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가람혁신도시 덮친 토지 규제… 나주시, 정부에 개선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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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밀도 특성 외면한 일괄 규제에 역차별 논란… 윤병태 시장, 공동주택 예외 등 공식 건의

투기 억제라는 정부 정책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당초 정부 주도하에 '저밀도·친환경'이라는 확고한 도시계획 목표를 가지고 조성된 빛가람혁신도시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규제의 잣대가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혁신도시 내 수많은 공동주택 주민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게 될 처지에 놓이자, 나주시(시장 윤병태)는 혁신도시 조성의 근본적인 취지를 살리고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를 막기 위해 정부에 관련 제도 개선을 강력하고 공식적으로 건의하고 나섰다.
◆ 반도체 클러스터 호재가 부른 뜻밖의 '규제 폭탄'
국토교통부는 오는 2026년 7월 14일부터 2028년 7월 13일까지 2년간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예정지인 광주 군공항 이전 부지 반경 10㎞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전격 지정했다. 이번 조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근거하여, 대규모 국책 사업 추진에 따른 인근 지역의 묻지마식 부동산 투기를 사전에 차단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건전한 부동산 거래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게 되면 해당 구역 내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를 거래할 경우 반드시 관할 자치단체장의 사전 허가를 득해야 하며, 주거용의 경우 최소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발생하는 등 사실상 매매가 극도로 까다로워진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우리가 흔히 아는 실내 면적인 '전용면적'이 아니라 해당 세대가 보유한 땅의 크기인 '대지권 면적'을 기준으로 규제 대상을 판단한다. 현재 규정상 세대당 대지 지분이 60㎡를 초과하면 무조건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하는 규제 대상에 편입된다.
◆ 저밀도 혁신도시 특성 묵살… 1만 6천여 세대 발 묶였다
문제의 핵심은 빛가람혁신도시가 태생부터 일반적인 도심과는 완전히 다른 궤적을 그리며 탄생했다는 점에 있다. 정부는 당초 혁신도시를 기획하면서 쾌적하고 살기 좋은 '저밀도·친환경 도시'를 표방하며 아파트 단지의 건폐율과 용적률을 일반 도시보다 현저히 낮게 제한했다.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서지 않은 쾌적한 환경을 조성한 대가로, 혁신도시 내 아파트들은 이른바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약 33평형) 아파트라 할지라도 세대당 배정되는 대지 지분이 기준치인 60㎡를 훌쩍 넘어서는 넉넉한 구조를 띠게 되었다.
이러한 혁신도시만의 긍정적인 도시계획 특성이 이번 규제 국면에서는 오히려 주민들의 발목을 잡는 거대한 족쇄로 돌변했다. 나주시의 자체 파악 결과, 이번 구역 지정으로 인해 빛가람혁신도시와 인접한 남평읍, 금천면 소재 19개 아파트 단지의 전체 세대인 9,003세대가 꼼짝없이 허가 대상에 포함되었다. 또한, 혁신도시와 금천면 일대의 다른 10개 아파트 단지 역시 일부 평형(7,877세대)이 허가 대상에 묶이는 등 총 1만 6천여 세대가 넘는 엄청난 물량이 하루아침에 부동산 거래의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 광주 고층 아파트는 규제 제외?… "동일 생활권 내 심각한 역차별"
나주시와 지역 주민들이 더욱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동일한 반경 내에 위치한 광주광역시 도심 지역과의 심각한 형평성 문제 때문이다. 빽빽한 고밀도 개발이 이루어진 광주 도심의 고층 아파트들은 단지 내 가구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세대당 돌아가는 대지 지분이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이 때문에 실제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예정지와 물리적 거리가 혁신도시보다 훨씬 가까운 일부 광주 도심 지역의 아파트들은 대지 지분이 60㎡를 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의 규제 칼날을 교묘하게 비켜가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나주시는 "실거주 의무 요건 등 강력한 거래 제한이 가해지면 부동산 거래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정상적인 매매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명하며, "특히 전세 물량의 급감으로 인해 서민들의 주거 불안이 가중되고, 나아가 지역 부동산 시장 전체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가 주도하여 쾌적하게 조성한 혁신도시의 성공적인 안착을 돕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대어 정책의 신뢰도와 혁신도시 조성 취지 자체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 윤병태 시장, "정부 정책 따른 불이익 용납 불가… 즉각 개선해야"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윤병태 나주시는 즉각적인 대응에 돌입했다. 윤 시장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차원에서 혁신도시 공동주택을 토지거래허가 대상에서 아예 예외로 인정해 주거나, 저밀도 도시의 현실적인 여건을 반영하여 공동주택의 허가 기준 면적을 대폭 상향 조정해 줄 것을 국토교통부 등 중앙 정부에 강력히 공식 건의했다.
윤병태 시장은 "정부가 주도적이고 계획적으로 조성한 혁신도시는 애초부터 저밀도 친환경 도시계획 지침에 따라 세대당 대지 지분이 커질 수밖에 없는 태생적 구조를 안고 있다"고 정확히 짚으며, "투기를 막겠다는 법 제도의 긍정적인 취지에는 십분 공감하지만, 이러한 훌륭한 도시계획의 특성이 획일적인 잣대로 인해 토지거래허가 대상이라는 불이익으로 돌아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이어 윤 시장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추진과 투기 방지라는 대명제는 철저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정부의 방침을 믿고 혁신도시에 터를 잡은 애꿎은 우리 주민들이 부당한 역차별을 받는 일은 결단코 없어야 한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히며, "혁신도시 공동주택에 대한 합리적인 예외 인정이나 현실에 부합하는 허가 기준 개선이 관철될 때까지 중앙 정부와 끈질기고 지속적으로 협의를 이어나가 시민들의 소중한 재산권을 빈틈없이 지켜내겠다"고 굳은 결의를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