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탐구 집’ 1979년 구옥과 미래형 주택…기다림이 만든 두 집

작성일

재개발 앞둔 은평구 구옥과 2년 만에 다시 지은 용인 주택
사라질 시간을 기록하고 미래의 삶까지 준비한 두 가족

재개발로 언젠가 사라질 1979년 구옥과 공사가 멈춘 뒤 다시 설계해 완성한 미래형 주택이 소개된다. 한 가족은 오래된 집의 흔적을 지키기 위해 생활 방식을 바꿨고, 또 다른 부부는 2년의 기다림 동안 앞으로의 삶을 더 세밀하게 고민했다. EBS1 ‘건축탐구 집’이 지난 시간이 오히려 약이 된 두 집을 찾아간다.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지난 시간이 약이 된 집’ 편을 통해 서울 은평구의 오래된 구옥과 경기도 용인에 지어진 고성능 패시브하우스를 소개한다. 두 집은 모습과 지어진 과정은 다르지만, 시간을 서둘러 지우지 않고 집에 필요한 방향을 천천히 찾아갔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옛것 애호가의 응답하라 1979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첫 번째 집은 1980년대 정취가 남아 있는 서울 은평구의 오래된 동네에 자리한다. 오래된 동네에서 살아보는 것이 꿈이었던 공간 디자이너 남편은 마당에 감나무 두 그루가 서 있는 집을 만났다. 부부는 두 아들을 닮은 감나무에서 이름을 따 이곳을 ‘감남우집’이라고 부른다.

이 집은 1979년 건립 당시의 구조와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낡은 것을 모두 철거하고 새 자재로 채우기보다 기존 집의 원형을 존중하면서 현재의 생활을 더하는 방향으로 고쳤다.

대문에는 주로 하수구 덮개로 쓰이는 철제 그레이팅을 활용했다. 안팎이 완전히 보이지 않으면서도 시선이 적당히 통하고, 구옥 특유의 옥색 외벽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현관문에는 편리한 디지털 도어락 대신 열쇠를 달았다. 아이들이 열쇠를 두고 온 날에는 담을 넘어 집에 들어가야 하는 소동도 벌어지지만, 가족은 이런 불편함마저 집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집 안은 오래된 외관과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옛 구조는 살리되 거실 바닥과 천장의 색감을 통일해 따뜻하고 현대적인 공간으로 꾸몄다. 천장에는 삼베를 사용해 친환경적이면서도 구옥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질감을 더했다.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남편은 집에 남아 있던 옛 손잡이를 복원하고 나무 내창에는 회전식 창 걸쇠까지 별도로 제작했다. 새것으로 교체하는 편이 간단하지만, 세월의 흔적을 없애지 않고 이어가는 것이 이 집을 고친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

감남우집은 재개발이 확정돼 언젠가는 사라질 예정이다. 부부는 자신들이 이 집의 마지막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오히려 뜻깊게 받아들인다. 집에서 보내는 일상과 오래된 공간의 모습을 사진과 글로 기록하며 남은 시간을 채워가고 있다.

이전보다 생활공간이 좁아졌고 화장실도 하나뿐이지만 가족은 집을 바꾸는 대신 생활을 바꾸기로 했다. 아침마다 각자 이불을 개고 물건을 정리하며 좁은 공간에 맞는 습관을 익힌다. 끝이 정해져 있기에 오늘의 일상을 더 충실하게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이 방송에서 공개된다.

2년 만에 다시 완성한 미래형 집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두 번째 집은 경기도 용인의 공장 단지 인근 주택단지에 자리한다. 겉모습은 단순한 박스형 주택이지만 내부에는 부부의 현재와 미래를 고려한 설계가 담긴 고성능 패시브하우스다.

부부는 8년 동안 오래된 아파트에서 신혼생활을 했다. 청약을 기다리는 것도 쉽지 않았고 자녀 계획도 없었던 만큼, 자신들의 생활에 꼭 맞는 집을 짓기로 결정했다. 2년 전 설계까지 모두 마쳤지만 살던 아파트가 좀처럼 팔리지 않으면서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공사가 중단됐다.

당시에는 큰 좌절이었지만 기다림은 오히려 집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공사가 멈춘 동안 역대급 장마를 겪은 부부는 복사 냉난방 방식을 알게 됐다. 이를 두 번째 설계에 반영하면서 완성된 집은 일반적인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아도 여름철 실내를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다시 짠 설계에는 지금뿐 아니라 10년, 20년 뒤의 생활까지 담았다. 계단 옆에는 무거운 짐을 쉽게 옮길 수 있는 슬로프를 만들었다. 당장은 자주 쓰지 않더라도 나이가 들거나 몸이 불편해졌을 때를 생각한 공간이다.

기존 아파트에서 늘 좁게 느꼈던 현관도 넉넉하게 넓혔다. 장을 보고 짐을 들고 들어오거나 부부가 동시에 출근을 준비해도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동선을 구성했다. 공사가 멈춰 있던 2년 동안 일상에서 느낀 불편함을 하나씩 정리한 결과다.

기다림은 예상하지 못한 변화도 가져왔다. 2년 사이 성장관리 관련 조례가 바뀌면서 기존 20%였던 건폐율을 29%까지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처음 설계에서는 포기했던 공간을 다시 담을 수 있게 된 것이다.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늘어난 공간에는 1층부터 다락 천장까지 시원하게 열린 오픈형 계단을 만들었다. 부부 침실은 한쪽으로 들어가 다른 쪽으로 나올 수 있는 순환형 동선으로 구성했다. 세면대와 샤워기도 각각 2개씩 마련해 바쁜 아침에도 동시에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

함께 사는 다섯 마리 고양이를 위한 공간도 넓어졌다. 사람의 편의뿐 아니라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쉴 수 있는 자리까지 확보하면서 부부가 바라던 생활에 한층 가까워졌다.

처음에는 공사가 멈춘 시간이 손해처럼 느껴졌지만 부부는 그 기간 동안 집에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복사 냉난방과 슬로프, 넓은 현관과 순환 동선, 고양이를 위한 공간도 기다림이 없었다면 담기 어려웠던 요소들이다.

은평구의 가족은 사라질 집의 과거를 지키며 남은 시간을 기록하고, 용인의 부부는 멈춰 선 시간을 활용해 앞으로 살아갈 미래를 준비했다. 한 집은 오래된 흔적을 남기는 데 집중했고, 다른 집은 오랜 고민 끝에 자신들의 삶에 꼭 맞는 구조를 완성했다.

EBS1 ‘건축탐구 집’ ‘지난 시간이 약이 된 집’ 편에서는 불편과 기다림을 받아들인 끝에 각자의 방식으로 완성된 두 집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 해당 글은 아무 대가 없이 작성됐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