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앞에서 대놓고 욕했는데 처벌 어렵다? 대법원이 모욕죄 아니라고 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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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상대방 부친만 들은 욕설, 대법 “공연성 인정 부족”
벌금 50만 원 원심 깨고 대전지법으로 파기환송

말다툼 중 상대방의 10대 아들에게 욕설을 했더라도 이를 들은 사람이 양측 가족뿐이었다면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10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최근 모욕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A 씨의 발언이 부적절한 욕설에 해당하더라도 형법상 모욕죄가 요구하는 ‘공연성’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사건은 2023년 5월 충남 서산에서 벌어졌다. A 씨는 토지 경계 문제로 B 군의 부친과 다투던 중 현장에 있던 B 군에게 “넌 뭐 하는 XX야”, “네가 저 XX 자식이냐”는 취지의 욕설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B 군은 15세였고 현장에는 B 군의 부친과 A 씨의 부모 등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 씨의 모욕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대낮 공개된 장소에서 욕설이 이뤄졌고 인근 주민이 이를 들었다는 취지의 진술 등을 근거로 공연성을 인정했다.

항소심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2심은 인근 주민 2명이 현장에 있었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그럼에도 A 씨 부모와 B 군의 부친이 욕설을 들은 사실은 인정된다며 모욕죄 성립을 인정했다. 항소심은 형량만 낮춰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부모만 들은 욕설, 공연성 인정될까

쟁점은 모욕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이었다. 형법 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여기서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그 내용을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욕설이나 모욕적 표현을 들은 사람이 한 명 또는 소수에 그치더라도 그 내용이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면 공연성이 성립할 수 있다. 반대로 특정한 소수에게만 발언이 전달됐고 전파 가능성이 낮다면 공연성이 부정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1·2심은 A 씨 부모가 욕설을 들었다는 점을 근거로 공연성을 인정했다. 피해자인 B군의 부친은 가족 관계상 전파 가능성이 낮다고 보면서도 A 씨 부모는 B 군과 특별한 관계가 없기 때문에 전파 가능성이 있는 특정 소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같은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욕설을 들은 사람이 B군의 부친과 A 씨의 부모뿐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A 씨 부모 입장에서 보더라도 아들이 다툼 중 거칠게 한 욕설을 그대로 주변에 옮길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법 “막연한 전파 가능성만으론 부족”

대법원은 개별적인 소수에게 한 발언에 대해 공연성을 인정하려면 막연히 전파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봤다. 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돼야 하며 검사가 이를 엄격하게 증명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공연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A 씨가 자신의 욕설이 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을 인식하고 이를 용인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모욕죄의 공연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파기환송심에서는 대법원 판단 취지에 따라 공연성 인정 여부가 다시 다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