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코인베이스·블록·블랙록, 비트코인 양자위협에 공동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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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코인베이스·블록 등 9곳, 비트코인 양자보안에 1500만달러 서약
3년간 각자 자금 집행…양자컴퓨터의 개인키 탈취 위협에 대비

경쟁사 코인베이스·블록·블랙록, 비트코인 양자위협에 공동대응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경쟁사 코인베이스·블록·블랙록, 비트코인 양자위협에 공동대응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블랙록(BlackRock), 코인베이스(Coinbase), 스트래티지(Strategy) 등 비트코인 관련 9개 기업이 손잡고 ‘비트코인 시큐리티 컨소시엄(Bitcoin Security Consortium)’을 출범시켰다. 7월 22일(현지시각) 발표된 이 컨소시엄은 3년간 총 1500만 달러를 공동 서약해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장기 보안 연구를 지원한다. 특히 양자컴퓨터(퀀텀컴퓨터)가 비트코인의 암호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응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앵커리지 디지털, ARK인베스트, 블록, 블록스트림, 피델리티 디지털 자산, 갤럭시 디지털도 창립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자산운용사와 커스터디, 거래소, 인프라 기업까지 아우르는 조합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경쟁사들이 왜 함께 모였나

이번 컨소시엄은 자금을 한곳에 모아두는 펀드가 아니다. 각 회원사가 자기 판단에 따라 원하는 개발자나 연구자, 단체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코인데스크(coindesk.com)에 따르면 개별 기업이 얼마를 내는지, 이번에 발표된 금액 중 신규 자금이 얼마나 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컨소시엄은 비트코인 프로토콜을 직접 개발하거나 방향을 정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보도자료는 “비트코인의 프로토콜을 개발하거나 지시하지 않으며, 특정 프로토콜 변경에 대해 입장을 취하지 않고, 비트코인이나 개발자들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업계가 개발자를 후원하는 방식을 참고했다는 설명이다. 일상적인 운영은 비트코인 오픈소스 개발자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브링크(Brink)의 상무이사 마이크 슈미트(Mike Schmidt)가 자원봉사 형태로 맡는다.

스트래티지 최고경영자(CEO) 폴 르(Phong Le)는 “장기 보유자로서 우리는 비트코인이 앞으로도 안전하게 유지되기를 바랄 모든 이유가 있다”며 “이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관련 논의를 활성화하는 것이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방법”이라고 말했다.

양자컴퓨터, 비트코인에 어떤 위협인가 / AI 생성 이미지
양자컴퓨터, 비트코인에 어떤 위협인가 / AI 생성 이미지

양자컴퓨터, 비트코인에 어떤 위협인가

비트코인은 타원곡선암호(elliptic curve cryptography)라는 방식으로 지갑 소유자가 거래를 승인했는지 증명한다. 문제는 충분히 강력한 양자컴퓨터가 ‘쇼어 알고리즘(Shor's algorithm)’을 활용하면 공개키에서 개인키를 역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블록체인에 공개키가 노출된 코인은 이론적으로 이 방식의 공격에 취약해진다.

크립토슬레이트(cryptoslate.com)가 인용한 듄 애널리틱스(Dune Analytics) 대시보드에 따르면 공개키가 노출된 비트코인 출력값은 700만 BTC를 넘는다. 이는 해당 분석이 다루는 물량의 약 34.9%에 해당한다. 최근 시세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4608억 달러 규모다. 노출 물량은 가장 최근 완전한 한 달 동안에만 약 7만 7275 BTC가 늘었다.

다만 당장 위험한 상황은 아니다. 비트코인 시큐리티 컨소시엄의 발표문은 “비트코인의 암호체계를 위협할 수 있는 대규모 양자컴퓨터는 현재 존재하지 않으며, 신뢰할 만한 추정으로는 그런 능력을 갖추기까지 수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양자 이후 시대에 대한 보호 체계를 준비하는 것은 의미 있는 장기 과제”라며 비트코인 기술 커뮤니티가 이미 이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크립토슬레이트는 구글 퀀텀 AI(Google Quantum AI)에 참여한 연구팀들이 비트코인이 쓰는 방식의 암호를 깨는 데 필요한 컴퓨팅 자원 추정치를 지난 1년간 낮춰왔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시간표는 엇갈린다

양자 위협이 언제쯤 현실화할지에 대해서는 업계 내에서도 견해가 갈린다. 블록스트림 CEO 애덤 백(Adam Back)은 2025년 11월 비트코인이 최소 20년에서 40년간은 의미 있는 양자 위협에 직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반면 투자운용사 번스타인(Bernstein)은 올해 4월 낸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이 양자 이후 보안 업그레이드를 준비할 시간이 3~5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블랙록의 디지털자산 총괄 로버트 미치닉(Robert Mitchnick)은 “비트코인 코어 개발자들은 매우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며 비트코인의 장기 보안을 위해 추가 자금을 지원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이런 우려 속에 갤럭시 디지털은 이번 컨소시엄 발표 이틀 전인 지난 수요일 별도로 최대 500만 달러 규모의 개발자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양자내성 서명(quantum-resistant signatures), 지갑 이전 도구, 보안 감사 작업을 하는 개발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으로, 양자 관련 마이그레이션 방안을 연구하는 전문가 자문위원회도 함께 구성했다. 이 500만 달러가 컨소시엄이 밝힌 1500만 달러에 포함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시가총액 2조 달러 규모의 가상자산 업계는 이미 여러 차례 해킹을 겪었고,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이 같은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남은 과제

컨소시엄은 앞으로 비트코인 보안 작업의 진행 상황을 투자자와 일반 대중이 볼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발간할 계획이다. 다만 개별 회원사의 구체적인 출자 규모나 첫 지원 대상, 신규 자금 비중 등 세부 내용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프로토콜 방향을 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실질적인 자금 지원 효과를 낼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비트코인 개발은 여전히 전 세계에 흩어진 탈중앙 기여자 커뮤니티의 몫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