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떤 답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한강, 배재고 논란에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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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사건이 일어났을 때 뭔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 시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이 최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배재고등학교 야구부의 5·18 민주화운동 비하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을 밝혔다. 한 작가는 해당 사태를 단순한 충격으로 흘려보낼 일이 아니라 기성세대와 교육 현장이 함께 원인을 돌아봐야 할 중요한 신호로 봤다.

한강 작가가 지난 15일(현지 시각) 프랑스 아비뇽 생루이 회랑(Cloître Saint-Louis)에 자리한 호텔 카페 테라스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하던 중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 / 뉴스1
한강 작가가 지난 15일(현지 시각) 프랑스 아비뇽 생루이 회랑(Cloître Saint-Louis)에 자리한 호텔 카페 테라스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하던 중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 / 뉴스1
16일 조선일보 등에 따르면 소설가 한강이 지난 15일(현지 시각)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이 열리는 생루이 회랑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이는 그가 지난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약 2년 만에 처음으로 나선 공식 기자회견이다.
한 작가는 이 자리에서 최근 국내 교육계와 사회 전반에 파장을 일으킨 배재고등학교 야구부의 5·18 민주화운동 비하 사태에 대한 소회를 묻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이에 대해 "우리가 이 문제를 좀 깊게 생각해봐야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이어 "교육 현장에 저의 교사 친구들도 많이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 '뭘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더라"며 "기성세대로서 현장에서 '어떻게 하다가 우리는 실패를 하게 됐나' 이런 고민도 하고, 굉장히 중요한 사건인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한 작가는 이러한 충격적인 논란을 일시적인 일로 가볍게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그 중요한 사건이 나타났을 때, 그냥 충격과 놀라움 속에서 그냥 이렇게 지나가 버리면 안 되는 것 같다"며 "이것이 중요한 사건이고 뭔가 우리에게 신호를 주는 것이라면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수면으로 올라왔을 때 잘 포착을 해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가야 할지 고민을 해야 하는 것 같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스스로 해법을 섣불리 제시할 수는 없다면서도 "제가 어떤 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충격이 또 다른 충격을 덮고 다음 충격이 옛날의 충격을 덮고 하면서 쓸려가 버리는 것은 좋지는 않은 것 같다"며 "하나의 사건이 일어났을 때 뭔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배재고 비하 사태와 사회적 혐오에 대한 성찰

한강 작가가 15일(현지 시각) 프랑스 아비뇽 생루이 회랑(Cloître Saint-Louis)에 자리한 호텔 카페 테라스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한강 작가가 15일(현지 시각) 프랑스 아비뇽 생루이 회랑(Cloître Saint-Louis)에 자리한 호텔 카페 테라스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이날 간담회에서는 배재고 사태의 밑바탕에 흐르는 사회적 혐오 정서에 대한 우려도 깊이 있게 다뤄졌다. 한 작가는 세계 곳곳의 분쟁과 국내의 극단적인 분열 원인으로 혐오를 꼽으며 "혐오라는 게 참 어려운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혐오라는 문제가 아주 강렬하게, 한국 사회뿐 아니라 세계에 대두되고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가 우리에게 중요한 숙제"라며 "어떻게 하면 이 혐오의 시대에서 방향을 틀어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지 다같이 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당부했다. 동시에 문제 해결을 위한 공감대의 가치를 짚으며 "혐오를 문제로 인식한다는 것은 굉장히 좋은 것 같다"며 "‘이 혐오가 자연스러운 게 아니고 이것은 문제적인 것이다’라는, 우리가 그런 일치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거기에 희망이 있는 게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모국어가 지닌 진정한 가치와 문학의 아름다움

한국어의 문학적 쓰임새와 모국어가 가지는 진정한 의미에 대한 답변도 뒤를 이었다. 한 작가는 모국어의 역할에 대해 "우리는 태어나서 모국어를 배우고 모국어를 통해서 이 세계와 만나고 우리 자신을 만들어간다"며 "언어는 어떤 우열을 가르거나 어떤 경쟁력으로 쓴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우리가 살아가는, 우리가 존재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리고 그 안에서 그것을 가지고 문학도 생겨나고 연극도 생겨나고, 노래도 영화도 다 그 언어에서 출발한다"고 부연했다. 올해로 80회를 맞는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한국어가 최초로 공식 초청 언어로 선정된 것에 대해서는 "해마다 다른 언어를 선정해서 이렇게 집중한다는 것은 그 언어가 가진 음악적이고 근원적인 성격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언어가 지닌 이중성을 짚으면서도 그 안에서 문학이 펼쳐 보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지향점을 노래했다. 한 작가는 "언어에 진실을 담기도 하고 때로는 진실을 감추기도 하고, 그렇지만 우리가 언어를 통해 어쨌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사랑도 하고 고백도 하고 진실을 토로하기도 하고 비명을 지르기도 하고 많은 것을 한다"고 짚었다.

노벨상 수상 이후 가중됐던 대중의 관심과 그에 따른 부담감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답했다. 한 작가는 수상 후 공식 활동을 고사해 온 심경에 대해 "솔직히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은 관심도 많이 줄어든 것 같고 수상자가 해마다 나오니까 점점 저의 수상이 멀어질 것 아닌가 점점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번 행사에 걸음을 한 연유로는 "한국어라는 언어가 아비뇽 연극제에서 다뤄진다고 하니까 반갑고, 저의 참석을 강력하게 요구하셔서 참석한 것"이라며 "특별히 제 삶이 달라진 것은 없고 별다르지 않게 살고 있다"고 변함없는 일상의 태도를 유지했다.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한국어가 주빈 언어로 지정된 올해 아비뇽 페스티벌에서는 한 작가의 문학을 다각도로 변주한 예술 공연들이 펼쳐졌다. 그의 대표 장편소설인 '작별하지 않는다'를 극단 INDEX의 이탈리아 연출가 다리아 데플로리안이 각색한 연극 '사랑이란 얼마나 끔찍한 고통인가'가 카름 수도원 회랑 무대에 올라 현지 관객들의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또한 15일과 16일에는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한국 배우 이혜영이 낭독자로 참여한 동명 소설의 입체 낭독 공연이 막을 올렸으며 한 작가 역시 직접 무대에 올라 한국어 독백을 전하며 객석에 깊은 울림을 전했다.

소설가 한강의 등단과 문학적 이력

이번 공식 간담회를 통해 다시 한번 이목을 집중시킨 한강은 한국 문학의 미학적 깊이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대표적인 소설가이자 시인이다. 1970년 11월 전남 광주에서 소설가 한승원의 딸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서울로 이주해 풍문여자고등학교를 거쳐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계간지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를 발표하며 시인으로 먼저 등단했고, 이듬해인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돼 소설가로서 본격적인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그는 인간 내면의 상처와 폭력성, 그리고 이에 맞서는 숭고한 영혼의 모습을 치밀한 문체로 그려내며 한국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1999년 한국소설문학상, 2005년 이상문학상 대상, 2010년 동리문학상, 2015년 황순원문학상 등을 잇달아 수상하며 명실상부한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문학적 성취는 국내를 넘어 세계로 확장됐다. 2016년 장편소설 '채식주의자'로 세계적 권위의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하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이어 5·18 민주화운동의 비극을 다룬 '소년이 온다'로 2017년 이탈리아의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받았다.

특히 한강은 2024년 10월, 한국인 및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사상 전무후무한 위업을 이뤘다. 당시 스웨덴 한림원은 그의 작품 세계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 평가했다.

그의 세계적인 행보는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 4·3 사건을 다룬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2023년 프랑스 메디치상 외국문학상 수상에 이어, 올해 3월에는 미국의 권위 있는 전미도서비평가협회(NBCC)상 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이는 한국 소설 최초의 수상 기록으로, 그의 독보적인 문학적 가치와 한국 문학의 힘을 전 세계에 증명해 보인 쾌거이자 이정표가 됐다.

유튜브, EBSCulture (EBS 교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