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AI 데이터센터에 재생에너지·물 비용 자체부담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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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AI 데이터센터에 자체 전력·저작권 보호 의무화
앤트로픽 5GW 투자 속 8월 국가내각 논의…내년 초 법안 제출

호주, AI 데이터센터에 재생에너지·물 비용 자체부담 의무화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호주, AI 데이터센터에 재생에너지·물 비용 자체부담 의무화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호주 정부가 대형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자체 전력 생산과 물 인프라 비용 부담을 의무화하는 새 규제를 내놨다. 7월 15일(현지시각) 공개된 “호주 AI 표준(Australian Standards for A.I.)”은 재생에너지 정합성, 물 사용 효율, 저작권 보호를 핵심으로 한다. 기존 자율 규제 방식을 법적 강제력을 갖춘 의무 기준으로 바꾸는 게 골자다. 이번 조치는 클로드(Claude) 개발사 앤트로픽(Anthropic)이 호주에서 대규모 데이터센터 확장을 약속한 지 몇 달 만에 나왔다. 새로 설립되는 AI 전담기구가 시행을 총괄하며, 8월 국가내각(National Cabinet) 논의를 거쳐 내년 초 의회에 법안이 제출될 예정이다.

무엇이 바뀌나…전력·물·저작권 3대 의무

새 표준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데이터센터 운영사는 전력 소비량을 재생에너지 생산과 맞춰야 한다. 단순히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는 방식으로는 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 물 사용 효율 기준도 새로 생겼다. AI 데이터센터는 수천 대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냉각하는 데 막대한 양의 물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 규제는 이 부분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 밖에도 운영사는 자체적으로 새로운 전력 공급을 뒷받침하고, 전력·물 인프라 구축 비용을 분담하며, 개발이 예정된 지역 주민과 협의할 의무도 진다.

저작권 조항은 가장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새 표준은 콘텐츠 창작자가 자신의 창작물이 AI 모델 학습에 쓰일 때 통제권을 유지하도록 보장한다. 호주 정부는 AI 업계가 요구해온 기존 저작권법 개정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이는 그동안 AI 기업들이 다양한 수준의 동의만으로 저작물을 학습에 활용해온 데 대해 창작자·출판사·예술가들이 거둔 의미 있는 승리로 평가된다. 앤서니 알바니지(Anthony Albanese) 총리는 이날 시드니대학교 연설에서 호주 음악가·작가·예술가들이 자신의 작업물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고, AI 기업과의 저작권 계약에서 가격을 직접 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도둑질”이라고 말했다.

배경엔 앤트로픽의 초대형 투자 계획 / AI 생성 이미지
배경엔 앤트로픽의 초대형 투자 계획 / AI 생성 이미지

배경엔 앤트로픽의 초대형 투자 계획

이번 규제가 갑자기 나온 건 아니다. 앤트로픽은 지난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 호주 정부와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지속가능한 에너지·운영 방식을 투자 전략에 포함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정부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초기 데이터센터 규정을 함께 채택했다. 앤트로픽은 2030년까지 호주에 최대 5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 용량을 짓겠다고 공언했고, 장기적으로는 20GW까지 확대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별도로 1.4GW 규모 용량에 대한 문의도 진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정도 전력 수요는 호주 전력망 입장에서도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전력 소비 전망 자체도 이번 규제를 뒷받침한다. 호주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2050년까지 국가 전체 전력의 최대 12%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알바니지 총리는 시드니대 연설에서 호주가 AI의 이른바 “사회적 허가(social licence)”를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파편화된 AI 대응 방식에 격차와 위험이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새 조직 신설…국가내각 거쳐 내년 초 법안

시행은 총리실·내각부 산하에 새로 설치되는 AI 전담기구(Office of AI)가 정부 전체를 아우르는 방식으로 맡는다. 이 표준은 8월 국가내각 회의에서 논의된 뒤 내년 초 의회에 법안으로 제출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대형 AI 인프라에 대한 승인 절차를 더 단순하고 일관되게 만들면서도 투자를 유도하고 호주의 이익을 지키겠다는 목표를 내세운다.

암호화폐 채굴은 이번 규제의 직접 대상은 아니다. 다만 전력 집약적인 대형 시설에 적용되는 기준인 만큼, 디지털 자산 인프라에서 AI 사업으로 영역을 넓힌 기업도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실제로 남호주(South Australia)에서 800메가와트(㎿) 규모 AI 데이터센터 단지를 짓고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아이렌(IREN)이 이런 중복 사례로 꼽힌다.

“투자는 계속될 것”…노동자 목소리도 변수

알바니지 총리는 저작권 기준 강화가 앤트로픽 같은 AI 대기업의 투자를 막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방송 7.30과의 인터뷰에서 “호주가 제공하는 이점들을 볼 때 이곳에 상당한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기업과 직접 만났고, 우리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으며 오늘 그 입장을 공개적으로도 명확히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날 연설에는 AI 관련 구체적인 입법, 재정 지원, 세제 혜택, 소비자 보호, 노동권 등에 대한 확정 발표는 담기지 않았다. 이들 사안은 추가 협의를 거쳐 별도로 나올 예정이다. 노동조합 쪽에서는 근로자가 자기 일터에 어떤 AI를 어떻게 도입할지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알바니지 총리는 이에 대해 “노동자들도 AI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변화라는 걸 인식하길 권한다”고 답했다. 호주의 이번 조치가 다른 나라의 AI 데이터센터 정책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