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개 걷어냈는데도…” ‘호프’ 숫자 욕 137번 나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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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 vs “시간 낭비”…‘호프’, 역대급 호불호 뚫고 5일 만에 200만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를 둘러싼 호불호가 거세다. 압도적인 영상과 액션을 앞세운 새로운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찬사가 나오는 반면, 과도한 욕설 때문에 피로하다는 혹평도 이어지고 있다.

나홍진 감독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호프'(HOPE)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 분)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을 전체가 비상에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 뉴스1
나홍진 감독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호프'(HOPE)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 분)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을 전체가 비상에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 뉴스1

논란의 중심에는 영화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른바 ‘숫자 욕’이 있다. 일부 관객이 직접 횟수를 세어 온라인에 공유한 내용에 따르면 해당 욕설은 영화 전체에서 무려 137번 등장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나홍진 감독이 후반 작업 과정에서 약 200개를 덜어낸 결과였다. 나 감독은 욕설을 단순한 비속어가 아니라 인물들의 다양한 감정을 전달하는 ‘감탄사’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200개 삭제하고도 137번…절반은 애드리브였다

나 감독은 지난 15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호프’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해 봉준호 감독과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역대급 호불호 논란 '호프'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역대급 호불호 논란 '호프'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이날 화제가 된 질문 중 하나는 영화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욕설이었다. ‘호프’에서는 황정민과 조인성, 정호연 등이 정체불명의 존재와 사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같은 욕설을 쉴 새 없이 내뱉는다.

나 감독은 “반은 애드리브이고 반은 대사였다”며 “후반 작업을 하면서 해당 욕설을 걷어내려고 200개 정도는 삭제한 것 같은데도 백몇십 개가 아직 남아 있더라”고 밝혔다.

정확히 137번이라는 수치는 일부 관객의 집계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이 공식적으로 밝힌 횟수는 ‘백몇십 개’지만, 온라인에서는 137번이라는 구체적인 숫자가 빠르게 확산하며 영화의 또 다른 화제 요소가 됐다.

봉 감독은 “욕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는데, 벌어지는 전개를 보니 저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영화 속 극한 상황을 고려하면 욕설 사용이 이해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홍진 “욕설 아닌 감탄사”…관객 판단은 갈렸다

유독 숫자 욕이 많은 이유?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유독 숫자 욕이 많은 이유?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나 감독이 반복적인 욕설을 사용한 데는 분명한 연출 의도가 있었다. 인물들이 느끼는 공포와 분노, 당혹감과 절박함을 가장 즉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표현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해당 단어의 사전적 의미가 지금의 현실에서는 달라질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의미는 감탄사”라고 설명했다. 억양과 강세에 따라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라는 의미다.

실제로 영화 속 욕설은 한 가지 감정만 나타내지 않는다. 정체불명의 존재를 마주한 충격부터 위기 속 두려움, 동료를 향한 분노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당혹감까지 서로 다른 감정이 같은 단어의 억양과 강도로 표현된다.

그러나 관객들의 판단은 엇갈렸다. 극한 상황에 놓인 인물들의 반응을 현실적으로 살렸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욕설에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특히 같은 단어가 반복되면서 처음의 충격과 긴장감이 점차 약해지고 피로감만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관객은 영화를 보고 난 뒤 줄거리나 장면보다 욕설만 기억에 남는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대낮에 등장한 크리처…한국 영화에서 보기 힘든 이미지

올해 최단기 200만 돌파 '호프'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올해 최단기 200만 돌파 '호프'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호프’는 나 감독이 ‘곡성’ 이후 약 10년 만에 선보인 장편 신작이다. 황정민과 조인성, 정호연을 비롯해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등 국내외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영화는 비무장지대 인근의 가상 마을 호포항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시작된다. 산불 진화를 위해 지원 인력이 빠져나가고 통신마저 끊기면서 마을에는 노인과 소수의 주민만 남는다.

호포항 출장소 경찰 범석과 성애는 고립된 마을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산에서 정체불명의 존재를 추적하던 청년과 사냥꾼은 오히려 그 존재들의 사냥감이 되고, 호랑이 출현이라는 징후 뒤에 숨겨진 거대한 실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작품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기존 크리처물의 문법을 뒤튼 이미지다. 대부분의 크리처 영화가 어둠과 제한된 시야를 공포의 장치로 활용하는 것과 달리 ‘호프’는 정체불명의 존재를 밝은 대낮에 드러낸다.

선명한 빛 아래 펼쳐지는 크리처와 인간의 사투는 한국 영화에서 쉽게 보기 힘든 강렬한 이미지를 완성한다. 작은 어촌에서 시작된 사건이 우주적 비극으로 확장되면서 SF와 스릴러, 크리처물과 액션을 넘나드는 장르 실험도 이어진다.

황정민은 초반부의 폭발적인 질주 액션으로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렸고, 조인성은 승마와 추격 장면을 직접 소화했다. 정호연도 카체이싱 촬영을 위해 1종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드리프트와 J턴 등 전문 훈련을 받은 뒤 대부분의 자동차 액션을 직접 연기했다.

욕설·결말 논란에도 5일 만에 200만 돌파

배우 조인성(왼쪽부터), 나홍진 감독, 배우 정호연, 황정민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호프'(HOPE)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배우 조인성(왼쪽부터), 나홍진 감독, 배우 정호연, 황정민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호프'(HOPE)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극심한 호불호는 오히려 ‘호프’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고 있다. 영화를 극찬하는 관객들은 추격 장면과 액션, 비주얼과 사운드를 강점으로 꼽는다. 반면 혹평을 내놓은 관객들은 불친절한 서사와 반복되는 욕설,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결말을 문제로 지적한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외계인의 대사와 인물 관계, 이후 전개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이 온라인과 SNS에서 이어지고 있다. 한 번의 관람으로는 모든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N차 관람 움직임도 나타나는 분위기다.

엇갈린 평가에도 흥행 속도는 가파르다. 지난 15일 개봉한 ‘호프’는 개봉 3일째 100만 관객을 넘어선 데 이어 5일째인 19일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두 기록 모두 올해 개봉작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다.

영화계 인사들의 지원 사격도 이어졌다. 이창동 감독은 ‘호프’를 오락 영화의 극점에 있는 작품으로 평가했고, 봉 감독은 놀라운 쾌감과 폭주를 보여주는 롤러코스터에 비유했다. 장재현 감독 역시 비주얼과 사운드, 세계관에 압도당했다며 호평했다.

욕설 137번과 불친절한 결말은 관객을 갈라놓았지만, 동시에 영화를 직접 확인하고 싶게 만드는 강력한 흥행 요소가 됐다. 뜨거운 논쟁이 장기 흥행의 동력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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