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마다 삼계탕집 줄 서기 지친다면…눈 돌릴 만한 대체 보양식
작성일
삼계탕 가격·긴 대기줄에 대체 보양식 관심
장어·오리·찜닭·전복 등 선택지 확대
초복을 맞아 몸보신에 나서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삼계탕집 긴 줄과 치솟은 가격에 다른 보양식을 찾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15일은 본격적인 여름 더위의 시작을 알리는 초복이다. 예부터 복날에는 더위에 지친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뜨거운 삼계탕을 먹는 풍습이 이어져 왔다. ‘이열치열’이라는 말처럼 뜨거운 국물과 닭고기로 땀을 내면서 더위를 이겨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문제는 초복 당일마다 삼계탕 전문점에 손님이 한꺼번에 몰린다는 점이다. 점심시간이 되기 전부터 대기 줄이 생기고 인기 매장은 재료가 일찍 소진되기도 한다. 몸보신을 하겠다고 나섰다가 무더위 속에서 오랜 시간 기다리며 오히려 지치는 상황도 벌어진다.
가격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지역 삼계탕 평균 가격은 올해 5월 1만 8154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1만 7654원보다 2.8% 오른 수준이다. 2022년 5월 1만 4577원과 비교하면 3년 만에 3500원 이상 상승했다.
이처럼 가격과 대기 시간이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복날 음식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삼계탕 한 그릇만 고집하기보다 장어와 오리 요리, 찜닭, 치킨, 전복 등 각자의 입맛과 형편에 맞는 메뉴를 선택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삼계탕 대신 장어·오리·찜닭

장어는 삼계탕을 대신할 대표적인 복날 음식으로 꼽힌다. 장어구이는 가격대가 높은 편이지만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나눠 먹기 좋고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해 보양식이라는 인식도 강하다. 최근에는 장어덮밥과 장어초밥처럼 1인분으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도 늘었다.
대형마트와 유통업계도 초복을 겨냥해 장어 관련 제품을 앞세우고 있다. 손질 민물장어와 통장어구이, 장어덮밥, 복장어초밥 등을 할인하거나 델리 상품으로 선보이며 삼계탕에 몰리던 수요를 끌어오고 있다. 집에서 굽기만 하면 되는 간편식도 많아 외식 대기 시간을 피하려는 소비자에게 선택지가 되고 있다.
오리 요리도 복날 대체 메뉴로 주목받는다. 오리백숙과 훈제오리, 오리불고기, 북경오리 등 조리 방식이 다양해 여러 사람이 함께 먹기 좋다. 뜨거운 국물이 부담스럽다면 훈제오리나 오리구이처럼 비교적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캐치테이블이 공개한 ‘여름 보양식 소비 트렌드’에 따르면 올해 7월 1일부터 15일까지 북경오리 검색량은 전월 대비 23% 증가했다. 삼계탕과 장어 외에도 다양한 오리 요리가 복날 대체 메뉴로 관심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찜닭과 닭갈비도 삼계탕을 대신하기 좋은 음식이다. 같은 닭고기를 사용하지만 국물 요리보다 양념 맛이 강하고 여러 명이 함께 먹기 편하다. 젊은 층 사이에서는 뜨거운 삼계탕보다 익숙하고 부담 없는 외식 메뉴라는 점에서 선호도가 높다.
닭 요리 검색도 삼계탕에만 집중되지 않는 모습이다. 여름철에는 ‘삼계탕’보다 ‘닭’이라는 넓은 키워드로 음식을 찾는 경우가 더 많다. 치킨과 찜닭, 닭갈비, 닭꼬치 등 다양한 닭 요리가 새로운 복날 메뉴로 자리 잡고 있다.
치킨 역시 복날 특수를 누리는 대표 음식이 됐다. 일부 치킨집에서는 복날 판매량이 평소 주말의 두 배 이상으로 늘기도 한다. 더운 날 뜨거운 국물을 먹기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이 치킨과 맥주 또는 치킨과 냉면처럼 익숙한 조합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전복도 초복 식탁에 자주 오르는 재료다. 전복죽과 전복밥, 전복버터구이, 전복찜 등 조리법이 다양하고 집에서도 비교적 간단하게 준비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나눠 먹기 좋고 해산물 보양식이라는 이미지도 강해 삼계탕 대체 메뉴로 손색이 없다.
1만원 이하로 즐기는 초복 보양식

외식 물가가 오르면서 ‘가성비 초복’을 찾는 수요도 늘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민물장어와 오리, 닭고기를 활용한 도시락과 버거, 삼각김밥 등을 1만원 이하 가격으로 내놓고 있다. 삼계탕 한 그릇 가격보다 저렴하게 보양식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민물장어와 오리, 함박스테이크를 함께 담은 도시락이나 삼계 버거, 장어 삼계밥, 장어 초밥형 도시락처럼 기존 보양식의 구성을 바꾼 제품도 등장했다. 혼자 식사하는 직장인이나 학생에게는 별도의 대기 없이 빠르게 먹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복날 소비 방식도 요일과 동행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평일에는 직장 동료와 점심시간에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닭 요리가 강세를 보인다. 주말에는 가족이나 지인과 시간을 내 장어 전문점이나 오리 요리 식당을 찾는 비중이 커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 같은 변화는 복날을 바라보는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초복이면 삼계탕을 먹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먹고 싶은 보양식을 먹는 날’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다. 보양식의 종류보다 누구와 무엇을 먹느냐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영양 측면에서도 특정 음식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닭고기와 오리고기, 장어, 전복 등은 모두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식재료다. 여기에 채소와 과일, 충분한 수분을 곁들이면 무더위로 지친 몸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보양식을 먹는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기름지고 짠 음식을 한꺼번에 많이 먹는 것은 피하는 편이 좋다. 더위로 소화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과식이 속 더부룩함과 피로를 키울 수 있다. 장어구이와 치킨, 오리구이 등을 먹을 때는 채소와 함께 적당량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뜨거운 삼계탕을 먹는 전통에는 더위를 이겨내려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그렇다고 초복 보양식이 반드시 삼계탕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긴 줄과 높은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장어와 오리, 찜닭, 치킨, 전복처럼 자신의 입맛과 예산에 맞는 음식을 고르는 것도 충분한 몸보신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