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파산 위기 넘기나… 메리츠·MBK, 2000억 자금 조달 극적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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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교착 상태 끝내고 MBK 전액 보증, 메리츠 대출로 극적 합의

파산 위기에 놓였던 홈플러스가 극적으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동안 긴급 운영자금 2000억 원 조달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여온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 메리츠금융그룹이 15일 오후 자금 지원에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4일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입구에 휴업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 뉴스1
지난 14일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입구에 휴업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 뉴스1

합의된 구조는 메리츠가 2000억 원 규모의 긴급 회생자금(DIP·Debtor-In-Possession) 대출을 실행하고, MBK가 이 대출금 전액에 대해 보증을 서는 방식이다. 그동안 대출 조건과 대주주 책임 범위를 놓고 맞서온 양측이 자금 공급과 보증을 나눠 맡는 형태로 절충점을 찾은 셈이다.

홈플러스 일반노동조합 측은 자금 조달 문제가 조금 전 타결됐다고 밝히며, 16일 아침 메리츠금융이 이사회를 열어 추가로 필요한 1000억 원을 더 대기로 해 총 2000억 원의 회생 자금이 들어오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전했다. 특히 그동안 쟁점이 됐던 보증 문제와 관련해서는 김병주 MBK 회장이 2000억 원 전액에 대해 보증을 서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왜 여기까지 왔나… 석 달을 끈 책임 공방

이번 합의는 오랜 교착 상태를 뚫고 나온 결과다. 메리츠는 그동안 홈플러스에 운영자금을 추가로 공급하려면 경영권을 행사해 온 대주주 MBK가 실질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채권자가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만큼 대주주도 보증이나 책임자본 투입으로 위험을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반면 MBK는 홈플러스 회생을 위해서는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가 우선 DIP 금융을 제공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특히 양측은 보증 범위를 놓고도 이견을 보였는데, MBK는 당초 메리츠가 공급하는 2000억 원 중 1000억 원에 대해서만 보증하는 방안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는 신규 대출 전액에 대한 대주주 책임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MBK가 보증 범위를 2000억 원 전액으로 확대하고 메리츠가 같은 금액의 대출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전되면서 접점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 압박도 한몫

정치권과 정부의 압박도 양측의 입장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MBK와 메리츠를 상대로 국회 청문회를 추진하며 대주주와 채권자의 책임 있는 역할을 요구해 왔다.

1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열린 홈플러스 노동자·상인 총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스1
1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열린 홈플러스 노동자·상인 총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스1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을지로위원장도 이날 오후 서울에서 열린 '홈플러스 노동자·상인 총궐기대회'에 참석해 자금 조달 문제 해결을 공식화했다. 민 위원장은 오전 중 마트노조 지도부와 긴밀히 협의했다고 밝히며, 내일(16일) 중으로 2000억 원 문제가 해결돼 홈플러스의 파산을 막고 본격적인 회생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해 현장에 모인 조합원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앞서 전날인 14일에는 대통령실에서 김용범 정책실장 주재로 홈플러스 사태 관련 비공개 간담회도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관계부처와 정치권 인사들이 참석해 긴급 운영자금 조달과 홈플러스 회생 방안을 논의했으며, 정부가 직접 재정을 투입하기에 앞서 MBK와 메리츠가 각각 대주주와 최대 채권자로서 책임을 분담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절차와 남은 변수

서울회생법원은 앞서 홈플러스에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하면서도, 즉시항고 기한 내에 2000억 원을 조달할 경우 이를 취소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 그동안 MBK와 메리츠 간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며 파산 우려가 고조되자, 노조는 용산 대통령실과 국회, MBK 본사 등을 돌며 회생절차 연장을 촉구하는 총력 투쟁을 벌여왔다.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은 집회 단상에서 끈질긴 투쟁에 정부와 국회가 응답해 자금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며,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싸워나가자고 호소했다.

이번 합의로 법원에 즉시항고가 가능해지면서 홈플러스는 당장의 파국을 면하고 회생의 불씨를 다시 살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다만 실제 자금 투입까지는 16일 메리츠 이사회 승인과 구체적인 금융 조건 확정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다. 대출 금리와 만기, 담보 및 변제 순위, MBK가 제공할 보증의 범위와 실행 조건 등이 최종 계약 과정에서 조율돼야 한다. MBK의 전액 보증이 법인 차원의 보증인지, 김병주 회장 등 개인 보증까지 포함하는지도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보증 주체와 법적 구속력에 따라 메리츠가 확보하는 실질적인 회수 안전장치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메리츠 이사회가 대출안을 승인하면 홈플러스는 당장의 운영자금 위기에서 벗어나 회생절차 재개와 영업 정상화를 추진할 시간을 벌게 된다. 다만 2000억 원은 긴급한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한 자금인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인수자 확보와 사업 구조조정, 추가 자본 투입 방안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