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주식, 최태원 회장 조언대로 갖고 있으면 무조건 오를까

작성일

지난달 22일 291만원 최고가 찍은 뒤 18거래일만에 37% 하락
증권가 “펀더멘털 아닌 수급 쏠림”… 2분기 실적이 방향 가른다
하락에 웃은 인버스2X 40%대 수익… 개미 레버리지에 7조 베팅

지난달 300만원에 손이 닿을 듯했던 SK하이닉스가 두 달 새 3분의 1 넘게 주저앉았다. 18거래일 만에 약 37%가 증발하는 동안 투자한 시점이 저점이라 믿고 뛰어든 개미들의 손실 계좌만 쌓이고 있다. 그런데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에는 한 달간 7조원이 몰렸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가운데)과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교수(오른쪽), 이재욱 서울대학교 AI연구원장(왼쪽)이 17일 제주 서귀포시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9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한국경제의 AI 성장을 위한 아젠다'라는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가운데)과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교수(오른쪽), 이재욱 서울대학교 AI연구원장(왼쪽)이 17일 제주 서귀포시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9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한국경제의 AI 성장을 위한 아젠다'라는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목요일인 지난 16일 SK하이닉스 종가는 11.53% 하락한 184만2000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22일 기록한 최고가(291만9000원) 대비 107만7000원(36.90%) 하락한 수치다. 시장에서는 이달 말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과 빅테크의 인공지능(AI) 인프라 설비투자(CAPEX) 가이던스가 제시되기 전까지 우려와 기대를 오가는 변동성 장세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의 급락 여파로 지분 20%를 보유한 최대주주 SK스퀘어도 같은 기간 38.48% 하락했으며, SK그룹 지주사인 SK 주가도 20.55% 밀렸다. 이 기간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27.86%)보다 가파른 낙폭을 기록했는데, 그동안 SK하이닉스 주가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급등한 데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집중된 결과로 풀이된다.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도 불어나는 분위기다. 네이버파이낸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 투자자 29만5591명의 평균 매수단가는 181만1094원으로, 평균 수익률은 1.71%에 불과하다. 투자자 중 상당수는 이미 손실 구간에 진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증시에서도 지난 16일(현지시간) 반도체 기업들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SK하이닉스 ADR(-13.69%)을 비롯해 마이크론(-5.65%), 샌디스크(-12.63%), 웨스턴디지털(-9.15%), 엔비디아(-2.40%) 등이 동반 하락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하루 새 4.29% 밀렸다.

◇ 'AI 인프라 투자' 지속성에 의문 제기돼 하락

최근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업종의 동반 급락은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견인해 온 'AI 인프라 투자'의 지속성에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AI 데이터센터와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폭발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역사적인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미국 뉴욕주가 전력·수자원 부족과 전기요금 인상 등을 이유로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중단했고,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기업공개(IPO)로 확보한 자금을 투입해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하면 메모리 가격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전망 등이 나오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다만 증권가에서는 최근 약세가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 악화보다는 일시적인 수급 불안정에 따른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옵션거래와 레버리지 ETF, 추세를 추종하는 자금에 더해 퀀트·알고리즘 매매 비중이 커지면서 가격 움직임이 기계적으로 증폭되고, 하락이 시작되면 헤지 거래와 ETF 리밸런싱이 동시에 맞물려 낙폭을 키운다는 것이다. 강세 업종으로 자금이 빠르게 옮겨가면서 업종 간 순환매 주기도 짧아진 만큼, 최근 약세는 새로운 악재라기보다 이미 알려진 재료를 빌미로 단기 수급이 한쪽으로 쏠린 영향이 크다는 진단이다.

이번 조정의 본질을 AI 설비투자 주체인 빅테크로부터 시작된 의구심이 국내 시장에 전달되며 증폭된 구조로 보는 시각도 있다. S&P500과 나스닥100의 변동성 지수가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는 만큼 방향성을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고, 7월 말 예정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와 설비투자 가이던스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호재보다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간을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9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최근 일부 기관이 보수적인 보고서를 내놓으며 주가에 부담을 주기도 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발표되는 알파벳(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의 AI 투자 계획이 SK하이닉스 주가 방향성의 중요한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 인버스2X 상위 싹쓸이... 레버리지엔 7조 몰려

국내 증시가 한 달 가까이 조정받으면서 지수 하락을 두 배 추종하는 '인버스2X' 상장지수펀드(ETF)가 수익률 상위권을 싹쓸이하고 있다.

ETF체크에 따르면 6월 17일부터 7월 16일까지 한 달간 수익률이 가장 높은 ETF는 'RISE 200선물인버스2X'로 41.10%에 달했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 선물에 투자해 지수 일일 하락률의 2배 수익을 내도록 설계됐다. 이 기간 코스피200 선물이 1403.10에서 1096.35로 21.8% 하락하면서 4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도 8726.60에서 6820.60으로 21.8% 내렸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와 TIGER 200선물인버스2X 수익률도 각각 40.85%와 38.96%를 기록하는 등 같은 종류의 ETF가 1∼5위를 휩쓸었다. 삼성전자 주가가 하루 동안 하락하면 2배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PLUS 삼성전자선물단일종목인버스2X는 36.07%의 수익률로 6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 기간 34만3000원에서 27만9500원으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인버스를 제외한 ETF 중에서는 중국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는 TIGER 차이나바이오테크SOLACTIVE가 20.62%로 가장 높았고, 전 세계 AI 보안 기업에 투자하는 TIGER 글로벌AI사이버보안은 17.09%를 기록했다.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 뉴스1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 뉴스1

반면 개미들의 저가 매수 자금은 단일종목 레버리지로 쏠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16종(인버스 2종 포함)은 한 달간 약 7조원의 자금을 빨아들였다. 한국거래소와 ETF체크에 따르면 지난달 16일부터 지난 15일까지 이들 16종에 총 7조3364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상품별로는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에 3조4472억원이 들어와 전체 ETF 중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이어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1조5083억원),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1조4271억원)가 뒤를 이었고,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에도 6938억원이 순유입됐다.

본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큰 폭 하락했는데도 단일종목 레버리지에는 계속 돈이 몰렸다. 지난 6월 16일부터 7월 16일까지 SK하이닉스는 19.49%, 삼성전자는 24.33% 각각 떨어졌다. 같은 기간 자금 순유입 규모가 가장 컸던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와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는 각각 45.60%, 48.44% 하락했다. 이 자금 상당수는 개인에게서 나왔다. 개인 투자자는 한 달간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7종을 합산해 4조2386억원,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7종은 총 1조611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미 자금이 단일종목 레버리지로 쏠리며 변동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금융당국은 지난 16일 투자 요건을 강화하는 보완 대책을 내놓았다. 다음 달 5일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투자할 때 필요한 기본예탁금은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늘어난다. 매매 수량 단위도 20주씩으로 잠정 확대되며, 시행 시기는 오는 11월이다. 이수해야 하는 교육 시간은 기존 2시간에서 3시간으로 늘고, 시장이 안정되기 전까지 신규 상장은 잠정 중단된다. 증권업계에서는 투기성 거래를 잠재우겠다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매수 수량을 20주로 제한하고 예탁금을 현금으로만 묶어두는 방식이 개인 투자자의 정상적인 위험 헤지 수단까지 가로막아 시장을 위축시키고,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시장의 성장 동력을 떨어뜨려 해외 원정 투자로 자금이 더 이탈하는 풍선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코스닥도 반도체 장세… 최태원 "갖고 있으면 돼"

반도체 급락은 코스닥 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 16일 코스닥 지수는 4.53% 내린 791.84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지수는 올해 초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 1월 26일 약 4년 만에 '천스닥'(코스닥 1000포인트)에 재진입했고, 지난 4월 24일에는 1203.84로 마감하며 닷컴버블 시기인 2000년 8월 4일(1238.80) 이후 25년여 만에 종가 기준 1200선을 웃돌았다. 그러나 이후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며 현재는 800선을 밑돌고 있다.

올해 들어 코스피가 상승한 날에도 코스닥 지수는 하락하는 흐름이 두드러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6일까지 코스피가 상승한 반면 코스닥 지수가 하락한 거래일은 총 32일로, 전체 132거래일의 24%를 차지했다. 이는 코스닥 시장이 출범한 1996년 이후 어느 연도의 연간 비중보다도 높다. 약 4거래일 중 하루꼴로 코스피가 오를 때 코스닥은 반대로 내린 셈이다. 지난해에는 전체 242거래일 가운데 이런 날이 32일(13%)이었는데, 올해는 그 비율이 약 1.8배로 높아졌다.

이런 비대칭 흐름의 배경으로는 코스닥 시총 상위권에 반도체 종목이 대거 편입된 점이 꼽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 가운데 '반도체 및 관련장비'에 속한 종목은 32개로, 지난해 7월 말 17곳과 비교하면 1년 새 15곳, 88%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바이오 종목은 10곳에서 11곳으로 1곳 늘어나는 데 그쳤고, 의료 장비 및 서비스(8곳), 제약(9곳)은 변동이 없었다. 반도체·태양전지 제조장비를 생산하는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7월 말 코스닥 시총 42위에서 지난 16일 4위까지 올랐다.

국내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의 기술력이 높아지고 실적이 개선되면서 성장성이 좋은 반도체 종목이 코스닥 시총 상위권을 점령했지만, 최근에는 코스피의 변동성 확대와 함께 수익 기대가 커지면서 투자 자금이 코스닥보다 코스피 대형 반도체주로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급락 국면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하이닉스 주가에 대해 "메모리는 계속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을 두면 우상향으로 간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기도 한 최 회장은 지난 17일 제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하계포럼 중 AI 관련 대담에서 "다음 달 주가가 어떻게 될지는 저도 모르지만 샀다 팔았다 하지 말고 가만히 갖고 있는 게 재산 보전에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최 회장은 "AI가 아직은 4살짜리 어린아이지만 성인이 되려면 메모리가 쓰일 수밖에 없다"며 "그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가가 갑자기 10배씩 오른 것도 이런 현상 때문"이라며 "전망이 좋아지면 올라갔다가 조금 아닌 거 같으면 확 떨어지기도 한다. 너무 빨리 올라서 현실을 적응시킬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