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너무 올랐는데도 또 산다?…증시 상승장에서 기다리는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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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가격에도 매수가 이어지는 이유
"이미 너무 오른 것 아닌가."
주식이나 부동산, 가상자산 등 특정 자산의 가격이 가파르게 오를 때마다 나오는 말이다. 가격이 자산의 실적이나 수익성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이어져도 매수세가 좀처럼 끊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지금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확신해서라기보다 나중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자산의 적정 가치가 50만 원이라고 판단하면서도 100만 원에 매수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사람은 자산 자체가 100만 원의 가치가 있다고 믿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앞으로 누군가가 120만 원에 사줄 것으로 기대한다면 현재 가격도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다음 매수자 역시 150만 원에 넘길 수 있다고 판단하면 거래는 계속 이어진다.
가격이 오르는 동안에는 이런 선택이 합리적인 투자처럼 보일 수 있다. 먼저 매수한 사람은 실제로 수익을 내고, 이를 본 새로운 투자자는 상승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사람이 줄어드는 순간 상황은 달라진다. 투자시장에서 이 같은 거래 방식을 설명할 때 등장하는 개념이 ‘더 큰 바보 이론(Greater Fool Theor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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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사는 대신 다음 매수자를 기다린다
더 큰 바보 이론은 자산이 본질적 가치보다 비싸더라도 나중에 자신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사줄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고 믿고 매수하는 행동을 가리킨다. 이름은 다소 거칠게 들릴 수 있지만 특정 투자자를 비난하는 표현이라기보다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만으로 거래가 이어지는 구조를 설명하는 개념에 가깝다.
이 이론에서 투자자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자산이 앞으로 얼마의 이익을 낼 수 있는지가 아니다. 기업의 실적과 배당, 부동산의 임대 수익, 자산의 활용 가치보다 자신이 산 가격보다 더 비싸게 매수할 사람이 존재하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자산을 장기간 보유해 발생하는 수익보다 짧은 기간 안에 되팔아 얻는 차익에 판단의 중심이 놓이는 것이다.

투자자가 자산의 가치보다 다음 매수자의 선택에 기대기 시작하면 가격이 왜 올랐는지는 점차 중요하지 않게 된다. 충분한 분석 없이도 최근 가격이 계속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매수에 나서고, 앞으로도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격 상승이 매수의 '결과'인 동시에, 새로운 매수세를 유입시키는 '원인'이 되는 셈이다.
오른 가격이 다시 매수자를 부른다
더 큰 바보 이론이 작동하기 쉬운 환경은 가격이 빠르게 오르는 시장이다. 일반적인 상품은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지만 투자자산은 가격 상승이 오히려 새로운 수요를 불러오기도 한다. 가격이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앞으로도 오를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처럼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초기 투자자들이 수익을 거두면 주변 사람들의 관심도 커진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수익 인증과 후기가 빠르게 확산하고, 아직 매수하지 않은 사람은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불안을 느낄 수 있다. 자산에 대한 충분한 분석보다 다른 사람이 먼저 돈을 벌었다는 사실이 투자 판단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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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시장에 들어온 매수자가 늘어나면 가격은 다시 오른다. 상승한 가격은 기존 투자자의 판단이 옳았다는 인상을 주고 또 다른 사람의 참여를 이끌어 낸다. 자산의 수익성과 성장성이 개선돼 가격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추가 매수세가 붙는 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는 주변 사람을 따라 행동하려는 군중 심리가 크게 작용한다. 처음에는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계속되는 상승세를 보면서 판단을 바꿀 수 있다. 지금이라도 사야 한다는 생각이 커지면 자산의 적정 가격을 따지는 일은 뒤로 밀리기 쉽다.
매수자가 줄어들면 순환도 멈춘다
이 구조가 유지되려면 현재 가격보다 더 높은 값을 지불할 사람이 계속 나타나야 한다. 문제는 신규 매수자가 무한정 유입될 수 없다는 점이다.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인식이 퍼지거나 금리와 경기 상황이 달라지면 시장 참여자들은 이전보다 신중해질 수 있다.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면 거래량이 줄고 자산을 팔려는 사람은 늘어날 수 있다. 더 높은 가격에 되팔 수 있다는 전제가 흔들리면, 투자자들은 그제야 자산의 실제 수익성과 가치를 냉정하게 따져보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가격이 빠르게 조정되면 높은 가격에 매수한 투자자는 손실을 볼 수 있다.
흔히 이를 두고 마지막에 산 사람만 손실을 떠안는다고 표현하지만, 실제로는 고점 부근에서 매수한 뒤 하락 전에 처분하지 못한 다수의 투자자가 손해를 본다. 반대로 적절한 시점에 먼저 매도한 사람은 이익을 얻는다. 즉, 시장 참여자 모두가 손실을 보는 것은 아니지만, 그 수익이 자산의 가치 창출보다 자신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할 다음 매수자의 등장에만 의존한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구조가 될 수 있다.

모든 가격 상승이 거품은 아니다
자산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해서 더 큰 바보 이론이 항상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해 이익이 늘거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성장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부동산 주변의 교통과 생활 환경이 개선되는 등 가격 상승을 뒷받침할 만한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
금융시장은 현재의 실적뿐 아니라 앞으로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수익도 가격에 미리 반영한다. 현재 가격이 과거보다 크게 올랐더라도 미래 가치가 함께 높아졌다면 상승을 무조건 비정상적인 현상으로 볼 수 없다.
문제는 자산의 가치가 얼마나 올랐는지 정확하게 계산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같은 기업을 두고도 투자자마다 성장 가능성과 적정 가격을 다르게 판단한다. 따라서 단순히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자산을 거품이라고 단정하거나 투자자를 더 큰 바보 이론의 사례로 규정하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
더 큰 바보 이론은 특정 자산의 가격이 곧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도구도 아니다. 투자 판단이 자산의 가치에 근거하고 있는지, 가격 상승과 다음 매수자에 대한 기대에만 의존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편이 적절하다.
가격이 멈춰도 보유할 이유가 있는가
이 같은 거래의 위험을 줄이려면 매수 전에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가격이 더 이상 오르지 않더라도 해당 자산을 계속 보유할 이유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기업의 실적과 재무 상태, 배당 가능성, 부동산의 임대 수익이나 이용 가치처럼 가격 상승과 별개로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지가 중요하다.
수익을 기대하는 이유가 자산 자체에 있는지, 다른 사람이 더 비싸게 사줄 것이라는 기대에만 있는지도 구분해야 한다. 매수 이유를 설명할 때 최근 계속 올랐기 때문이나 주변 사람들이 모두 사고 있기 때문이라는 답만 나온다면 가격의 흐름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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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예상과 반대로 움직일 때 감당할 수 있는 손실 규모와 보유 기간도 미리 생각해 두는 것이 좋다. 시장의 상승세가 이어질 때는 위험이 잘 보이지 않지만 거래가 줄고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원하는 가격과 시점에 자산을 처분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바보 이론의 핵심은 누가 더 현명하고 어리석은지를 가리는 데 있지 않다. 자산을 사는 이유가 실제 가치와 수익 가능성에 있는지, 아니면 나중에 나타날 다음 매수자의 선택에만 기대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가격이 오르는 동안에는 두 방식의 차이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상승세가 멈추는 순간 그 차이는 투자 결과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