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이드카·서킷브레이커 35차례…누가 한국 증시를 도박판으로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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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상장치가 일상이 된 시장…투자보다 '베팅'이 앞서는 증시
-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파생상품 확대…변동성 키웠다는 비판
- 정책 실패라면 책임도 따라야…도입 과정 전면 재검증해야

[부산=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올해 들어 국내 증시는 하루에도 수차례 급등락을 반복하며 사실상 '단타 시장'으로 변했다. 시장 안정을 위해 마련된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는 더 이상 비상 상황이 아니라 일상이 됐다.

위키트리 부산경님취재본부장 최학봉 선임기자. / 사진=위키트리DB
위키트리 부산경님취재본부장 최학봉 선임기자. / 사진=위키트리DB

올해 7월 20일까지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는 모두 35차례 발동됐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가 반복적으로 작동할 정도라면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최근 국내 증시의 급격한 변동성 확대를 두고 시장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각종 파생상품 확대가 투기성 단기 자금을 끌어들이며 변동성을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특정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배수로 추종하는 구조여서 상승과 하락을 동시에 증폭시키는 특성을 갖는다. 투자보다는 단기 차익을 노리는 거래가 늘어날수록 시장은 기업의 가치보다 가격 변동에 베팅하는 구조로 변질될 가능성이 커진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둘러싸고 금융당국의 정책 추진 과정에 대한 논란도 제기됐다. 시장에서는 도입 당시부터 투자자 보호와 시장 변동성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결국 제도는 시행됐다.


정책은 결과로 평가받는다.

시장이 안정되고 투자 문화가 성숙했다면 성공한 정책일 수 있다. 그러나 안전장치가 수십 차례 작동하고, 개인투자자들이 하루하루 급등락에 흔들리는 시장이 됐다면 정책 결정 과정 역시 냉정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물론 올해 시장 변동성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글로벌 금리, 대외 변수, 외국인 수급, 프로그램 매매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고위험 금융상품이 단기 매매를 더욱 부추기고 변동성을 확대했는지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도입 당시 위험성 검토가 충분했는지, 투자자 보호장치는 적절했는지, 정책 결정 과정은 합리적이었는지 전면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만약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시장 충격 가능성을 과소평가한 채 제도를 밀어붙였다면 이는 단순한 정책 판단을 넘어 투자자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의 문제다.


대한민국 증시는 기업의 미래와 성장 가능성에 투자하는 자본시장이어야 한다.

그러나 하루에도 몇 번씩 방향이 뒤집히고, 레버리지와 파생상품이 거래를 주도하며, 비상장치가 일상이 된 시장이라면 투자자는 주식을 사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방향에 돈을 거는 게임에 참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더 이상 "투자는 자기 책임"이라는 말 뒤에 숨을 일이 아니다.

누가 이러한 시장 구조를 만들었는지, 어떤 정책 판단이 오늘의 변동성을 키웠는지 국민 앞에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포함한 고위험 금융상품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감사와 책임 규명도 이뤄져야 한다.


올해 35차례나 비상장치가 작동한 시장을 정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건 건강한 자본시장이 아니다. 투자보다 투기가 앞서는 시장이며,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큰 희생양이 되는 시장이다. 대한민국 증시는 지금이라도 '도박판'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이 국내 증시의 과도한 변동성을 키웠다며, 해당 정책을 주도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경질을 촉구했다.

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 "자영업자 이자 부담은 1조8000억원, 주택담보대출 이자는 1조8000억원, 기타 대출 이자는 1조5000억원 늘어나 국민들의 금융 부담이 총 5조1000억원 증가했다"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1년 동안 국민들은 더 가난해졌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