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 쓴 10대 수백 명이... 현재 영국서 벌어지는 '기겁할 사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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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업' 공포에 휩싸인 영국

바라클라바로 얼굴을 가린 수백 명의 10대가 대낮의 번화가로 쏟아져 나온다. 진열대를 훑고 지나가며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챙긴 이들은 순식간에 흩어지고, 겁에 질린 상인과 손님은 셔터를 내린 채 매장 안에 스스로를 가둔다. 그리고 그 장면은 곧바로 스마트폰에 담겨 소셜미디어에 올라간다. '링크업'이라 불리는 이 집단 소동이 올봄부터 런던과 버밍엄, 밀턴킨스, 여름철 해안 도시까지 번지며 영국의 소매업계와 경찰을 흔들고 있다.


'링크업'으로 불리는 광란의 집단 소동이 올봄부터 영국 런던을 흔들고 있다. / 인디펜던트 영상 캡처
'링크업'으로 불리는 광란의 집단 소동이 올봄부터 영국 런던을 흔들고 있다. / 인디펜던트 영상 캡처

링크업은 틱톡과 스냅챗 등에서 시간과 장소를 정해 대규모로 모이자고 부추기는 게시물을 통해 조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뚜렷한 정치·사회적 목적을 가진 시위가 아니라 또래의 관심과 온라인상의 주목을 노린 놀이에 가깝다는 것이 현지 당국과 전문가들의 대체적 진단이다. 참가자 다수가 검은 옷과 복면 차림이어서, 불특정 다수가 뒤섞인 군중 속에서 개별 가해자를 특정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전해졌다.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런던 남부 클래펌에서 벌어졌다. 클래펌에서는 현지시각으로 지난 3월 28일과 31일 이틀에 걸쳐 수백 명의 10대가 하이스트리트로 몰려들어 상점으로 뛰어들고 클래펌 커먼에서 불꽃을 터뜨렸다. 막스앤드스펜서(M&S)와 세인즈버리, 부츠, 웨이트로즈 등은 안전을 이유로 조기에 문을 닫았고, 유아차를 끌던 여성을 비롯한 손님들이 매장 안에서 대피 안내를 받았다. 경찰관 약 100명이 투입돼 해산 명령을 내렸으며, 경찰관 4명을 포함해 5명이 폭행당하고 6명이 검거된 것으로 파악됐다.


'링크업'으로 불리는 광란의 집단 소동이 올봄부터 영국 런던을 흔들고 있다. /  'NewsBuzz UK 🇬🇧' 유튜브
'링크업'으로 불리는 광란의 집단 소동이 올봄부터 영국 런던을 흔들고 있다. / 'NewsBuzz UK 🇬🇧' 유튜브

같은 시기 버밍엄에서는 학기 마지막 날 도심에 학생들이 몰려 상점들이 문을 닫았고, 인근 솔리헐에서는 서머싯 웨스트미들랜즈 경찰이 36시간 해산 명령을 발동했다. 5월에는 밀턴킨스 쇼핑센터 앞에서 트레이닝복과 발라클라바 차림의 무리가 경찰과 대치했고, 반학기 폭염이 겹친 시기에는 사우스엔드와 본머스 해변으로 300여 명이 몰려 상점 물건을 훔치고 경찰과 충돌했다. 일포드의 JD스포츠 매장에서는 복면을 쓴 무리가 옷을 챙겨 달아나려 하자 어린 직원들이 맞서 물건을 되찾는 장면이 확산되기도 했다.

'런던 스탠더드' 유튜브

전문가들은 이번 소동이 2011년 런던 폭동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본다. 15년 전에는 전자제품과 고가 운동화가 약탈 대상이었고 건물이 불타는 등 수백만 파운드의 피해가 났지만, 이번에 실제로 도난당한 것은 대체로 소액의 식품류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새롭게 등장한 목적은 '촬영'이다. 스스로 소동을 벌이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것 자체가 행위의 목적이 됐다는 분석이다. 현장 영상에는 소동에 가담한 사람보다 이를 촬영하는 사람이 더 많이 잡히는 경우도 있었다.

배경에는 이른바 '경범죄'에 대한 경찰의 소극적 대응을 둘러싼 오랜 불만이 자리한다. 절도액이 200파운드 이하인 좀도둑질이 사실상 방치돼 왔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매장 보안요원들은 미성년자와 물리적으로 충돌하지 않도록 교육받는다. 이런 환경에서 "이 정도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영상으로 퍼지며 모방을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전직 런던경찰청 형사 피터 블렉슬리는 링크업 확산을 두고 "충분히 예견됐던 전염"이라고 진단했다.

수치도 이런 진단을 뒷받침한다. 영국 국가통계청(ONS) 집계에서 지난해 3월까지 1년간 경찰에 신고된 상점 절도는 53만643건으로, 1년 전보다 20% 늘어 관련 통계 방식이 도입된 200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소매협회(BRC)는 소매 범죄로 인한 업계 손실이 연간 22억 파운드에 이른다고 밝혔으며, 소매 노동자를 겨냥한 폭력과 위협도 팬데믹 이전의 여러 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업계 조사에서는 소매 노동자에 대한 폭력적 행동이 2025년 한 해에만 12% 증가했다.

소동은 곧바로 정치 쟁점으로 번졌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최근의 클래펌 사태를 두고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추가 검거와 경찰력 증강을 예고했다. 칸 시장은 앞서 런던이 혼란에 빠졌다는 인상을 주는 영상이 확산되자 재외 공관에 이를 반박하라고 당부했으나, 며칠 만에 오히려 단속 강화를 발표하는 처지가 됐다. 크리스 필프 보수당 의원은 대규모 검거와 집중 순찰, 불심검문 확대를 요구했고, 노동당 소속 지역구 의원은 소동을 강하게 규탄했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세라 존스 영국 범죄·치안 담당 장관은 이런 행태를 "우리 사회에 설 자리가 없다"고 밝히며, 200파운드 이하 상점 절도에 대한 사실상의 면책을 없애 좀도둑도 기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매업계의 불만도 정면으로 표출됐다. 막스앤드스펜서 리테일 부문 책임자 티누스 키브는 "범죄가 줄고 있다는 말을 계속 듣지만 소매 현장에서 그렇게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시장과 경찰을 직접 겨냥했다.

런던의 대응 수단으로는 실시간 안면인식(LFR)이 부상하고 있다. 런던광역경찰청은 2024년 9월부터 1년간 안면인식으로 962명을 검거했다고 밝혔고, 내무부는 올해 1월 관련 예산 확대와 전담 조직 신설을 담은 방침을 내놨다. 사우스엔드 해변 소동 때도 안면인식 기술이 투입됐다. 다만 시민단체들은 대규모 안면 정보 수집이 시민을 "용의자 취급"한다며 반발하고 있어, 확대 적용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한편 현지 10대들은 언론이 이 모임을 '스티밍(steaming)'이라 부르는 것을 두고 어리둥절해한다고 전해졌다. 이들 사이에서는 어디까지나 '링크업'일 뿐이며, 상점 습격은 그 일부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래펌 소동을 취재하러 프랑스와 독일 매체까지 몰려들면서 한 치킨집 주인은 하루에만 12개 매체와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지역 소동이 런던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국제 뉴스로 확산된 셈이다.

여름 방학과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소셜미디어에는 다음 링크업 장소를 예고하는 게시물이 다시 올라오고 있고, 경찰은 주요 번화가와 해안 도시에 순찰과 안면인식 배치를 늘리고 있다.

영상=인디펜던트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