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서 생존 위협받고 있다" 김세의 주장, 과연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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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헌 변호사 "과장된 표현"
배우 김수현에 대한 허위 사실 유포 혐의 등으로 구속된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가 "보관금이 가압류돼 생수와 휴지, 치약, 의약품조차 살 수 없어 생존의 위협을 느낀다"고 주장한 데 대해 한장헌 변호사가 "과장된 표현"이라고 반박했다. 밥과 물, 휴지 등 최소한의 생활에 필요한 물품은 국가가 기본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13일 방송된 YTN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진행 박귀빈 아나운서)에 출연해 김 대표 주장을 조목조목 짚었다. 김 대표는 앞서 "보관금이 가압류돼 두루마리 휴지 두 통만 남았고 의약품도 살 수 없다. 이대로면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는 취지로 호소한 바 있다.
한 변호사는 "보관금이 없어서 아예 아무것도 사용하지 못해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면 우리나라 교정 행정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며 "그렇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삼시 세끼 밥이나 건강에 중대한 문제가 있을 때 필요한 의약품 같은 것은 모두 제공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긴 하다"며 판단에 신중을 기했다.
김 대표가 언급한 영치금은 최근 보관금으로 명칭이 바뀐 제도다. 한 변호사는 "수용자가 교도소나 구치소 안에서 쓸 수 있는 개인 돈을 국가가 대신 보관해 준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체포·구속 당시 지니고 있던 현금이나 지인·친척이 넣어준 돈이 별도로 생성되는 보관금 계좌에 묶여 관리된다. 다만 은행 예금과 달리 이자가 붙지 않고 단순 보관만 한다. 인출이나 송금도 어렵다. 물품을 사려면 방마다 비치된 양식지에 구매 품목을 적어 신청해야 한다. 한 변호사는 "예금보다 훨씬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했다. 계좌 보관 한도는 400만원으이다. 이를 넘는 돈은 자동으로 수용자의 일반 계좌로 넘어간다.
관건은 보관금이 없거나 압류된 경우 생활이 가능한지다. 한 변호사는 군대를 예로 들었다. 그는 "군대에서 훈련소에 들어가면 군복이나 속옷, 비누, 샴푸 같은 것을 기본으로 지급하지 않느냐"며 "구치소 안에서도 그런 물품이 지급된다"고 말했다. 휴지처럼 정기적으로 주어지는 물품도 있다. 보관금은 이 기본 지급을 넘어 더 나은 이불이나 옷, 더 맛있는 음식 등 개인의 기호에 맞는 생활을 하기 위해 쓰는 돈이라는 설명이다. 수용자들은 훈제 닭고기나 소시지 같은 간식, 재질이 좋은 담요, 우표, 기호에 맞는 약품 등을 주로 구매한다고 한 변호사는 전했다.

보관금이 아예 없는 수용자를 가리키는 은어도 있다. 한 변호사는 "그런 이들을 속칭 '법자'라고 부른다. '법무부의 자식'이라는 뜻"이라며 "가족이나 지인이 없어 보관금을 넣어줄 사람이 없는 경우"라고 했다. 이어 "제도적으로는 밥과 의약품, 정기 지급되는 휴지 등 인간적인 생활에 필요한 것은 주어진다"며 "거기도 사람 사는 사회이기 때문에 그런 이들은 화장실 청소나 설거지를 도맡는 식으로 돈이 없는 불리함을 극복하기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용 시설 물가는 다소 올랐다는 게 한 변호사의 전언이다. 그는 "직접 조사하지는 못했다"고 전제하면서 "의약품은 가격 방어가 됐고 오히려 조금 떨어진 품목도 있는 것 같다. 다만 음식류와 간식류를 포함한 전체 물가는 4, 5% 정도 오른 것으로 체감된다고 전해 들었다"고 했다. 통상적인 생활비 규모에 대해서는 "방에서 공동으로 구매하는 비용이 1인당 평균 20만원, 개인적으로 넉넉하게 쓰는 경우 15만~20만원 정도"라며 "안에서 다소 호사를 누린다고 하면 통틀어 50만원 정도 쓰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월 사용 한도가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하루 2만~3만원까지 쓸 수 있어 한 달로는 100만원 안쪽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의 보관금이 묶인 것은 채권자의 가압류 때문이다. 한 변호사는 "채권자라면 누구나 가압류를 할 수 있다"며 "범죄 피해자는 손해배상 채권을 갖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가압류가 인정되려면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 그는 "'피보전권리'는 채무자에게 받을 돈이 있다는 것이고, '보전의 필요성'은 민사 소송이 1~2년씩 걸리는 동안 채무자의 돈을 묶어두지 않으면 나중에 승소하더라도 받을 수 없다는 사정"이라며 "이런 요건을 설명하면 법원이 인용해 준다"고 했다.
일반 은행 예금은 최저생계비만큼 압류가 금지되지만 보관금은 다르다. 한 변호사는 "최저생계비가 원래 185만원이었다가 올해 250만원으로 늘었는데, 이는 예금에 해당하는 규정"이라며 "보관금은 법적 성격이 예금이 아니라 국가가 별도의 법적 근거로 보관해 주는 돈이라, 원칙적으로 전부 가압류·압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완화 장치가 있다. 한 변호사는 민사집행법 264조 3항을 직접 인용해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하면 채권자와 채무자의 생활 형편,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해 압류 명령의 전부 또는 일부를 취소하거나 압류 금지 채권에 대해 압류 명령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가 피해자가 압류한 보관금에 대해 10만원 한도 내에서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신청하자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사례가 있다. 한 변호사는 "나쁜 사람이라고 무조건 괴롭히기만 하겠다는 시각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반대로 사회적 해악이 큰 사건에서는 인용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진행자가 "조주빈도 보관금이 압류돼 볼펜 한 자루도 못 사 살이 빠졌다는 기사가 있다"고 언급하자, 한 변호사는 "그 사안은 잘 몰랐다"며 "압류 범위 변경 신청 제도를 몰랐거나 법원이 허가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사회적 해악이 너무 큰 사람이라면 국민 법 감정 때문에 법원도 쉽게 허가하기 어려운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의 보관금을 가압류한 사람은 유튜버 은현장 씨로 알려졌다. 한 변호사는 은 씨가 "김 대표가 다른 수용자의 보관금 계좌를 차명으로 이용하면 형사 고소하겠다"는 취지로 언급했다는 점을 전하면서 이런 식으로 보관금을 우회해 받으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타인 명의로 계좌를 이용하면 금융실명법 위반이 될 수 있고, 가압류를 회피하려는 수단이라면 재산을 은닉해 강제집행을 방해하는 강제집행 면탈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관금이 거액 자금 관리 통로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례를 언급하며 "지난 4월 수감 기간 중 영치금이 12억원 넘게 입금됐다가 한도에 따라 대부분 출금돼 논란이 됐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보관금은 재소자들이 소시지 사 먹는 정도의 돈으로 여겨져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제도적으로 완비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거액에 대한 증여세를 어떻게 부과할지, 정치인의 경우 정치자금법 관련 문제는 없는지 등을 입법적으로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 같은 범죄자인데 보관금에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나타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는 청취자 의견에 한 변호사는 "인간관계는 권력관계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다"며 "그 안에서도 돈이 있으면 아무래도 그런 면이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