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열고 애플은 닫았다…EU AI 비서 규제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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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구글에 안드로이드 11개 기능·검색데이터 개방 명령
챗GPT·클로드도 “헤이 구글”처럼 쓸 수 있게 된다

유럽연합(EU) 유럽집행위원회가 구글에 안드로이드와 구글 검색 데이터를 경쟁 인공지능(AI) 비서·검색 서비스에도 열어주라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결정을 내렸다. 유럽집행위원회는 7월16일(현지시각) 이 같은 두 건의 결정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구글 제미나이(Gemini)와 애플 시리(Siri)가 스마트폰을 장악한 상황에서 다른 AI 비서들도 동등하게 기기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Omdia)에 따르면 구글과 애플은 전 세계에서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을 합쳐 약 50억 대를 장악하고 있다. 애플은 이미 지난 6월 디지털시장법(DMA)을 이유로 새 시리를 EU 지역 아이폰·아이패드에 출시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반발한 상태다.
유럽집행위, “구글 11개 안드로이드 기능 개방하라”
이번 결정은 지배적 플랫폼(게이트키퍼)이 경쟁사에도 자사 서비스와 동일한 수준의 기능·데이터 접근권을 제공하도록 요구하는 디지털시장법에 근거한다. 이 법은 2022년 제정돼 2023년부터 EU 역내에서 시행됐다. 유럽집행위원회는 이번 조치가 벌금이 아니라 ‘구체화 결정(specification decision)’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이 이미 지고 있던 의무를 기능별로 구체적인 엔지니어링 요구사항으로 전환한 것이라는 의미다. 이 결정은 약 2년간 이어진 협의가 실효성 있는 해법을 만들어내지 못한 끝에 나왔다.
유럽집행위원회는 경쟁 AI 비서들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제한적으로만 접근할 수 있는 반면 구글 자체 제미나이는 전면적으로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목했다. 유럽 모바일 사용자의 약 60%가 안드로이드를 쓰는 만큼 이 격차가 대안 서비스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구글은 음성 활성화부터 앱을 넘나드는 작업 수행 능력까지 AI 비서가 필요로 하는 안드로이드 기능 11개를 열어야 한다. 이용자는 앞으로 ‘헤이 구글’을 부르듯 음성으로 제3자 AI 비서를 호출해 이메일 작성, 음식 주문, 통화 중 받은 항공편 정보 확인 같은 작업을 맡길 수 있게 된다. 오픈AI의 챗GPT, 앤트로픽의 클로드, 퍼플렉시티 같은 서비스가 일반 앱이 아니라 제미나이와 동일한 시스템 차원의 접점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어떤 도구에 이런 접근권을 줄지는 구글이 아니라 이용자가 정하게 된다.

90% 장악한 검색 데이터도 경쟁사에 공유
두 번째 결정은 구글 검색을 겨냥한다. 구글은 자사 검색 결과를 다듬는 데 쓰는 익명화된 검색어, 클릭, 순위, 노출 신호를 경쟁 검색·AI 서비스 제공자와 공유해야 한다. 유럽집행위원회는 구글 검색이 수년간 유럽 시장에서 90% 넘는 점유율을 유지해왔고, 이 과정에서 쌓인 데이터가 어떤 경쟁사도 독자적으로 구축할 수 없는 자산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는 검색 기능을 수행하는 AI 챗봇에도 데이터 공유 대상 자격을 확대했다. 검색 데이터 우위가 구글 검색에서 제미나이로 그대로 옮겨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유럽집행위원회는 지난주 낸 보도자료에서 EU 이용자들이 AI 서비스와 검색 서비스 모두에서 “더 폭넓고 기능이 풍부한 선택지”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안드로이드 이용자가 제미나이를 쓸 때처럼 음성으로 다른 AI 비서에 접근하고, 제3자 AI 비서가 대신 앱을 조작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애플도 발 뺐다…프라이버시 명분 vs 의심의 시선
구글은 안드로이드 개방 의무를 2027년 7월까지 이행해야 한다. 옴디아 집계로 이 규제 대상에 해당하는 아이폰·안드로이드폰은 약 4억2700만 대에 이른다. 애플과 구글은 플랫폼을 외부에 열면 심각한 프라이버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애플은 지난 6월 디지털시장법을 이유로 새 시리 AI 비서를 EU 지역 아이폰·아이패드에서 출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외부 서비스에 애플·구글의 운영체제 접근권을 주는 것이 보안과 이용자 프라이버시에 실제로 위험할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다만 프라이버시가 구글의 진짜 반발 이유인지에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자프라이버시정보센터(EPIC) AI·인권 프로그램 수석고문 겸 디렉터인 칼리 슈뢰더(Calli Schroeder)는 CNN에 “이들 빅테크 기업의 주장을 어느 정도 걸러서 들어야 한다”며 “자신들에게 불리한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정말로 프라이버시를 신경 써 왔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2027년 7월 시한까지 남은 쟁점
구글이 2027년 7월 시한을 맞추려면 안드로이드 11개 기능 개방과 검색 데이터 공유 체계를 동시에 구축해야 한다. 오픈AI 챗GPT나 앤트로픽 클로드, 퍼플렉시티 같은 서비스가 시스템 차원 접근권을 확보하면 스마트폰 AI 비서 시장의 경쟁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 반면 애플이 이미 시리 신버전의 EU 출시를 보류한 전례는 빅테크가 규제 준수보다 시장 철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보안과 프라이버시를 둘러싼 논쟁, 그리고 빅테크의 실제 이행 여부가 앞으로 이 규제의 성패를 가를 변수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