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프리패스' 악용 급증에 성심당, 신분증 대조 절차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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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마켓서 거래되는 임산부 배지
대중교통·공항 혜택 악용 논란

임신부를 보호하기 위해 무료로 나눠주는 '임산부 배지'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웃돈이 붙어 팔리며 논란이 되고 있다. 대중교통 배려석과 공항 우대 서비스, 유명 맛집 할인 등을 노린 일반인들이 이 배지를 사들이면서다.

18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SNS 스레드에는 임산부 배지를 중고 거래하는 대화 캡처본이 올라왔다. "임산부석 이용 시 유용하다"는 문구와 함께 올라온 이 게시물은 41만 회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를 접한 이용자들은 판매자가 구매자의 임신 여부를 실제로 확인하는지부터 따져 물었고, 댓글에는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돈을 받고 배지를 판 사례까지 있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임산부 배지는 원칙적으로 유료 거래 대상이 아니지만, 여러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수천 원에서 1만 원 안팎의 가격표를 달고 거래되는 정황이 반복적으로 포착되고 있다.

당근마켓에 올라온 임산부 배지. / 연합뉴스
당근마켓에 올라온 임산부 배지. / 연합뉴스

이런 악용이 손쉬운 근본 원인은 배지 자체에 있다. 「모자보건법」에 근거해 지급되는 이 배지에는 '임산부 먼저'라는 문구만 적혀 있을 뿐, 소지자의 이름이나 임신 사실을 증명할 정보는 담겨 있지 않다. 발급 절차는 간단하다. 병원에서 임신 진단을 받아 임신확인서를 발급받은 뒤 거주지 관할 보건소를 찾으면 무료로 받을 수 있고, 일부 지역은 지하철 역무실에서도 나눠준다. 진짜 임산부라면 굳이 돈을 주고 살 이유가 없는 물건인 셈이다.

문제는 이 배지 하나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의 범위가 결코 작지 않다는 데 있다. 주요 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은 전용 카운터와 우선 탑승·수속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부 호텔 뷔페는 20~50%의 할인을 적용한다. 대부분의 시설이 산모수첩 등 추가 증빙을 요구하지만, 배지 자체를 증빙으로 인정해버리는 곳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런 허점이 실제로 드러난 대표 사례가 대전 빵집 성심당이다. 2024년 성심당이 임산부에게 대기 없이 구매할 수 있는 프리패스와 할인 혜택을 내걸자, 얼마 지나지 않아 배지만 구해 들고 오는 사기꾼들이 급증했다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논란이 커지자 성심당은 출산예정일을 확인하고 신분증과 대조하는 절차를 추가해, 배지만으로는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운영 방식을 손질했다. 지난 4월에는 임산부 배지 제작·납품 업체까지 나서서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배지가 고가에 거래되거나 맛집·대중교통 이용 시 프리패스 목적으로 악용된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있다며 개인 판매는 불가능하다고 밝혀야 했다.

법조계 시각은 어떨까. 법무법인 대륜의 최광현 변호사는 연합뉴스에 현행 법령상 임산부 배지의 판매나 구매 행위 자체를 직접 처벌하는 명시적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임산부가 임산부인 것처럼 배지를 내세우는 행위는 법적으로 '기망행위'에 해당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얻은 혜택의 성격에 따라 사기죄나 업무방해죄, 공기호 부정사용죄 등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배지를 사고파는 행위 자체는 처벌 근거가 명확하지 않지만, 그 배지로 실제 혜택을 챙기는 순간부터는 다른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작 임산부들 입장은 좀 더 복잡하다. 배지를 분실했을 때 재발급이 번거롭고, 여러 개의 가방을 번갈아 쓰다 보면 가방마다 배지를 달아둘 여분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무료 나눔 자체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배지 수량이 부족해 품절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나눔이 다시 중고 거래로 변질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물리적 회수에는 회의적이다. 배지 회수에 드는 비용이 오히려 제작비보다 더 들어간다는 이유에서다.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 관계자는 임산부 배려가 처벌이 아닌 인식 개선 차원의 제도인 만큼, 시민들의 자율적인 배려와 성숙한 시민의식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배지 자체에 개인정보가 담겨 있지 않은 구조적 한계가 그대로인 이상, 발급 이력 관리나 QR코드·모바일 인증 같은 대체 수단 도입 없이는 유사한 논란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