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호프' 촬영장소가 사실은... 영화 본 사람들도 믿기지 않은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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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감독 '호프' 촬영지, 세트장 아닌 실제 마을
80년대 감성 살아있는 남창마을 영화 팬 성지 되다

영화 '호프' 스틸
영화 '호프' 스틸

극장을 나선 관객들이 스크린 속 한 시골 마을에 빠져들고 있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가 개봉과 동시에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 가운데 영화에 등장한 폐허 같은 어촌 마을이 세트장이 아니라 실제 존재하는 동네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직접 가보고 싶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한 사진 커뮤니티에는 폐허가 된 시골 마을이 너무 그럴듯해 세트장인 줄 알았는데 실제 동네에서 촬영했다더라는 취지의 글이 올라와 공감을 얻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간판 글씨체가 그 시절 폰트가 아니라 일부러 만든 세트로 착각했다는 감상이 이어졌다.

'호프' 주 촬영지인 전남 해남군 북평면 남창리 전경. / 해남군 제공
'호프' 주 촬영지인 전남 해남군 북평면 남창리 전경. / 해남군 제공

화제의 장소는 전남 해남군 북평면 남창리 일대다. 영화 속에서는 비무장지대(DMZ) 인근의 조용한 포구 '호포항', '호포리'로 등장하지만, 카메라에 담긴 골목과 상점, 낡은 간판은 대부분 남창마을에 실제로 있는 풍경이다. 정육점과 식당, 전당포 간판이 나란히 붙은 낡은 2층 건물은 이 마을의 옛 버스터미널 일원으로, 세월이 묻어나는 외관이 그대로 영화의 배경이 됐다.

남창마을이 세트장으로 오해받은 이유는 분명하다. 이곳은 오래된 간판이 즐비해 시간이 멈춘 듯한 복고풍 정취를 간직하고 있다. 뒤로는 달마산 자락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앞으로는 바다가 트여 있어 1970년대와 1980년대 어촌 분위기가 손대지 않아도 살아 있다. 나홍진 감독은 남창마을이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분위기의 영화 배경과 가장 흡사하다고 보고 이곳을 주 촬영지로 낙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 '호프' 스틸
영화 '호프' 스틸

촬영은 2023년 10월부터 약 3개월간 이 마을에서 이뤄졌다. 황정민을 비롯한 주연 배우들이 지역에 머물며 촬영을 진행했고, 괴생명체와 맞서는 추격전 등 핵심 장면 상당수가 실제 마을 골목과 들판에서 담겼다. 제작진은 촬영을 위해 골목과 상점을 1970~80년대 모습으로 손봤다.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도로 위 카체이싱 장면 일부가 다른 지역 폐도로에서 촬영됐다는 이야기도 돌지만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영화 '호프' 스틸
영화 '호프' 스틸

'호프'는 '추격자'와 '황해', '곡성'을 만든 나 감독의 네 번째 장편이자 '곡성' 이후 10년 만의 신작이다. 이 작품은 지난 5월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첫선을 보였고, 상영 직후 약 7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최종 수상에는 이르지 못했으나 초청 자체가 작품성을 인정받은 결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비무장지대의 한 마을에 정체불명의 존재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사투를 그린 SF 액션 스릴러로, 황정민이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을, 조인성이 성기를, 정호연이 순경 성애를 맡았다. 여기에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등 할리우드 배우가 미지의 존재로 합류했다. 제작비는 약 600억원 규모로 알려졌으며, 러닝타임은 약 156분, 15세 이상 관람가다.

성적도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개봉 나흘 전 예매 관객 30만명을 넘겼고, 개봉 하루 전 예매율은 70%에 육박했다. 개봉 첫날인 15일 33만3909명(프리뷰 포함 누적 35만1267명)을 동원하며 매출액 점유율 81.3%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이튿날에도 27만4449명을 더해 개봉 이틀 만에 누적 관객 62만5716명을 기록했다. 이틀째 스크린 수는 2424개, 상영 횟수는 8592회에 달했다.

전남 해남군 북평 남창시외버스터미널 주변. / 해남군 제공
전남 해남군 북평 남창시외버스터미널 주변. / 해남군 제공

해남군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군은 남창리 일대를 영화와 연계한 1970~80년대 감성의 '문화의 거리'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총사업비 19억원(지방소멸대응기금 포함)을 들여 북평 남창 버스터미널을 영화 테마 공간으로 리모델링하고, 인근 상가의 간판과 외벽도 옛 거리 모습으로 정비한다. 영화 속 주요 무대였던 북평파출소는 세트장 형태로 복원해 외관은 포토존, 내부는 굿즈 판매 공간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영화의 상징적 요소인 안개와 조명 효과를 재현하는 미디어 시설도 구상 중이다.

남창은 관광지로서도 매력이 적지 않다. 왜구를 막기 위해 쌓은 달량진성과 바다를 조망하는 해월루가 가까이 있는데, 이곳은 1555년 달량진왜변 당시 곡식 창고가 있던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인근 이진마을에는 이진성지가 남아 있고, 북평 용줄다리기 놀이와 남창 오일시장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도 흩어져 있다. 해변을 따라 놓인 데크길을 걸으며 땅끝 해남의 풍광을 즐기기에도 좋다.

다만 해남은 수도권에서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가려면 넉넉히 시간을 잡아야 하고, 열차를 이용할 경우 목포나 광주까지 이동한 뒤 차편으로 갈아타는 편이 낫다. 당일치기보다는 1박 이상 일정을 잡아 주변 관광지까지 함께 둘러보는 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