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오픈AI보다 34배 싸다…스타트업 속속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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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등 중국AI, 오픈라우터 트래픽 46%까지 급증
오픈AI보다 34배 싼 가격에 스타트업 이탈 가속

딥시크, 오픈AI보다 34배 싸다…스타트업 속속 전환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딥시크, 오픈AI보다 34배 싸다…스타트업 속속 전환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오픈AI(OpenAI)와 앤트로픽(Anthropic)이 주도해온 AI 모델 시장에 중국산 저가 모델이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딥시크(DeepSeek)를 비롯한 중국 AI 기업들의 모델이 토큰당 비용을 대폭 낮추면서 스타트업들의 선택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파미 올슨(Parmy Olson)은 AI 경쟁의 승부가 반드시 가장 강력한 모델에서만 갈리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개발자들이 실제로 어떤 모델을 채택하느냐가 또 다른 전략적 우위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CNBC 보도에 따르면 딥시크와 Z.ai 등 중국 모델은 오픈라우터(OpenRouter) 트래픽에서 2월 8일(현지시각) 이후 매주 30%를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고, 한때 46%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평균은 11%에 그쳤다.

딥시크는 얼마나 싸졌나

가격 격차가 이번 확산의 핵심 이유다. 올슨이 제시한 수치에 따르면 딥시크의 최신 주력 모델은 출력 토큰 100만 개당 약 0.87달러를 받는다. 반면 오픈AI는 약 30달러, 앤트로픽은 약 25달러를 부과한다. 단순 계산으로도 오픈AI가 딥시크보다 약 34배, 앤트로픽이 약 29배 비싼 셈이다.

오픈라우터의 저스틴 서머빌(Justin Summerville)은 CNBC에 중국 오픈소스 모델이 60~90% 더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이메일 분류, 간단한 답변 작성, 문서 요약, 고객 응대, 데이터 정리처럼 최고 성능 모델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업무가 많다는 점도 저가 모델 확산을 뒷받침한다. 코딩과 워크플로 자동화에 토큰을 대량으로 쓰는 팀일수록 매주 수천 달러의 컴퓨팅 비용이 쌓이기 때문에, 가격 민감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오픈라우터·버셀 트래픽으로 본 확산 속도 / AI 생성 이미지
오픈라우터·버셀 트래픽으로 본 확산 속도 / AI 생성 이미지

오픈라우터·버셀 트래픽으로 본 확산 속도

실제 사용량 데이터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프로그래머들의 모델 사용을 추적하는 클라우드 플랫폼 버셀(Vercel)에 따르면 딥시크의 트래픽 점유율은 5월 기준 1% 미만에서 17%로 뛰었다. 오픈라우터 역시 딥시크 사용량이 2026년 1월과 6월 사이 두 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샤오미(Xiaomi), 미니맥스(MiniMax), 텐센트(Tencent)의 중국 오픈소스 모델들도 구글과 오픈AI의 토큰 점유율을 일부 잠식했다.

다만 확산세를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오픈라우터 자체 트래픽은 전 세계 AI 트래픽의 약 3%에 불과하고, 스타트업과 독립 개발자 비중이 특히 높은 플랫폼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나타나는 이런 습관 변화는 향후 시장 판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초기 신호로 읽힌다.

앤트로픽 대신 딥시크로…실제 전환 사례와 남은 성능 격차

가격 차이가 실제 전환으로 이어진 사례도 나왔다. AI 에이전트 스타트업 린디(Lindy)의 최고경영자 플로 크리벨로(Flo Crivello)는 CNBC에 회사의 모든 트래픽을 앤트로픽 클로드(Claude)에서 딥시크로 옮겼다고 밝혔다. 그는 이 전환으로 수백만 달러를 절감했고, 일부 핵심 업무에서는 성능도 오히려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AI 추론 비용이 회사의 최대 지출 항목이 될 경우 브랜드 충성도가 얼마나 빠르게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성능 격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미국의 AI표준혁신센터(Center for AI Standards and Innovation)는 5월 딥시크의 V4 프로(V4 Pro) 모델을 평가한 결과, 사이버보안·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자연과학·추상적 추론·수학 등 영역에서 미국 선두 모델보다 약 8개월 뒤처진다는 결론을 냈다. 하지만 이 정도 격차는 모든 고객에게 결정적이지 않다. 최고 성능이 필요 없는 업무는 저렴한 모델로 돌리고, 정말 어려운 작업만 값비싼 프런티어 모델에 맡기는 방식으로 워크로드를 나누는 기업이 늘고 있다.

오픈AI·앤트로픽의 딜레마

가격 격차는 단순한 시장 이슈가 아니라 오픈AI와 앤트로픽 스스로 안고 있는 고민과도 맞물려 있다. 두 회사는 대량 사용자에 대해 실제 비용보다 낮은 가격을 보전해주는 구조를 유지해왔는데, 이제는 사용량만큼 지불하는 방식으로 가격 정책을 옮겨가는 동시에 각각 1조 달러 안팎의 기업가치로 상장(IPO)을 추진하고 있다. 런던의 한 스타트업 창업자는 월 200달러짜리 앤트로픽 클로드 맥스(Claude Max) 요금제를 쓰면서도, 회사가 프런티어 모델 가격을 5배 이상 올릴 수 있다는 우려를 올슨에게 전했다.

이런 비용 압박은 중국산 모델뿐 아니라 다른 방향에서도 오픈AI와 앤트로픽을 겨누고 있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도 오피스와 깃허브 코파일럿(GitHub Copilot)에서 자체 개발한 AI 모델 비중을 늘려 두 회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저가 중국 모델의 부상은 이런 비용 절감 흐름이 대형 플랫폼을 넘어 스타트업 진영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기술력만으로는 시장 우위를 지키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뜻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