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치드, 칩 출하 전인데 몸값 200억달러...제인스트리트·세쿼이아 동시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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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치드, 200억달러 밸류 노려 두 라운드 동시 추진
출시 전 칩에 10억달러 수요, 추론칩 투자 열기 뜨겁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에치드(Etched)가 최대 200억 달러 기업가치를 노리고 두 개의 투자 라운드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기존 투자자 제인 스트리트(Jane Street)가 주도하는 라운드는 200억 달러, 세쿼이아 캐피털(Sequoia Capital)이 주도하는 별도 라운드는 100억 달러 밸류로 각각 논의되고 있다. 두 거래 모두 7월 17일(현지시각) 기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고 조건도 바뀔 수 있다. 새너제이(San Jose)에 본사를 둔 에치드는 AI 모델을 훈련이 아니라 실제 서비스하는 ‘추론(inference)’ 전용 칩을 개발하는 곳이다. 제품이 아직 출하되지 않았는데도 10억 달러 규모의 고객 수요를 확보했다는 점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근거다.
동시에 굴러가는 두 개의 펀딩 라운드
에치드를 둘러싼 투자 협상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제인 스트리트가 주도하는 라운드는 200억 달러 밸류를 목표로 하며, 이는 직전 기업가치를 네 배로 불리는 수준이라고 WSJ는 전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직전 밸류는 50억 달러 안팎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세쿼이아 캐피털이 이끄는 라운드는 100억 달러 밸류로 진행 중이다. 이번 보도는 WSJ의 케이트 클라크(Kate Clark), 아니사 가르디지(Anissa Gardizy), 로비 웰런(Robbie Whelan) 기자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두 라운드 모두 종료 시점과 최종 조건은 확정되지 않았다.
한 회사가 서로 다른 밸류로 투자를 동시에 유치하는 이런 방식을 시장에서는 ‘백투백(back-to-back) 라운드’라고 부른다. 스타트업이 한 밸류로 지분을 판 뒤 곧바로 훨씬 높은 가격에 추가 투자를 받는 구조다. WSJ는 이 같은 방식이 현재 AI 투자 사이클의 특징적 현상이 됐다고 짚었다. 밸류가 더 오르기 전에 지분을 확보하려는 투자자들의 경쟁이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출하도 안 된 칩에 10억 달러 수요가 몰린 이유
에치드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근거는 명확하다. 회사가 만드는 칩은 AI 모델을 학습(training)시키는 용도가 아니라, 이미 학습된 모델을 실제로 구동해 서비스하는 ‘추론’ 전용으로 설계됐다. 엔비디아(Nvidia)의 범용 GPU와는 다른 접근이다. 벤진가(Benzinga)에 따르면 에치드는 자사 웹사이트에서 초기 칩 설계를 테스트하고 첫 제품을 검증하는 단계라고 밝히고 있으며, 이미 10억 달러 규모의 고객 수요를 확보했다고 설명한다.
주목할 점은 이 10억 달러가 제품이 아직 출하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수치라는 사실이다. 벤진가는 “대규모 인도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기업들이 실제 칩이 나오기도 전에 구매 의사를 미리 밝히고 있다는 뜻으로, AI 추론 인프라를 미리 확보하려는 기업 수요가 얼마나 절박한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하버드 중퇴생 3인이 세운 회사
에치드는 2022년 하버드대 중퇴생인 개빈 우버티(Gavin Uberti), 크리스 주(Chris Zhu), 로버트 와천(Robert Wachen) 세 사람이 창업했다. 초기 투자자 명단에는 피터 틸(Peter Thiel)과 리빗 캐피털(Ribbit Capital)이 이름을 올렸다. 창업 이후 짧은 기간에 실리콘밸리 최상위 벤처캐피털들의 관심을 모으며 몸값을 빠르게 불려온 셈이다.
AI 추론 인프라를 향한 투자 광풍
에치드를 둘러싼 투자 경쟁은 업계 전반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한 분석 보도는 에치드를 그록(Groq), 세레브라스(Cerebras)처럼 특화된 아키텍처로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으로 분류했다. 세쿼이아 같은 대형 벤처캐피털이 여러 차례 고밸류 라운드를 통해 지분을 미리 확보하는 흐름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AI 학습 이후 추론 비용이 낮아지면 대규모 배포 수요가 뒤따를 것이라는 계산이 이런 투자를 뒷받침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비슷한 시기 엔비디아가 투자자로 참여한 AI 추론 클라우드 스타트업 파이어웍스(Fireworks)도 175억 달러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15억 500만 달러 규모 시리즈D 투자를 유치했다. 추론 인프라를 향한 투자 열기가 특정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벤진가는 이런 백투백 펀딩 구조를 두고 “강한 투자 수요와 최상위 딜에 대한 제한적 접근, 다음 AI 승자를 놓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일부 투자자들을 빠르게 움직이게 만들고 있다”고 짚었다. 에치드의 두 라운드가 실제로 어떤 조건에 마무리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제품 출하 전부터 나타난 이 같은 투자 경쟁은 AI 추론 반도체 시장의 열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