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공원' 주연, 78세로 세상 떠났다…마지막 인터뷰서 남긴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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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암 이겨냈다더니 갑작스런 비보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알란 그랜트(오른쪽) 역을 맡은 샘 닐. / 유튜브 채널 'Universal Pictures At Home'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알란 그랜트(오른쪽) 역을 맡은 샘 닐. / 유튜브 채널 'Universal Pictures At Home'

1992년 개봉한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알란 그랜트 박사 역을 맡았던 뉴질랜드 출신 배우 샘 닐이 13일(현지 시각) 세상을 떠났다. 향년 78세. '쥬라기 공원'은 제작비 6300만 달러를 들여 전 세계에서 10억 2900만 달러의 수익을 내는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했는데 그 중심에는 샘 닐이 있었다.

샘 닐의 유족은 이날 성명을 통해 “샘 닐이 이날 호주 시드니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유족은 그의 죽음이 지병이었던 암으로 인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샘 닐은 2022년 희귀 혈액암인 3기 혈관면역모세포성 T세포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2023년 출간한 회고록에서 약 1년간 항암 치료를 받아온 사실을 공개했다.

샘 닐은 1947년 북아일랜드 오마에서 영국인 어머니와 뉴질랜드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1954년 뉴질랜드로 이주했다.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지만 1년 만에 진로를 바꿔 캔터베리대학교 연극 무대에 오른 것을 계기로 연기에 입문했다. 이후 웰링턴의 다운스테이지 시어터에서 직업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1977년 영화 ‘슬리핑 독스’가 그의 출세작이었다. 이 작품은 미국에서 개봉한 최초의 뉴질랜드 영화로 기록됐다.

이어 ‘나의 화려한 인생’ ‘오멘 3: 심판의 날’ ‘포제션’ ‘어둠 속의 외침’ ‘붉은 10월’ 등에 출연하며 국제적인 배우로 성장했다. 1986년에는 로저 무어의 뒤를 이을 제임스 본드 후보로 스크린 테스트까지 받았으나, 배역은 티머시 돌턴에게 돌아갔다.

'쥬라기 공원'에서 공룡 트리케라톱스에 몸을 기댄 그랜트 박사. / 유튜브 채널 'Movieclips'
'쥬라기 공원'에서 공룡 트리케라톱스에 몸을 기댄 그랜트 박사. / 유튜브 채널 'Movieclips'

세계적인 명성을 안긴 작품은 1993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 공원’이었다. 원래 해리슨 포드에게 제안됐던 고생물학자 앨런 그랜트 역을 맡아 영화의 중심을 잡았다. 영화 속 그랜트 박사는 소설과 달리 기계에 서툰 인물로 설정돼, 안전벨트도 제대로 매지 못하고 공원 전력이 나가자 "내가 또 뭘 손댔나?"라고 자학하는 장면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같은 해 제인 캠피언 감독의 ‘피아노’에서는 뉴질랜드 정착민 앨리스데어 스튜어트를 연기하며,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넘나드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이후 '쥬라기 공원 3’과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에서 앨런 그랜트 역을 다시 맡았고, ‘이벤트 호라이즌’, ‘매드니스’, ‘바이센테니얼 맨’, ‘더 디시’, ‘내 인생 특별한 숲속 여행’ 등에도 출연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그는 50여 년의 배우 생활 동안 150편 이상의 작품에 출연했다. 1991년 연기 공로로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고, 2022년에는 기사 작위를 받아 '경' 칭호를 얻었다.


샘 닐은 2023년 진행된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죽는 것이 두렵지는 않지만, 죽는다면 짜증은 날 것 같다”며 “앞으로 10년이나 20년을 더 살면서 손주들이 자라는 모습과 농장의 나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