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 플립, 299달러 폴더폰…접으면 화면 완전히 꺼진다
작성일
라이트, 299달러 폴더폰 ‘라이트 플립’ 공개…2027년 4월 출시\n외부 화면 없이 알림 램프만, Z세대 겨냥한 탈스마트폰 전략

브루클린 기반 미니멀폰 스타트업 라이트(Light)가 새 폴더폰 ‘라이트 플립(Light Flip)’을 공개했다. 가격은 299달러로 이 회사가 내놓은 기기 중 가장 저렴하다. 공동창업자 카이웨이 탱(Kaiwei Tang)과 조 홀리어(Joe Hollier)는 터치스크린 없는 완전 촉각형 폴더폰에 기존 라이트폰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얹었다고 설명했다. 와이어드(Wired)에 따르면 라이트 플립은 2027년 4월 출시 예정이며 현재 사전예약을 받고 있다. 탱은 20여 년 전 모토로라 레이저(Razr) 개발에 참여했던 인물로, 라이트를 창업해 10년째 이끌고 있다.
Z세대가 먼저 요청한 폴더폰
라이트는 몇 년째 폴더폰을 쓰는 젊은 사용자들을 인터뷰해왔다. 탱은 테크크런치(TechCrunch)에 “Z세대 사용자들은 폴더폰의 만듦새가 나쁘다고 말하면서도 계속 쓴다”고 전했다. “그들은 폴더폰을 부정적인 언어로 묘사하지만 그 폰을 고수하고, 그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라이트는 20명이 넘는 Z세대 소비자를 인터뷰했다. 탱은 이들이 “스마트폰을 쓰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중에 나온 HMD·TCL 등의 저가 폴더폰은 이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게 탱의 설명이다. 그는 “사용자들이 자신의 폴더폰을 못생기고 멍청하다고 묘사한다. 아무도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지 않고 일부는 여전히 소셜미디어가 깔려 있으며 아무도 고쳐주지 않는다”면서도 “그래도 그들은 그 폰을 고수한다”고 말했다. 홀리어는 이런 소비자들이 “스스로도 이 선택이 다소 불필요하다는 걸 알지만 그만큼 빅테크에 반감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런 반복된 피드백 속에서 탱과 홀리어는 지난 세 차례 터치스크린 라이트폰에 써온 소프트웨어를 폴더폰 형태에 옮기기로 결정했다.

외부 화면 없는 촉각형 디자인
더 버지(The Verge)에 따르면 라이트 플립은 상단에 2.8인치 OLED 화면을, 하단에는 숫자패드·방향키·기능키를 배치한 구조다. 화면은 터치스크린이 아니다. 엔가젯(Engadget)은 12개 버튼으로 구성된 키패드가 옛 T9 문자 입력 방식을 그대로 재현했다고 전했다. 가운데에는 4방향 방향키가 있고 옆면에는 홈버튼과 음량 조절 스위치가 달렸다.
프로세서는 미디어텍 MT8873, 저장공간 128GB, 램(RAM) 6GB다. 후면에는 5000만 화소 카메라가 있지만 실제 출력되는 이미지는 1200만 화소로 처리된다고 엔가젯은 설명했다. 배터리는 나사로 고정된 덮개 안에 있어 탈착이 가능하다. USB-C 포트와 3.5mm 헤드폰 단자도 남아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결정은 폴더를 덮으면 화면이 완전히 꺼진다는 점이다. 외부 화면 자체가 없고 대신 알림이 있을 때만 빛나는 램프가 달렸다. 탱은 더 버지에 “기기를 열고, 다시 닫으면 사라지는 그 행위 자체”가 좋았다고 말했다. 사용자가 폰을 열어야만 뭔가를 확인할 수 있게 만들어 무심코 들여다보는 습관을 차단하려는 설계다. 탱은 라이트 플립이 아이폰이나 갤럭시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세컨드폰’으로서 메인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나올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색상과 요금제로 진입장벽 낮추기
라이트의 기존 기기는 알루미늄 소재의 올블랙 일색이었지만 라이트 플립은 처음으로 여러 색상을 갖췄다. 블랙·레드·옐로·핑크·네이비블루·라이트그레이 등 총 6가지 색상이다. 대신 소재는 알루미늄에서 플라스틱으로 바뀌었고 NFC 리더와 셀피 카메라도 빠졌다. 홀리어는 테크크런치에 “나는 완전히 쿼티(QWERTY) 스타일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T9 예측 입력을 써보니 즐거웠다. 색상 때문에라도 폴더폰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며 “노란색 폰을 갖는 것만으로도 신이 난다”고 말했다.
가격 정책도 파격적이다. 299달러에 살 수도 있고 라이트 자체 통신 서비스와 결합해 24개월 약정으로 월 39달러에 가져갈 수도 있다. 엔가젯에 따르면 이 요금제는 무제한 전화·문자에 월 1GB 데이터를 제공하며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늘리면 월 69달러로 오른다. 와이어드는 이 통신 서비스가 AT&T와 T모바일 망을 빌려 쓰는 방식이며 라이트가 미국·캐나다·영국에서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로 운영된다고 전했다. 라이트는 앞서 앤드루 양(Andrew Yang)이 만든 반(反) 두스크롤링 통신사 노블 모바일(Noble Mobile)과도 요금제를 시범 운영한 적이 있다.
같은 24개월 약정으로 기존 모델 라이트폰3(Light Phone III)도 월 59달러에 구입할 수 있다. 다만 라이트폰3 자체 가격은 소스마다 차이가 있다. 와이어드는 램 공급 부족 탓에 라이트폰3 가격이 원래 699달러에서 899달러로 올랐다고 전했다. 지난해 이미 관세 영향으로 한 차례 가격이 오른 상태였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반면 테크크런치는 현재 라이트폰3 정가를 799달러로 소개했다. 어느 쪽이든 라이트 플립의 299달러는 라이트가 내놓은 기기 중 가장 낮은 가격대다.
Z세대 겨냥한 ‘탈스마트폰’ 프로그램
지디넷(ZDNet)에 따르면 라이트 플립의 핵심 타깃은 18~30세 소비자다. 탱은 컨설팅업체와 협업한 조사에서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의 52%가 스마트폰이 아닌 기기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라이트는 이 수요를 겨냥해 9개월짜리 ‘플립 유어 라이프(Flip Your Life)’ 프로그램을 함께 내놓는다. 스마트폰을 완전히 끊기까지 사용자를 단계적으로 돕는 프로그램이다.
홀리어는 지디넷에 “이건 그냥 신발을 바꿔 신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한 생활방식의 전환”이라고 말했다. 급격한 변화가 부담스러워 다시 스마트폰으로 돌아가는 사용자가 많았던 경험에서 나온 프로그램이다. 홀리어는 와이어드에는 “사람들이 휴대폰 구독 모델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우리도 최소한 그 방식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요금제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라이트는 소프트웨어 자체는 손대지 않았다. 알람·계산기·달력 등 기존 라이트폰OS의 도구와 SDK(소프트웨어 개발 키트) 개발자 프로그램을 그대로 옮겼다. 홀리어는 테크크런치에 “똑같은 라이트폰 경험, 똑같은 라이트폰OS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한쪽은 완전히 촉각적이고 터치스크린이 없을 뿐 나머지는 동일한 경험”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