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더부룩하면 이걸 찾는다”…한국인에게는 낯선 이란의 민트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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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식 소화의 비결, 민트가 일상 식탁을 사로잡다
민트차부터 증류액까지, 이란의 전통 허브 문화

한국에서는 속이 불편하거나 소화가 잘되지 않을 때 따뜻한 매실차나 생강차를 찾는 사람이 많다. 식사를 많이 한 날에는 소화제를 먹거나 따뜻한 물을 마시기도 한다.

그런데 이란에서는 비슷한 상황에 자주 등장하는 향이 있다. 바로 민트다.

이란어로 민트는 '나나(نعناع, na'nā)'라고 부른다. 민트는 이란에서 단순히 음식 위에 올리는 장식용 허브가 아니다. 신선한 잎은 식탁에 올라가고, 말린 민트는 음식과 차에 사용된다. 일부 가정에서는 식사 후 배가 더부룩하거나 속이 불편할 때 민트를 우린 따뜻한 차를 마시기도 한다.

한국인에게 민트가 치약이나 껌, 아이스크림을 먼저 떠올리게 하는 향이라면, 이란인에게는 매일 먹는 음식과 집에서 활용하는 친숙한 허브에 더 가깝다.

민트차와 요구르트 음식, 신선한 허브 등 이란 식탁의 다양한 민트 활용법.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민트차와 요구르트 음식, 신선한 허브 등 이란 식탁의 다양한 민트 활용법.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이란에서는 배가 더부룩할 때 민트를 찾는다

기름진 음식이나 많은 양의 식사를 한 뒤 배에 가스가 차거나 속이 무겁게 느껴질 때 이란에서는 민트를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말린 민트 잎에 뜨거운 물을 붓고 잠시 우려 마시는 것이다. 집에 신선한 민트가 있다면 잎을 따뜻한 물에 넣기도 하고, 홍차에 민트를 곁들여 향을 더하기도 한다.

가정에 따라 설탕이나 꿀을 조금 넣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넣지 않고 민트 특유의 향을 그대로 즐기는 사람도 있다. 민트 향이 강한 차를 마시면 입안에 시원한 느낌이 남는다. 무거운 식사 뒤 입안을 개운하게 하고 싶을 때도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다.

다만 모든 이란인이 같은 방식으로 민트를 마시는 것은 아니다. 지역과 가정에 따라 사용하는 민트의 종류와 마시는 방법은 다르다.

신선한 민트와 말린 민트를 우려 만든 따뜻한 민트차.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신선한 민트와 말린 민트를 우려 만든 따뜻한 민트차.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이란 가정에서 더 익숙한 ‘민트 증류액’

한국인에게 특히 낯설 수 있는 것은 이란의 '아라게 나나(عرق نعناع, aragh-e na'nā)'다. 아라게 나나는 민트의 향과 성분을 물에 담아 증류한 전통적인 허브 증류액이다. 한국의 민트차처럼 잎을 뜨거운 물에 직접 우리는 방식과는 다르다.

이란에서는 식사 후 속이 더부룩하거나 배에 가스가 찬 것처럼 느껴질 때 소량을 물에 희석해 마시는 가정이 있다. 사람에 따라 그대로 조금 마시거나 물과 섞고, 단맛을 더하기도 한다.

이란의 슈퍼마켓이나 전통 허브 상점에서는 민트뿐 아니라 장미, 버드나무꽃 등 여러 식물을 이용한 다양한 허브 증류액을 볼 수 있다.

이란 사람들에게 이러한 제품은 특별한 유행 식품이라기보다 오랫동안 생활 속에서 사용해 온 친숙한 식문화의 일부다.

이란 상점에 진열된 전통 민트 증류액 ‘아라게 나나’의 모습.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이란 상점에 진열된 전통 민트 증류액 ‘아라게 나나’의 모습.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차뿐만 아니다…이란 식탁 곳곳에 등장하는 민트

민트는 속이 불편할 때만 찾는 재료도 아니다. 이란에서는 신선한 민트와 바질, 파슬리, 타라곤 등 여러 허브를 한 접시에 담아 식사와 함께 먹는 문화가 있다. 이를 ‘사브지 호르단(Sabzi Khordan)’이라고 한다.

한국 식탁에서 상추와 깻잎을 고기와 함께 먹는 것처럼, 이란에서는 신선한 허브를 빵이나 치즈, 호두 등과 곁들여 먹는다.

말린 민트도 다양한 음식에 사용된다. 이란식 요구르트 음료인 ‘두그(Doogh)’에는 말린 민트를 넣는 경우가 많다. 차갑고 새콤한 요구르트 맛에 민트의 상쾌한 향이 더해진다.

오이와 요구르트를 섞어 만드는 ‘마스트 오 히아르(Mast-o Khiar)’에도 말린 민트가 자주 들어간다. 한국의 오이냉국과는 다르지만, 더운 날 시원하게 먹는 음식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민트는 이란에서 차 한 잔을 넘어 음료와 반찬, 허브 접시까지 다양한 형태로 식탁에 등장한다.

여름에는 차갑게 마시기도 한다

민트를 활용한 이란 음료 가운데는 ‘샤르바테 나나(Sharbat-e Na’nā)’도 있다. 민트와 물, 설탕 등을 이용해 만드는 시원한 음료로, 더운 여름에 차갑게 마신다. 민트 특유의 상쾌한 향 때문에 더운 날 즐기는 전통 음료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란에는 민트와 식초, 설탕이나 꿀을 함께 사용하는 전통 시럽 ‘세칸자빈(Sekanjabin)’도 있다. 물에 희석하고 얼음과 오이를 넣어 차갑게 마시거나 상추와 곁들이기도 한다. 민트를 따뜻한 차로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계절과 상황에 따라 따뜻하거나 차가운 음료로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민트와 식초, 당류를 활용해 차갑게 마시는 이란 전통 음료 ‘세칸자빈’.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민트와 식초, 당류를 활용해 차갑게 마시는 이란 전통 음료 ‘세칸자빈’.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민트가 배를 편안하게 만든다는 말, 과학적 근거는 있을까

민트가 소화에 좋다는 인식은 이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페퍼민트에 포함된 성분은 위장관의 근육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연구돼 왔다. 특히 페퍼민트 오일은 장의 경련을 완화하는 진경제로 사용되기도 한다.

미국 국립보완통합건강센터(NCCIH)에 따르면 장에서 녹도록 만든 페퍼민트 오일 캡슐은 일부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의 복통과 복부 팽만, 가스 등의 증상을 단기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도 페퍼민트 오일을 복부 경련과 복부 팽만, 가스 증상을 완화하는 데 사용하는 진경제의 하나로 설명한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연구에서 주로 다룬 것은 일정한 양으로 제조한 페퍼민트 오일 캡슐이다. 이란 가정에서 마시는 민트차나 민트 증류액이 같은 효과를 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민트차는 오랫동안 이어진 생활 습관이자 식문화에 가깝고, 의약품이나 질병 치료를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쉽게 만들어 마실 수 있다

이란식 민트 활용법을 경험하기 위해 특별한 재료를 준비할 필요는 없다.

말린 페퍼민트 잎이나 민트 티백을 컵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뒤 5~10분 정도 우리면 된다. 향이 너무 강하게 느껴진다면 물을 더 넣고, 취향에 따라 꿀을 조금 더할 수 있다.

신선한 민트가 있다면 깨끗하게 씻은 잎 몇 장을 뜨거운 물에 넣어도 된다.

카페인이 없는 허브차를 찾는 사람이라면 식사 후 따뜻하게 즐길 수 있다. 다만 속이 불편한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민트차를 치료 목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새로운 차 문화로 가볍게 경험하는 것이 좋다.

평소 위산 역류나 속쓰림이 있는 사람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민트가 일부 사람에게는 오히려 역류 증상이나 속쓰림을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통이나 복부 팽만이 심하거나 오랫동안 반복된다면 차에만 의존하지 말고 의료진의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민트 맛’, 이란에서는 일상 속 허브

한국에서 민트는 오랫동안 치약이나 껌을 떠올리게 하는 향이었다. 최근에는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을 나누는 ‘민초 논쟁’의 주인공으로도 익숙하다.

하지만 이란에서 민트는 조금 다른 위치에 있다.

식탁 위 신선한 채소가 되고, 요구르트에 들어가는 향신료가 되며,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음료로 변한다. 식사 후 속이 무겁게 느껴지는 날에는 따뜻한 차나 전통 허브 증류액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한국의 매실차와 생강차가 단순한 음료를 넘어 오랫동안 이어진 생활 습관인 것처럼, 이란의 민트 역시 음식과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재료다.

다음에 식사를 마친 뒤 따뜻하고 향긋한 차 한 잔이 생각난다면, 이란 사람들에게 익숙한 민트차를 가볍게 경험해 보는 것도 새로운 선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