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복지·교통까지 AI로 푼다…세종시, 첫 혁신 경진대회 본선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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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세종컨벤션센터서 공무원·전 국민 부문 12개 팀 발표
재난상황관리·통합돌봄·공실 해결·폭염 취약계층 안전진단 등 시민 체감형 과제 경쟁
AI 행정 확산 흐름 속 개인정보·검증·현장 적용 기준 마련이 관건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인공지능이 민원 처리와 재난 대응, 복지 사각지대 발굴까지 행정 현장으로 빠르게 들어오고 있다. 공공부문 AI는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시민 생활과 직결되는 분야일수록 정확성과 책임성, 개인정보 보호 기준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세종시는 오는 10일 오후 1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 1층 중회의실에서 ‘제1회 세종특별자치시 AI 혁신 경진대회’ 본선 발표대회를 연다고 8일 밝혔다.
올해 처음 열리는 이번 대회는 ‘AI와 함께 도약하는 세종, 시민의 내일을 설계하다’를 표어로 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행정 혁신 사례와 도시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이 목적이다.
본선에는 공무원 대상 ‘AI 행정 혁신 우수사례·아이디어 경진대회’와 전 국민 대상 ‘AI 혁신 아이디어 공모전’ 등 2개 부문에서 예선을 통과한 12개 팀이 오른다. 부문별 6개 팀이다.
공무원 부문에서는 재난상황관리 플랫폼, 용역 예산 절감 방안, 통합돌봄 원스톱 비서 등 행정 현장에서 나온 사례와 아이디어가 발표된다. 전국민 공모 부문에서는 도심 공실 문제 해결 플랫폼, 디지털트윈 기반 지하공간 침수 자동 대응 시스템, 폭염 취약계층 주거 안전 진단 플랫폼 등이 다뤄진다.
최종 순위는 전문가 심사위원단 평가 70점과 시민 현장평가단 선호도 투표 30점을 합산해 결정한다. 공무원 분야 상위 수상자에게는 해외연수 기회와 시장상이 주어진다. 전국민 분야 수상자는 최고 150만 원의 상금과 시장상을 받는다.
시는 우수 사례를 전 부서로 확산하고, 수상작은 내부 검토를 거쳐 행정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범정부 인공지능 확산 사업과도 연계해 세종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다른 행정 분야로 넓힌다는 구상이다.
AI를 행정에 도입하려는 흐름은 이미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올해 홍수예보, 노동법 상담, 복지 사각지대 발굴 등 공공부문 AI 활용 우수사례 16개를 담은 ‘AI 정부 서비스 사례집’을 발간했다.
행정안전부는 공공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제품·서비스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제14회 범정부 공공데이터·AI 활용 창업경진대회도 열고 있다. 공공데이터 기반 행정 혁신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민간 창업 영역까지 확대되는 흐름이다.
다른 지자체도 AI 아이디어 발굴에 나섰다. 경기도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교통·복지·안전·환경·문화 등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는 ‘AI경기 아이디어 챌린지’를 진행했다. 정책제안 대국민 공모 방식으로 도정에 활용할 아이디어를 모았다.
서울 강남구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AI 행정 혁신 공모전을 열어 문서작성과 홍보, 아이디어 도출, 자료 분석 등 행정 실무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한 사례를 발굴했다. 접수된 사례는 38건이었다.
스마트도시 분야에서도 AI 활용은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일원을 개방형 AI 도시실증 플랫폼으로 조성해 도시 통합관제와 안전관리 실증을 추진하고, 성남에서는 고령자 건강관리와 미래 모빌리티를 결합한 특화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세종이 AI 행정 실험에 나서는 의미도 적지 않다. 세종은 중앙행정기관과 계획도시 인프라, 신도심·읍면 지역의 생활 격차를 동시에 갖고 있다. 재난과 교통, 돌봄, 빈 상가, 폭염 취약계층 문제는 행정 데이터와 현장 대응을 연결해야 풀 수 있는 과제다.
다만 경진대회가 실제 행정 혁신으로 이어지려면 발표 아이디어의 참신성만으로는 부족하다. AI 모델이 어떤 데이터를 쓰는지, 예측 결과가 얼마나 정확한지, 잘못된 판단이 나왔을 때 누가 책임지는지까지 검토해야 한다.
특히 복지와 돌봄, 취약계층 안전진단 분야는 개인정보와 민감정보를 다룰 가능성이 크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생성형 AI 개발·활용 과정에서 학습 데이터의 개인정보 포함 여부를 사전에 점검하고 비식별화와 마스킹 등 보호조치를 적용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재난과 지하공간 침수 대응 분야도 신중해야 한다. AI가 위험을 예측해도 배수시설과 차단장치, 현장 인력, 문자 안내 체계가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실제 피해를 줄이기 어렵다. 알고리즘의 경보가 잦아지면 시민과 공무원이 경고에 무뎌질 수 있고, 반대로 오경보를 줄이다가 실제 위험을 놓칠 수도 있다.
도심 공실 해결 플랫폼 역시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다. 상권 침체와 임대료, 유동인구, 교통 접근성, 업종 규제, 건물주의 임대 전략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AI는 공실 정보를 분석하고 매칭을 돕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도시계획과 상권정책이 함께 움직여야 효과가 난다.
공무원 부문의 용역 예산 절감 아이디어도 검증이 필요하다. AI가 과업지시서 작성이나 유사 용역 분석을 도울 수는 있지만, 전문성이 필요한 연구·설계 용역까지 단순 비용 절감 논리로 접근하면 결과물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바람직한 방향은 ‘경진대회 수상작’을 곧바로 사업화하는 것이 아니다. 먼저 소규모 실증을 거쳐 정확도와 비용, 시민 만족도, 개인정보 위험, 현장 공무원의 업무 부담 변화를 확인해야 한다. 실증 결과가 공개돼야 다른 부서와 시민도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
AI 도입은 행정 인력을 대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무원의 판단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설계해야 한다. 시민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결정은 사람이 최종 판단하고, AI가 제시한 근거와 한계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조상호 세종시장은 “인공지능은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시민의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핵심 동력”이라며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세종시가 인공지능 시대를 선도하는 혁신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시의 첫 AI 혁신 경진대회는 행정 내부와 시민의 아이디어를 한자리에서 비교하는 실험이다. 성과는 상금이나 발표회 규모가 아니라 수상작이 실제 현장에 적용돼 민원 처리 시간, 재난 대응 속도, 돌봄 공백, 교통 불편을 얼마나 줄였는지로 평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