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723m에 이런 풍경이…기암괴석 너머 다도해가 펼쳐지는 '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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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5대 명산 천관산이 보여주는 비경

산의 첫인상은 높이보다 윤곽에서 갈린다. 어떤 산은 정상보다 능선의 모양이 먼저 기억된다. 돌기둥 같은 봉우리 사이로 짙은 숲이 펼쳐지고, 그 너머에 남해의 섬들이 놓이는 곳. '천관산'은 바위산과 초록 능선, 바다를 한눈에 보여준다.

천관산. / 한국관광공사(촬영 : 김용대)
천관산. / 한국관광공사(촬영 : 김용대)

전남 장흥군 관산읍과 대덕읍 경계에 솟은 천관산은 해발 723m로, 호남 5대 명산 중 하나로 꼽힌다. 아주 높은 산은 아니지만 정상부로 갈수록 날카로운 기암괴석이 잇달아 나타나 실제 고도보다 크고 가파르게 느껴진다. 하늘을 향해 늘어선 바위 봉우리가 관을 쓴 모습과 닮았다고 하여 천관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숲 위로 솟은 기암괴석

천관산 산행은 울창한 숲에서 시작한다. 초입에는 소나무와 상수리나무가 길 양옆을 메우고, 고도를 높일수록 나무 사이로 회백색 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대세봉과 천주봉, 환희대, 진죽봉, 구룡봉 등 형태가 다른 암봉이 능선을 따라 자리한다.

대표적인 출발지는 장천재 일대다. 계곡 옆 숲길을 지나면 경사가 본격적으로 가팔라지고 거친 돌길과 계단이 반복된다. 아래에서는 일부만 보이던 암봉도 능선에 가까워지면 전체 형태가 드러난다. 숲이 걷히고 시야가 트이는 지점에서는 지나온 숲과 앞으로 오를 바위 능선을 함께 볼 수 있다.

천관산의 바위는 하나의 거대한 절벽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탑처럼 곧게 솟은 암석과 얇은 돌판을 세운 듯한 봉우리가 산등성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가까이 다가가면 갈라진 틈과 거친 표면이 선명하고, 멀리서 보면 여러 암봉이 성벽처럼 겹쳐 보인다.

천관산. / 연합뉴스
천관산. / 연합뉴스

환희대 부근에서는 천관산의 대표적인 암봉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주변 시야가 트이면서 진죽봉과 구룡봉 방향의 바위 지형도 함께 눈에 들어온다. 암봉 사이로 난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숲길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남쪽 산줄기와 다도해의 해안선이 모습을 드러낸다.

정상인 연대봉까지는 부드러운 능선길을 따라 오르내림이 이어진다. 다만 돌계단과 바위 구간이 있어 평탄한 산책로와는 다른 산길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비가 내린 뒤에는 바위 표면과 나무 계단이 미끄러울 수 있다. 정상부 능선은 그늘이 거의 없고 바람을 직접 마주하는 구간이 많다.

연대봉에서 내려다보는 다도해

천관산의 정상은 연대봉이다. 정상에 서면 장흥 남쪽 해안과 다도해가 발아래 펼쳐진다. 주변에 전망을 가로막는 높은 산이 없어 내륙의 능선과 바다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천관산. / 연합뉴스
천관산. / 연합뉴스
천관산. / 연합뉴스
천관산. / 연합뉴스

맑은 날에는 산줄기 아래로 해안선이 길게 뻗고, 바다 위 섬의 윤곽도 뚜렷이 보인다. 정상석 주변뿐 아니라 환희대에서 연대봉으로 향하는 능선에서도 남해가 거듭 시야에 들어온다. 암봉과 초록 능선 뒤로 바다가 펼쳐져 천관산만의 지형적 특징을 보여준다.

봄에는 천관산자연휴양림 일대의 동백나무숲에 꽃이 핀다. 오래된 동백나무가 넓은 군락을 이루며, 짙은 잎 사이로 붉은 꽃송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여름에는 녹음이 능선을 촘촘히 뒤덮는다. 짙은 숲 위로 밝은 바위 봉우리가 솟아 색의 대비가 뚜렷하다. 능선에 구름이나 옅은 안개가 걸리면 암봉의 일부가 가려졌다가 바람에 다시 드러난다. 비가 그친 뒤에는 산 아래 숲의 빛깔과 계곡의 물빛도 짙어진다.

국립천관산자연휴양림. / 한국관광공사(촬영 : 김지호)
국립천관산자연휴양림. / 한국관광공사(촬영 : 김지호)

가을에는 연대봉과 환희대 사이에 억새가 피어 산을 은빛으로 물들인다. 겨울에는 나뭇잎이 떨어져 바위 능선의 형태가 또렷해진다. 다만 눈이 쌓이거나 길이 얼어붙으면 돌길이 미끄러워져 위험할 수 있으니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계곡과 고목이 둘러싼 장천재

정상 산행 전후에는 장천재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 장천재는 천관산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자리한 유서 깊은 건축물로, 주변에는 고목과 계곡이 어우러져 정상부의 바위 능선과는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계곡을 따라 난 길에서는 바위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과 울창한 숲을 만날 수 있다. 여름에는 계곡을 찾는 방문객도 많다. 다만 집중호우가 내리거나 계곡물이 불어난 날에는 물가 접근을 피해야 한다.

천관산 기슭에는 천관문학관이 있다. 이곳에서는 이청준과 한승원, 송기숙 등 장흥 출신 문인들의 작품과 자료를 전시하며, 장천재 일대와 함께 둘러보기 좋다.

산행 뒤 둘러보기 좋은 명소

천관산에서 남쪽 해안으로 이동하면 남포마을 앞 소등섬에 닿는다. 썰물 때면 바닷길이 열려 육지에서 섬까지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물이 차오르면 길이 잠기므로 방문 전에 미리 물때를 확인해야 한다. 섬 위의 소나무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며, 해 뜰 무렵 섬의 윤곽이 한층 선명해진다.

소등섬 풍경. / 한국관광공사(촬영 : 황재순)
소등섬 풍경. / 한국관광공사(촬영 : 황재순)

선학동마을은 계절에 따라 들판의 색을 달리한다. 봄에는 유채꽃이, 가을에는 메밀꽃이 마을과 득량만 사이를 가득 메운다. 이청준의 소설 《선학동 나그네》와 영화 《천년학》의 배경이 된 곳이다. 낮은 구릉과 농경지, 바다가 어우러져 천관산의 바위 능선과는 또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장흥읍에 있는 정남진토요시장에는 지역 농수산물 판매점과 음식점들이 모여 있다. 한우와 표고버섯, 수산물 등을 판매하여 산행 뒤 식사를 해결하거나 특산물을 구매하기에 좋다. 천관산과 남부 해안을 연계해 둘러보는 여정 중에 들르기 편리하다.

한우와 키조개, 표고버섯이 어우러진 한 상

한우와 키조개 관자, 표고버섯을 한 불판에 구워 먹는 ‘장흥삼합’은 지역을 대표하는 별미다. 정남진토요시장과 주변 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장흥 앞바다에서 채취하는 키조개는 두툼한 관자를 구이와 회, 샤부샤부 등으로 즐기기 좋다. 표고버섯은 생표고와 건표고, 분말 등으로 판매되며 장흥삼합과 버섯전골에도 들어간다.

[삽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삽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무산김과 청태전도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이다. 무산김은 양식 과정에서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고 기른 친환경 김이다. 청태전은 찻잎을 찌고 찧은 뒤 동전 모양으로 빚어 발효한 전통차로,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둥근 형태가 특징이다. 이렇듯 장흥의 바다와 들이 키워낸 먹거리들은 여행객의 식탁을 풍성하게 채운다.

천관산도립공원. / 구글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