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헌절이 쉬는 날이었어?' 뒤늦게 알고 놀란 사람들 유독 많았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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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의 복귀 '제헌절 공휴일' 대혼란 왜?
금요일인 17일이 쉬는 날인 줄 모르는 직장인이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제헌절이 18년 만에 법정공휴일로 되살아났지만 종이 달력엔 여전히 평일처럼 검은 숫자로 찍혀 있다 보니 휴일인 줄 모르고 출근길에 나섰다가 뒤늦게 발길을 돌린 사연까지 전해진다.

에펨코리아와 루리웹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날부터 "뭐야, 제헌절 공휴일 됐네", "언제부터 제헌절이 빨간 날이 됐느냐"며 어리둥절해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이용자는 회사 직원 태반이 다음 날이 공휴일인지도 모르고 있었다며 달력 날짜가 까맣게 인쇄된 게 문제였다고 적었다. 뒤늦게 휴일 소식이 퍼지자 갑자기 사무실 사람들 표정에 생기가 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쉬는 날인 걸 몰라 얼떨결에 '특근'을 하게 됐다는 사연도 화제가 됐다. 한 직장인은 일찍 출근한 동료가 제헌절이 휴일인 줄 모르고 업무를 잔뜩 받아 오는 바람에 팀 전체가 일하게 생겼다면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일당이라도 두 배로 받자고 너스레를 떨었다. 반대로 이미 이날 연차를 내 둔 탓에 아까운 휴가를 날리게 됐다며 허탈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일부 주식 투자자도 허를 찔렸다. 한 주식 커뮤니티에는 제헌절이 쉬는 날인 줄 모르고 이른 아침부터 신용과 미수까지 끌어 단타에 나섰다가 낭패를 봤다는 글이 올라왔다. 보유 물량을 점심 무렵 모두 팔았지만 휴장에 주말까지 겹치면서 매도 대금이 다음 주에야 계좌에 들어오게 됐다는 투자자가 있었다. "헐, 국장도 닫히느냐"는 물음에 "국경일인데 당연히 쉰다"는 답이 달리는 등 증시가 문을 닫는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던 개인 투자자도 적지 않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증권과 파생상품, 석유·금 등 일반상품시장이 모두 휴장한다. 주식 주문은 물론 결제와 입출금 업무도 다음 영업일로 미뤄진다. 다만 전날 오후 6시부터 열리는 야간 거래는 정상적으로 운영됐다.
이 같은 혼선의 배경에는 재지정 시점이 있다. 제헌절의 공휴일 부활은 지난 2월 '공휴일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확정됐는데, 시중에 유통되는 종이 달력 대부분이 지난해 하반기에 인쇄되다 보니 정작 지면에는 제헌절이 평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스마트폰 캘린더나 포털 달력은 곧바로 반영됐지만 눈에 익은 종이 달력만 믿은 이들이 헷갈린 셈이다.
제헌절은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 헌법 공포를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1949년 공휴일 제도가 처음 마련될 때 3·1절과 광복절, 개천절 등과 함께 이름을 올리며 오랫동안 쉬는 날로 유지됐다. 그러나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되고 휴일이 늘면서 2005년 제헌절과 식목일을 공휴일에서 빼는 조정이 이뤄졌고, 제헌절은 2007년까지만 유지된 뒤 2008년부터 쉬지 않는 국경일로 남았다. 이후 헌법을 기리는 날인데 정작 쉬지 않는다는 지적이 해마다 이어졌고, 올해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마침내 휴일 지위를 되찾았다.
이번 재지정으로 3·1절과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등 5대 국경일이 모두 다시 공휴일이 됐다. 올해는 5월 1일 노동절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법 개정도 이뤄져 쉬는 날이 한층 늘었다. 제헌절은 주말이나 다른 공휴일과 겹칠 때 대체공휴일을 적용받는 대상에도 새로 포함됐다. 다만 올해는 제헌절이 금요일이어서 겹치는 휴일이 없어 별도의 대체공휴일은 생기지 않는다. 대신 토요일과 일요일이 이어지며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 연휴가 만들어졌다.
은행 영업점과 관공서는 문을 닫지만 ATM과 모바일·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서비스는 대체로 평소처럼 이용할 수 있다. 제헌절이 근로기준법상 유급휴일로 편입되면서 상시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도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하고, 이를 어기고 임금을 주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병원과 약국, 택배, 대형마트 등 민간 시설은 각자의 운영 방침에 따라 영업 여부가 갈렸다.
혼란 속에서도 뜻밖의 사흘 연휴를 반기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예상 못 한 휴일을 맞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기대도 안 했던 깜짝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거나 모르고 있다가 쉬게 되니 완전 이득이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반면 요즘 종이 달력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반응도 일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