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률 99%였는데…'세계 최강' 신진서, 바둑 AI에게 두 점 깔고도 불계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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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승률에서 역전패, 신진서가 AI 벽에 막히다
세계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바둑 인공지능(AI) 카타고(KataGo)와의 역사적인 맞대결 첫판에서 아쉬운 역전패를 당했다. 두 점 접바둑이라는 큰 핸디캡을 안고도 초반에는 승률 99%까지 치솟았지만 중반 이후 AI의 정교한 계산력을 넘어서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

17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 3번기 1국에서 신진서는 카타고를 상대로 245수 만에 흑 불계패했다. 이번 대국은 신진서가 흑돌 두 점을 먼저 놓고 시작하는 접바둑으로 진행됐다. 덤은 0.5집이며 인간에게 유리한 조건이 주어졌다.
대국 시작 직후 AI 분석에서는 신진서의 승률이 99%에 달했고 예상 집 차이도 18집 이상으로 나타나 인간의 우세가 점쳐졌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이번 승부는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약 10년 만에 열린 정상급 프로기사와 최강 바둑 AI의 공식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초반 분위기는 신진서가 완전히 주도했다. 카타고는 첫 수를 좌상귀 화점에 둔 데 이어 우상귀 세 칸 높은 걸침을 선택하는 등 기존 정석과 다른 포석을 선보였다. 예상 밖의 수순이 이어졌지만 신진서는 실리를 차곡차곡 쌓으며 안정적인 운영을 펼쳤다.
하지만 중반부터 흐름이 급격하게 바뀌었다. 중앙 전투가 본격화되면서 카타고는 특유의 계산 능력을 앞세워 조금씩 격차를 좁혀 나갔다. 신진서는 중앙 백 대마를 잡기 위한 강수를 선택했지만 카타고가 정확한 수읽기로 이를 모두 타개하면서 형세는 순식간에 뒤집혔다.
신진서는 중반 흑 70수와 76수 이후 승률이 크게 흔들렸고 우하귀에서 나온 흑 90수도 형세를 악화시키는 장면이 됐다. 결국 102수 이후 역전을 허용했고, 이후에는 벌어진 집 차이를 끝내 만회하지 못했다.
패색이 짙어진 뒤에도 신진서는 쉽게 돌을 거두지 않았다. 상변 패싸움을 비롯해 공격적인 수를 이어가며 마지막까지 반전을 노렸고 여러 변화를 점검하며 장시간 승부를 이어갔다. 그러나 카타고의 빈틈없는 대응 앞에서 끝내 불계를 선언했다.

대국 후 신진서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신진서는 "많이 아쉽다. 처음 보는 백의 두 번째 수에 당황하면서 준비했던 계획이 어긋났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 삭감에 들어가기 전에 시간을 조금 더 썼어야 했는데 반발을 허용하면서 바둑이 어려워졌다. 가장 아쉬운 장면"이라고 돌아봤다.
또 "결과와 관계없이 오늘 내용은 개인적으로 많이 부끄럽다"며 "남은 두 판은 지더라도 끝내기 승부까지 끌고 가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예상하지 못한 초반 수를 경험했기 때문에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이지만 최대한 열심히 준비해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카타고는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 데이비드 우가 개발한 오픈소스 바둑 AI다. 알파고 이후 가장 강력한 바둑 AI 가운데 하나로 평가 받으며 현재 프로기사들의 연구와 실전 준비, 중계 해설 등에서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단순히 승패만 예측하는 수준을 넘어 승률과 예상 집 차이까지 실시간으로 계산하는 높은 분석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번 대국은 3번기로 진행되며 1국 결과와 관계없이 세 경기 모두 열린다. 신진서는 대국마다 5000만원의 대국료를 받고 승리할 경우 경기당 5000만원의 추가 수당도 받는다. 여기에 3번기에서 2승 이상을 거두면 제네시스 G90이 부상으로 지급된다.
첫 승부를 내준 신진서는 하루 휴식을 가진 뒤 오는 19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2국에서 설욕에 도전한다.
신진서는 "AI와의 대국은 심리적인 부분이 중요하다"며 "초반부터 중반까지 집 차이가 조금씩 좁혀지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대국을 이어가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첫판에서는 인간이 AI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2국에서는 세계랭킹 1위 신진서가 어떤 반격을 보여줄지 바둑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