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당원끼리 할 수 있는 말 맞나... 현재 민주당서 오가는 살벌한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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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적·스토커·낙태… 민주당 전당대회 한 달 앞두고 막말 공방 격화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를 한 달 앞두고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민석 전 국무총리와 송영길 의원, 정청래 전 대표 간 네거티브 공방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후보 등록이 마감되고 본선행 후보를 추리는 예비경선(컷오프)이 임박한 가운데 정책 대결은 실종되고 ‘진흙탕 싸움’만 부각된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송영길 전 대표, 김민석 전 총리가 3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22대 후반기 국회 대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 뉴스1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송영길 전 대표, 김민석 전 총리가 3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22대 후반기 국회 대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 뉴스1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16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후보 등록 결과 당대표 선거에 5명, 최고위원 선거에 14명이 등록했다고 18일 밝혔다.

당대표 후보로는 김 전 총리와 고민정 의원, 정 전 대표, 김보미 전 강진군의원, 송 의원(기호순)이 이름을 올렸다. 최고위원 선거에는 원내에서 9명, 원외에서 5명이 도전장을 냈다. 민주당은 오는 21일 예비경선을 거쳐 본선에 오를 당대표 후보 3명과 최고위원 후보 8명을 가린다.

당대표 경선은 당권파인 정 전 대표와 친명(친이재명)계 비당권파로 분류되는 김 전 총리, 송 의원 간 삼파전 구도로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 전 총리와 송 의원은 '반정청래' 선거연대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방의 수위를 끌어올린 쪽은 송 의원이다. 송 의원은 최근 정 전 대표를 겨냥해 "이재명 대통령 스토커", "옛날 같으면 역적으로 목을 잘라 정말 진압해야 할 사안"(명청대전), "낙태했어야 했는데 낳았다는 것과 똑같다"(평택을 공천)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앞서 송 의원은 정 전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거나, 노 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할 당시 반대 선봉에 섰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왔는데 이보다 표현 수위를 한층 높였다. 3위 후보로 평가받는 송 의원이 김 전 총리와 연대한 상황에서 존재감을 부각하고 반정청래 표심을 결집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전 총리도 정 전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김 전 총리는 순천갑 당원간담회 등에서 "대표를 두 번 할 필요가 있느냐", "내란 세력이라고 비판만 하는 당대표가 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 선언에는 "지금 누가 대선에 관심이 있느냐"며 "지금 돼서 다음 대표하는 분은 제1 관심사가 국정 지원하고 총선 승리밖에 없다"고 직격했다. 강성 지지층을 기반으로 한 정 전 대표를 견제하며 반정청래 표심을 굳히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정 전 대표는 맞대응을 자제하며 '언더독(약자)'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집단적으로 맞고 또 맞아도 아프지만 참고 또 참겠다", "이대일, 삼대일 집단폭행 당하듯이 하고 있는데 제가 맞을수록 당원들이 저를 보호하고 지켜줄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지지자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알았다 정청래 찍을게'라는 구호를 앞세워 동정론과 지지층 결집을 노린다는 분석이다. 앞서 정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전당대회 출마가 목숨까지 위태로운 일이냐. 섬뜩하고 무섭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민석(왼쪽부터)·송영길·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 당대표 후보 정견 발표에 자리하고 있다. / 뉴스1
김민석(왼쪽부터)·송영길·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 당대표 후보 정견 발표에 자리하고 있다. / 뉴스1

당권주자 본인들 못지않게 측근들의 대리전도 격화하고 있다.

정 전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성윤 전 최고위원은 김 전 총리를 겨냥해 '12·3 비상계엄 해제 표결 불참' 의혹을 제기했고,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최민희 의원은 송 의원의 발언을 '그로테스크한 언어생활'이라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민주당 대표 경선은 왕조 조선이 아니라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진행되고 있다"고도 했다.

친명계와 친청(친정청래)계의 갈등은 지도부 회의로도 번졌다. '선출직 청년 최고위원제' 도입이 부결된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직후에는 친명계 황명선 최고위원과 친청계 박규환 최고위원이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후보 자격을 둘러싼 진통도 이어졌다. 민주당은 17일 최고위원회의와 당무위원회를 잇달아 열어 '복당 6개월 미만'이 걸린 송 의원과 '당비 미납'이 문제 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해 피선거권 예외를 인정, 전대 출마를 허용했다. '돈 봉투 살포' 의혹으로 2023년 탈당했다가 무죄가 확정된 송 의원은 2월 27일 복당해 후보 등록 첫날인 16일 기준으로 복당 6개월을 채우지 못했다. 김 전 부원장은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혐의로 복역할 당시 계좌 동결 등으로 당비 납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의원은 당무위 의결 뒤 입장문에서 "오늘의 결정은 특혜도, 시혜도 아니다"라며 "당헌·당규대로 처리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빼앗은 시간은 결격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상식의 확인이자 마땅히 이뤄졌어야 할 절차의 회복"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최고위 개회 전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이 시작한 배제를 민주당 지도부가 완성해서야 되겠나"라고 주장했다.

친청계 최고위원들은 반발했다. 표결에 앞서 회의장을 나선 문정복 최고위원은 "당이 사안마다 별도의 규정을 예외적으로 적용한다면 당의 가치가 뭐가 되겠나"라며 "과도한 혜택"이라고 했다. 박지원 최고위원은 "젊은 분들에게 민주당도 검찰이나 사법 적폐 세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신호를 줄까 봐 걱정"이라며 "오늘이 오욕의 역사가 될지 모르겠지만 당원들이 더 나은 방향으로 당을 이끌어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박규환 최고위원은 "민주당 역사에 또 하나의 오점을 남긴 날"이라며 "당원들이 사필귀정의 역사를 써주시기를 간절히 부탁한다"고 밝혔다.

정 전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 앞서 페이스북에 "우리는 12.3 비상계엄 내란의 밤을 함께 이겨낸 동지이자 전우들"이라며 "당규에 구제 조항이 있는 만큼 당지도부에서 원만하게 잘 조치해 주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앞서 선호투표제 도입에 반대하던 정 전 대표 측이 막판 최고위 통과를 묵인한 데 이어, 이번 후보 자격 예외 인정 국면에서도 친청계가 반대 입장을 남기면서 사실상 용인한 셈이다.

정책 대결이 사라진 채 감정싸움만 이어지자 경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당대표 선거에 나선 고민정 의원은 "내가 하는 건 대의정치, 상대가 하는 건 자기 정치. 경선룰에 대해서도 내가 말하는 건 정의, 상대가 말하는 건 표 계산. 내가 때리는 건 정당방위, 상대가 때리는 건 폭력"이라며 "권력을 잡기 위한 진흙탕 싸움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국민들의 시선이 보이지 않나 보다"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21일 컷오프로 본선 진출자를 확정한 뒤 순회 경선에 들어간다. 당대표 후보 TV토론은 이달 29일과 다음 달 5일·12일 세 차례, 최고위원 후보 TV토론은 다음 달 3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