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형 때문에 이혼 위기... 나와 아내 중 누가 잘못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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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형 장애 알리지 않은 죄... 사기결혼 성립 가능할까

결혼 1년도 안 된 신혼부부가 파경 위기에 몰렸다. 방아쇠를 당긴 건 남편도 아내도 아니었다. 손주를 재촉하던 시어머니의 말 한마디였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한 남성의 하소연이 조회수 1만1000회를 넘기고 댓글 200개를 빨아들였다. 글쓴이는 자신을 공무원이라고 소개했다. 사연은 이렇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결혼 전부터 손주를 강하게 원한 글쓴이 어머니가 어느 날 며느리에게 자기 언니 이야기를 꺼냈다. 43세에 시험관으로 아이를 가졌는데 그 아이에게 지적장애가 있다는 것이었다. "너희도 늦기 전에 낳아라"가 요지였다. 걱정에서 한 말이라는 게 남편의 설명이다.

아내는 다르게 받아들였다. 집안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숨겼다고, 유전 병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그러더니 "장애인이 태어나면 전부 당신 집안 탓"이라며 이혼을 통보했다. 남편에게는 다른 여자를 구해 아이를 낳으라는 취지의 거친 막말까지 했다고 한다. 아내는 이 결혼을 사기결혼이라고 규정했다.

남편은 아내가 지나치게 예민하다고 봤다. "사촌형이 그렇게 태어난 게 이모 잘못도 아니고, 시험관이나 노산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게 그의 항변이다.

남편은 댓글에서도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어머니가 걱정해서 한 말인데 무엇이 선을 넘었느냐고 되물었다. 자식이 결혼하면 손주를 바라는 건 당연하다고도 했다. 상견례 때 처가도 아이 이야기에 동의했으니 이제 와 안 낳겠다면 그거야말로 사기결혼 아니냐는 주장까지 폈다.

이 대댓글들을 기점으로 반응이 급격히 아내 쪽으로 기울었다. 처음엔 "양쪽 다 문제"라던 이용자들이 남편의 태도를 보고 돌아섰다. 한 이용자는 본문만 봤을 땐 시어머니, 남편, 며느리 다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대댓글을 보니 아내가 왜 막말했는지 알겠다고 적었다. "태세전환"이라는 짧은 댓글에 좋아요가 붙었다.

핵심 지적은 세 갈래였다. 첫째, 부부의 출산 계획에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상대로 직접 시험관을 언급한 것 자체가 과했다는 것. 둘째, 그 사이에서 중재하지 못한 남편이 더 큰 문제라는 것. 셋째, 자기 어머니의 발언은 걱정이고 아내의 반응은 선을 넘은 것이라는 남편의 태도가 이중잣대라는 것.

아내를 향한 비판도 없진 않았다. 일부가 아내의 거친 표현 자체를 문제 삼았다. 사촌의 장애까지 결혼 전에 알려야 하느냐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그렇다면 법적으로 아내의 사기결혼 주장은 성립할까. 마침 댓글 중에도 최근 변호사 유튜브에 나온 사연과 비슷한데 사기결혼은 성립하지 않고 누구를 고소할 수도 없다더라는 반응이 있었다. 실제 법리도 이쪽에 가깝다.

사촌형의 지적장애는 고지의무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 고지의무는 원칙적으로 혼인 당사자 본인의 중대한 사정을 겨눈다. 4촌 방계혈족의 건강 상태를 결혼 전에 밝혀야 할 법적 의무를 인정한 예는 찾기 어렵다.

비교할 판례도 있다. 대법원은 배우자의 불임이 민법 제816조 제2호가 정한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왔다. 당사자 본인의 생식 능력조차 취소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 마당에 사촌의 장애를 근거로 한 취소는 더더욱 설 자리가 좁다. 다만 배우자 본인이 정신질환 병력을 숨겼다가 재발한 사안에서는 부산가정법원과 대구가정법원이 혼인취소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 당사자 본인의 병력이 쟁점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과 다르다.

남편이 내세운 역공, 즉 아내가 출산에 동의했다가 번복했으니 사기결혼이라는 주장도 마찬가지로 근거가 약하다. 출산 의사가 바뀐 것을 형사 사기로 걸 수 없고 취소 사유로 삼기도 어렵다.

정리하면 사촌형의 장애를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혼인을 취소하거나 사기죄로 고소하는 길은 사실상 막혀 있다. 다만 두 사람이 갈라서는 것 자체는 다른 문제다. 협의이혼은 합의만 되면 언제든 가능하고, 재판상 이혼은 민법 제840조가 정한 별개의 사유로 따진다. 참고로 혼인취소를 구하려면 사기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안에 소를 제기해야 한다는 기간 제한이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