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량만 무려 44배 폭발했다… 요즘 2030이 가방 대신 손에 꼭 쥐고 다니는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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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2030 흔들어놓은 ‘디토 소비’의 정체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등장한 텀블러가 전혀 다른 물건이 됐다. 물 한 모금 담아 마시는 생활용품이었던 텀블러는 이제 새벽부터 줄을 서서 구매하고, 웃돈을 얹어 되파는 '한정판 굿즈'로 자리를 옮겼다.

MZ세대와 200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 사이에서는 텀블러를 모으고 SNS에 인증하는 일이 하나의 놀이처럼 자리 잡았다.
스탠리 텀블러 열풍, 검색량 44배 뛰었다
이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미국 캠핑용품 브랜드 '스탠리'다. 스타벅스가 스탠리와 협업해 내놓은 밸런타인데이 한정 텀블러는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매장 앞에 새벽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 현상을 일으켰다. 무신사에 따르면 당시 스탠리 텀블러 검색량은 전년 동월 대비 44배(4320%) 급증했고, 같은 기간 전체 텀블러 거래액도 22% 늘었다.
스탠리의 인기는 경쟁 브랜드로도 번졌다. 보온·보냉 성능으로 유명한 '써모스'는 GS홈쇼핑 모바일샵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204% 늘었고, SSG닷컴에서는 전체 텀블러 매출이 600% 증가하는 이례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스타벅스 텀블러, 매번 완판…리셀가 7배까지
스타벅스는 시즌마다 한정판 굿즈를 내놓으며 이 같은 흐름을 앞장서 이끌고 있다. 미국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SS 스탠리 러브 켄처' 텀블러는 국내에서도 화이트데이 한정 온라인 프로모션으로 단독 판매됐고, 일러스트레이터 김선우 작가와 협업한 텀블러 역시 출시와 동시에 품절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지정 음료 구매 시 9000원에 살 수 있는 '미니어처 텀블러 키링'을 선보였는데, 1인당 구매 수량을 2개로 제한했음에도 출시 당일 전국 매장의 90% 이상에서 물량이 소진됐다. 이 키링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개당 6만~7만원, 정가의 7배에 가까운 웃돈이 붙어 거래됐다.

올해 초 선보인 '스타벅스 럭키백'(7만2000원)도 마찬가지였다. 텀블러와 머그, 키링 등 지난 시즌 인기 상품 6종과 커피 상품 1종을 랜덤으로 담은 이 구성품을 사기 위해 매장 앞에는 새벽부터 대기 줄이 늘어섰고, 중고 플랫폼에서는 정가를 웃도는 8만~8만5000원대에 재판매됐다.
야구장에도 상륙한 텀블러 수집 열풍
텀블러 수집 문화는 스포츠 팬덤과도 만났다. 스타벅스가 KBO(한국야구위원회)와 손잡고 내놓은 구단별 콜라보 굿즈가 대표적이다. 무광 양각 로고가 새겨진 구단 텀블러(3만3000원), 뚜껑까지 야구모자 모양으로 만든 캡 머그(3만1000원), 캔 음료를 통째로 넣어 시원하게 유지할 수 있는 캔쿨러(4만9000원) 등 다양한 라인업이 출시됐다. 국내에서 가장 충성도 높은 팬덤을 보유한 리그로 꼽히는 KBO의 특성상, 팀별 디자인과 한정판 요소가 '지금 사지 않으면 놓친다'는 구매 압박과 '모으고 싶다'는 수집 욕구를 동시에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구장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실용성까지 갖추면서, 실사용 수요와 수집 수요를 모두 흡수한 셈이다.
“감정과 경험이 소비를 결정하는 시대”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디토(Ditto) 소비'와 '필코노미(Feelconomy)'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디토 소비는 인플루언서나 브랜드의 취향을 따라 하며 자신의 개성과 소비 성향을 드러내는 소비 방식을 뜻한다.

필코노미는 감정(Feel)과 경제(Economy)를 합친 말로, 감정과 분위기가 소비를 결정짓는 주요 동기로 떠오른 흐름을 가리킨다. 과거 소비자들이 '무엇을 사느냐'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어떤 순간을 즐기느냐', '어떤 감정을 느끼느냐'가 구매를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 됐다는 것이다.
친환경 취지는 흐려지고, 과소비 우려도
역설적인 점은 텀블러 소비가 늘어날수록 정작 친환경이라는 본래 취지는 옅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정판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여러 개를 사들이는 소비 행태가 확산하면서, 텀블러 하나가 아니라 수십 개의 텀블러가 집안 수납장에 쌓이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실사용보다 수집과 전시, 리셀을 목적으로 한 구매가 늘어나면, 애초에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업계는 당분간 이 같은 굿즈 마케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 구단이나 캐릭터, 아티스트와의 협업이 매번 완판으로 이어지며 확실한 흥행 공식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행에 휩쓸려 충동적으로 구매하기보다, 실제로 자주 쓸 수 있는 디자인과 용량을 고려해 신중하게 고르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함께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