 싱크대를 설치했다. 오래된 집 안에 자리한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주방은 부부의 개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특히 부부가 공을 들인 부분은 창호다. 과거 컨테이너 하우스에 살던 시절 화재를 겪은 부부는 큰 사고로 번지지 않았던 이유가 알루미늄 창호 덕분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그 경험은 집을 고칠 때 창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했다. 이번 집에도 큰돈을 들여 곳곳에 알루미늄 창호를 설치한 이유다.

베란다와 화장실은 부부 각자의 능력이 드러나는 공간이다. 남편 정인 씨는 기존 울퉁불퉁한 베란다 바닥을 철거하는 대신 콩자갈과 에폭시를 섞어 새로운 바닥을 만들었다. 아내 재은 씨는 모두가 어렵다고 말한 화장실 시공에 도전했다. 특히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시공 방법을 익히고, 직접 화장실을 완성했다. 집을 고친다는 것은 부부에게 단순한 공사가 아니라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하나씩 가능하게 만드는 과정이었다.

11번의 이사 끝에 처음 자가를 갖게 된 부부는 지금도 집을 고치는 중이다. 남편 정인 씨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자신의 예술 철학이라고 말한다. 부부에게 집 역시 마찬가지다. 완성된 형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며 계속 바뀌고 자라는 작품에 가깝다.

내향인 예술가가 고친 연희동 양옥집

'EBS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두 번째 집은 서울 연희동에 있다. 담장도 없고, 커다란 창에는 커튼도 달려 있지 않다. 겉으로 보면 내향인이 고친 집이라고는 쉽게 믿기 어렵다. 하지만 이 집의 주인은 수줍은 미소로 방문객을 맞는 내향인 예술가다. ‘콰야’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회화 작가 서세원 씨다.

서세원 씨는 MZ세대 대표 작가로 꼽히는 회화 작가다. 오랜 시간 작은 공간에서 작업에 몰두해 왔고, 전시하는 작품마다 완판될 정도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그가 살던 공간은 자신과 고양이 두 마리가 함께 지내기에는 너무 좁았다. 결국 그는 작업실과 주거 공간을 겸할 수 있는 직주일체의 집을 찾기로 했다.

문제는 성격이었다. 내향적인 세원 씨는 1년 동안 인터넷 부동산만 찾아볼 뿐 실제로 집을 보러 나서지는 못했다. 그런 그를 움직인 사람은 누나 서지혜 씨였다. 남매는 함께 임장을 다니며 여러 집을 살폈다. 그중 세원 씨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80년대 지어진 오래된 양옥집이었다. 당시 살던 세입자조차 불편하다고 말한 집이었지만, 세원 씨는 그 단점들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그는 오래된 양옥집을 매입해 자신의 취향대로 고쳐 나가기 시작했다.

색감과 형태로 완성한 작가의 집

세원 씨가 집을 고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색감이었다. 그의 취향은 바닥에서부터 드러난다. 촉감이 좋은 리놀륨을 깔고, 서로 다른 세 가지 색을 입혔다. 공간을 구획하는 H빔은 과감하게 보라색으로 칠했다. 구조물이 단순히 집을 지탱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고, 공간의 시각적 포인트가 되도록 한 것이다.

화장실은 더 강렬하다. 동생의 취향을 존중하던 누나 지혜 씨조차 놀랐다는 공간이다. 삼색 타일로 꾸민 화장실은 세원 씨의 개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일반적인 주거 공간에서 쉽게 선택하지 않는 색 조합이지만, 이 집에서는 작가의 회화적 감각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형태 역시 독특하다. 주방 칸막이부터 테이블까지 뾰족한 사각 형태로 만들었다. 각이 선 형태는 차갑게 느껴질 수 있지만, 테이블 다리에는 시공 중 나온 오래된 계단 난간을 재활용해 따뜻함을 더했다. 새 재료와 옛 재료가 섞이며 이 집만의 균형이 만들어졌다.

오래된 나무 천장이 문이 되다

세원 씨의 집에는 재활용의 흔적도 곳곳에 남아 있다. 1층 주방 쪽에 있던 나무 천장을 떼어 보관해 두었다가, 2층으로 들어가는 문으로 다시 만들었다. 오래된 재료가 전혀 다른 기능을 얻어 집 안에 남은 것이다. 80년대 지어진 나무 천장도 그대로 살렸다. 그래서 이 집은 새롭게 고친 공간이면서도, 과거의 시간이 지워지지 않은 집이 됐다.

낡은 것을 모두 없애고 새것으로 바꾸는 대신, 남길 것과 바꿀 것을 직접 고르는 방식이다. 세원 씨의 집은 오래된 양옥집의 시간 위에 작가의 색감과 형태가 덧입혀진 공간이다. 그래서 집 안을 걷다 보면 현재의 작업실과 과거의 집이 겹쳐 보인다. 마치 집 안에서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다.

'EBS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창호 사기 이후 배운 구옥 수리의 현실

세원 씨에게 집을 고치는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그는 여러 작업실을 거치며 살았고, 예산이 넉넉하지 않아 직접 공간을 고쳐본 경험도 있었다. 하지만 창호나 전기 공사처럼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영역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발생했다.

큰맘 먹고 부른 창호 시공업자가 창문만 떼어낸 뒤 본격적인 작업을 계속 미뤘다. 세원 씨는 경찰까지 불러봤지만, 돌아온 답은 작업이 이미 시작된 이상 서로 원만히 합의하는 것이 좋다는 말뿐이었다. 잔금까지 모두 치른 상황이었기에 손해는 고스란히 세원 씨의 몫이 됐다. 그는 창문도 없이 겨울을 보내며 구옥 수리의 현실을 몸으로 배워야 했다.

이 경험 이후 세원 씨는 더 신중해졌다. 꼼꼼한 자료 조사와 검색을 거쳐 자신과 잘 맞는 건축 디자이너를 만났고, 지금의 집을 완성할 수 있었다. 시행착오를 겪은 뒤에야 그는 오래된 집을 고치는 일이 취향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좋은 전문가를 만나고, 공정 하나하나를 이해하며, 자신의 선택을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일이었다.

나만 고칠 수 있는 집

‘건축탐구 집’이 소개하는 두 집은 모두 오래된 구옥에서 출발했다. 하나는 손님이 끊이지 않던 막국수집이었고, 다른 하나는 80년대 지어진 오래된 양옥집이었다. 그러나 새 주인을 만나면서 두 공간은 전혀 다른 집이 됐다. 가평의 막국수집은 예술가 부부의 작업과 생활이 공존하는 아트하우스로 변했고, 연희동 양옥집은 내향인 회화 작가의 색과 형태가 살아 있는 직주일체의 집이 됐다.

두 집의 공통점은 낡은 것을 무조건 지우지 않았다는 점이다. 불편한 구조와 오래된 흔적을 마주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방식으로 다시 해석했다. 집주인의 삶과 경험, 예술 철학이 더해졌기에 가능한 변화였다. 그래서 이 집들은 단순히 잘 고친 집이 아니라, 집주인만이 고칠 수 있었던 집에 가깝다.

EBS1 ‘건축탐구 집’의 ‘구옥, 나만 고칠 수 있는 집’ 편은 7월 7일 오후 9시 55분 방송된다.

※ 해당 글은 아무 대가 없이 작성됐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