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규모 8000억 눈앞… 프로야구 흥행 속 가장 돈을 많이 쓰는 의외의 '핵심 소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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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여성이 이끄는 프로야구 유니폼 특수

프로야구 유니폼과 굿즈 매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그 중심에는 2030세대 여성 팬들의 소비력이 있다.

지난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축하 비행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축하 비행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특히 현대백화점 프로야구 팝업스토어를 찾은 방문객 상당수가 젊은 여성으로 나타나면서, 유통·패션업계가 앞다퉈 '야구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다.

팝업스토어 매출, 일반 매장의 2배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 등 전국 매장에서 최근 1년간 7차례 프로야구 팝업스토어를 열어 하루 평균 매출 46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이 연 전체 팝업스토어 하루 평균 매출인 2200만원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방문객의 구성이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프로야구 팝업스토어에 들러 상품을 구매한 고객의 약 75%가 2030세대였고, 여성 고객 비중은 72%에 달했다. 신규 고객 유입 효과도 컸다. 전체 구매 고객 중 평균 80%가 현대백화점을 처음 이용하는 신규 고객이었다. 두산베어스 팝업스토어는 오픈 첫날 구매 고객의 84%가 신규 고객이었고, 이들이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했다.

친구를 팬으로 만드는 '입덕 전파' 문화

2030 여성 팬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남다른 결집력이다. 한 팬은 친구와 함께 직관한 경험을 계기로 야구에 빠진 뒤, 지금까지 친구 7명을 야구팬으로 전향시켰다고 밝혔다. 테이블석에 친구를 데려가 음식을 나눠 먹으며 응원하고, 그 인증샷을 SNS에 올리면 다른 친구들도 관심을 갖게 되는 방식이다. 이들은 경기 하이라이트나 선수 인터뷰, 응원 퍼포먼스 등 SNS에 올라온 숏폼 영상이나 밈 콘텐츠를 통해 야구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지인과 연결된 피드를 통해 이를 더 쉽고 흥미롭게 접한다.

이런 유입 경로는 또래 집단과의 연결을 중시하는 2030 여성 특유의 소비 성향과 맞물린다. 서로의 팬 경험을 나누며 유대감을 쌓고 특정 팬덤을 강화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데, 일각에서는 이를 아이돌 팬덤 문화가 야구장에 이식된 결과로 본다. 관중석 복도에 설치된 포토카드 자동판매기는 경기 시작 전 관중들이 가장 먼저 찾는 장소가 됐다. 직접 뽑은 포토카드를 경기마다 기념으로 구매하고 야구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 인증하는 것도 하나의 응원 문화로 자리 잡았다.

김도영·윤동희 등 젊은 스타 등장에 지갑 열어

2030 여성들이 야구장으로 몰리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젊은 스타 선수들의 등장을 꼽는다. KIA 타이거즈의 김도영, 삼성 라이온즈의 김지찬·김현준·이재현, 롯데 자이언츠 윤동희, 두산 베어스 김택연 등이 대표적이며, 이들은 모두 각 구단에서 유니폼 판매량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KIA에 따르면 김도영 선수의 유니폼 매출만 100억원이 넘었다. 구매력이 높은 젊은 여성 팬들은 유니폼 신상이 나오면 아낌없이 투자하는데, 이는 아이돌 문화의 '덕질'이 야구장에 상륙한 것과 유사한 모양새라는 분석이 나온다.

관객들이 최정 500홈런을 기념하는 포토존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객들이 최정 500홈런을 기념하는 포토존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가성비 데이트 코스로 야구장이 떠오른 점도 한몫한다. 야구장 직관은 1만~2만원 상당의 티켓값만 지불하면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 거리를 한 번에 경험할 수 있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 있는 데이트 방식으로 꼽힌다.

유니폼, 경기장 밖으로 나오다

응원복이었던 유니폼이 일상복으로 자리 잡은 것도 매출 증가의 배경이다. 과거에는 야구 유니폼이 경기장에서만 입는 응원복이었다면, 지금은 일상복과 패션 아이템으로 소비되고 있으며, 브랜드 입장에서도 강력한 팬덤을 확보한 스포츠와 협업해 높은 화제성과 판매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패션업계의 협업도 잇따르고 있다. LG 트윈스는 오는 20일부터 패션 브랜드 마뗑킴과 협업한 상품을 판매한다고 밝혔다. LG 구단 관계자는 2030 여성 팬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야구장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자연스럽게 착용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이번 협업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리그 흥행과 함께 커지는 소비 시장

KBO 리그 흥행도 뒷받침되고 있다. 2026 KBO 리그는 275경기 만에 누적 관중 500만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소 경기 기록을 다시 썼다. 흥행 열기는 경기장 밖 소비로도 번져 야구장 인근 편의점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하고, 구단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굿즈·뷰티·식품 협업 상품 판매도 늘고 있다. 야구장 인근 세븐일레븐 점포의 매출은 지난 3월 28일부터 4월 19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했다.

산업 규모도 커지고 있다. 2025시즌 프로야구 관련 매출은 7795억8000만원으로 8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뒀고, 입장권 수익은 지난해 처음으로 2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는 또래 간 유대감을 바탕으로 결속력을 다지는 2030 여성 팬덤을 핵심 소비층으로 보고, 협업 상품과 팝업스토어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