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뼈 골절 장애인 학대 의혹, 다시 세종시청 앞에 섰다
작성일
장애인단체·김예지 의원실, 14일 세종시청 앞서 철저한 재수사 촉구
사진만으로 폭행·골절 원인 단정 어려워…의료기록상 전치 12주 중상은 확인
진술조력인 없는 조사 논란, 경찰 재수사가 장애인 인권수사 시험대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의사소통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이 거주시설에서 중상을 입었는데도 수사가 한 차례 종결된 사건이 다시 세종 지역의 장애인 인권 문제로 떠올랐다. 쟁점은 단순히 누가 때렸는지를 넘어, 장애인의 진술과 의료기록, 전문기관 판단을 수사기관이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에 있다.
김예지 국회의원실과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7월 14일 오후 세종시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종시 장애인 거주시설 ‘해뜨는집’ 발달장애인 학대 의혹 사건의 철저한 재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학대 행위 의심자 송치, 세종시의 행정처분 재검토, 장애인 거주시설 전수조사 등을 요구했다. 
이날 현장 사진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 당사자와 활동가, 시민들이 “장애인 거주시설 장애인학대 사건의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발달장애인 폭행 사건 철저히 재수사하라”, “조력 없는 무혐의 수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손팻말을 들고 선 모습이 담겼다.
사진 속 현장 게시물에는 피해 추정 부위 사진과 함께 “지난해 세종시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40대 지적장애인이 온몸의 뼈가 부러지는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었다”는 주장이 적혀 있었다. 다만 사진만으로 폭행 여부나 골절의 원인을 의학적으로 확정할 수는 없다. 골절과 상해의 원인은 진단서, 영상의학 자료, 진료기록, 피해자 진술, 목격자 진술, 시설 내 기록, 수사 결과를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현재까지 외부 보도로 확인되는 사실은 피해자로 지목된 40대 중증장애인 A씨가 병원에서 갈비뼈 골절 등 전치 12주 진단을 받았다는 점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A씨는 세종시의 한 지적장애인 거주시설에 입소해 있던 지난해 1월 몸에서 멍이 발견됐고, 병원에서 갈비뼈 골절 등 전치 12주 진단을 받았다.
대전CBS 보도에 따르면 A씨에게 갈비뼈 골절과 요추 압박골절 등 신체 상해가 확인됐고, 세종시장애인권익옹호기관 신고와 세종시 합동조사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옹호기관은 이를 신체학대로 판정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며, 세종시는 뒤늦게 시설에 개선명령 처분을 내린 것으로 보도됐다.
반면 경찰은 처음 수사에서 가해자를 특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사건을 입건 전 종결했다. 이후 A씨 가족이 이의신청을 냈고, 세종경찰청은 지난 5월 6일부터 사건을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당시 A씨 조사 과정에서 장애인 진술 조력자가 동석하지 않은 점이 미흡했다고 인정하고 보완 수사 방침을 밝혔다.
이 대목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다. 장애인 학대 의혹 사건에서 피해자가 발달장애인이거나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으면 일반 사건과 같은 방식의 진술 조사만으로 실체를 밝히기 어렵다. 질문 방식, 조사 환경, 조력인 동석 여부, 반복 진술의 부담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를 놓치면 피해 진술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배제되고, 사건은 증거 부족으로 닫힐 수 있다.
장애인단체는 그동안 경찰의 초동수사가 부실했다고 주장해 왔다.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지난 5월에도 세종북부경찰서 앞에서 집회를 열고 “진술 조력인 없이 조사가 진행됐다”며 무혐의 종결을 비판했다. 당시 경찰은 부상이 학대에 의한 것인지 다른 원인인지 명확한 혐의점을 찾기 어려웠다고 설명하면서도, 조사 절차의 미흡함을 인정하고 재수사에 착수했다.
전문기관과 경찰 판단이 엇갈렸다는 점도 논란을 키웠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학대 의심 판단을 내렸지만, 경찰은 직접 증거 부족을 이유로 사건을 종결했다. 세종시도 조사에 참여했음에도 행정처분이 늦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전CBS 보도에 따르면 세종시는 옹호기관의 학대 판정 이후 약 1년 가까이 지난 올해 2월 개선명령을 내렸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형사처벌을 위해 가해자와 행위, 고의성, 상해 발생 경위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의혹만으로 기소 의견을 낼 수는 없다. 그러나 장애인 거주시설처럼 폐쇄성이 강한 공간에서는 피해자가 직접 구조를 요청하기 어렵고, 외부 증거도 제한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초동조사 단계에서 장애 특성을 반영한 절차가 더 중요하다.
세종시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장애인 거주시설은 단순한 민간 생활공간이 아니라 공적 지원과 행정 관리가 결합된 복지시설이다. 시설 안에서 중대한 상해가 발생했다면 형사수사와 별도로 관리·감독 기관은 안전관리 체계, 종사자 배치, CCTV나 사고기록 관리, 피해자 분리 보호, 재발 방지 조치를 점검해야 한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이 시설 전수조사를 요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시설의 사건으로만 끝낼 것이 아니라, 세종시 관내 장애인 거주시설 전반의 인권침해 위험을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거주시설 내 학대는 한 번 드러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피해 당사자가 문제를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다만 수사와 보도는 신중해야 한다. 현재 사건은 재수사 단계다. 경찰이 어떤 결론을 낼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시설 관계자나 특정 개인의 형사책임도 법적 절차를 거쳐 판단돼야 한다. 언론은 장애인단체의 문제 제기와 피해자 측 주장, 경찰의 수사상 한계 설명, 세종시의 행정책임을 구분해 다뤄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전치 12주 중상이 확인된 장애인이 거주시설 안에 있었다면, 국가는 그 상해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끝까지 설명해야 한다. 피해자가 발달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진술의 신빙성을 낮게 보거나, 조력 없는 조사로 사실관계를 흐리게 만들었다면 재수사는 단순한 절차 반복에 그쳐서는 안 된다.
경찰은 재수사에서 의료기록과 상해 발생 시점, 시설 관계자 근무기록, 당시 입소자 진술, 장애 특성을 반영한 보완조사를 종합해야 한다. 세종시는 수사 결과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시설 관리·감독 체계와 피해자 보호 조치를 별도로 점검해야 한다.
세종시청 앞 기자회견은 한 사건의 재수사를 요구하는 자리를 넘어 장애인 거주시설의 폐쇄성과 인권 사각지대를 다시 묻는 현장이 됐다. 이번 재수사가 피해자의 상해 원인과 수사 절차의 문제를 명확히 밝히고, 장애인이 시설 안에서도 시민으로 보호받는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