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샷AI 키미 K3, 앤트로픽 증류에 백악관 “절도”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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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샷AI 키미 K3 “앤트로픽 페이블 증류” 논란에 백악관 절도 규정
실리콘밸리·워싱턴 관통한 AI 증류 논쟁, 의회 청문회까지 번져

인공지능(AI) 업계에서 한때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오가던 용어 “증류(distillation)”가 실리콘밸리와 워싱턴DC를 동시에 뒤흔들고 있다. 중국 스타트업 문샷AI(Moonshot AI)가 최근 공개한 신모델 키미 K3(Kimi K3)가 오픈AI(OpenAI)와 앤트로픽(Anthropic)의 최상위 모델과 맞먹는 성능을 보이면서 논쟁이 폭발했다. 백악관 자문위원 마이클 크라시오스(Michael Kratsios)는 문샷AI가 앤트로픽의 최상위 모델 페이블(Fable)을 증류해 키미 K3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이를 미국 지식재산권 절도로 규정했다. 미 의회에서도 이번 주 관련 청문회가 열리며 증류 규제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본격화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기술 논문에서나 다뤄지던 개념이 순식간에 미중 AI 경쟁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셈이다.
구글 AI 수장이 짚은 개념, 증류란 무엇인가
구글(Google)에서 AI를 이끄는 제프 딘(Jeff Dean)은 올해 2월 한 팟캐스트에서 증류 기법을 언급했다. 당시만 해도 이 용어는 전문 기술 커뮤니티 밖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개념이었다. 딘은 구글이 하나의 거대한 이미지 인식 모델에만 의존하지 않고 시스템 성능을 끌어올리려는 과정에서 증류 기법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증류는 더 작은 모델을 더 능력 있게 만드는 핵심 기술”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먼저 프론티어(최상위) 모델을 확보한 뒤 그 지식을 작은 모델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증류는 챗봇이나 고성능 AI 모델이 만들어낸 답변·결과물을 활용해 또 다른 모델을 훈련시키는 기법을 뜻한다. 원본 모델의 가중치나 코드를 복사하는 방식이 아니다. 대신 그 모델이 생성한 대량의 응답 데이터를 학습 재료로 삼아 비슷한 성능의 파생 모델을 만드는 전략이다. 문제는 이 기법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수백만에서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만든 모델의 결과물을 그대로 가져다 써 경쟁 제품을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이다. 딘이 언급한 지 다섯 달 만에 이 개념은 실리콘밸리와 워싱턴을 관통하는 뜨거운 쟁점으로 번졌다.

키미 K3 쇼크와 페이블 도용 공방
논란에 불을 지핀 건 중국 AI 연구소 문샷AI가 공개한 키미 K3다. 사용자들은 이 모델이 오픈AI와 앤트로픽이 상업적으로 제공하는 최상위 모델과 견줄 만한 성능을 보인다는 사실을 빠르게 확인했다. 오픈AI·앤트로픽 등 미국 주요 AI 기업들이 독점 모델에 대한 접근권을 판매하는 것과 달리, 문샷AI를 비롯한 중국 연구소들은 이른바 오픈웨이트(open-weight) 모델을 내놓는다. 이용자가 직접 내려받아 원하는 대로 수정하고 어디서든 구동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일부 정부 관계자들은 문샷AI가 이렇게 빠르게 경쟁 모델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배경을 증류로 지목했다. 백악관 자문위원 마이클 크라시오스는 수요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엑스(X)에 “문샷AI가 키미 K3 모델 개발을 위해 앤트로픽의 페이블을 증류했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를 위해 문샷AI는 미국 모델을 대상으로 대규모 증류를 수행하는 정교한 내부 플랫폼을 개발했고, 여러 접근 방식을 빠르게 전환해 탐지를 피했다”고 주장했다. 크라시오스는 이를 미국 지식재산권에 대한 절도 행위로 규정했다.
의회 청문회까지…규제 공방전으로 확산
증류를 둘러싼 논쟁은 이번 주 미 의회 청문회 무대로까지 옮겨갔다. 한때 머신러닝 논문에서만 다뤄지던 기술적 대화가 순식간에 차세대 AI 시스템을 누가 만들 수 있는지를 가를 고강도 규제 싸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러 스타트업이 증류 기법을 활용해 오픈AI·앤트로픽·구글 수준의 성능을 훨씬 적은 개발 비용으로 구현한 모델을 내놓았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이에 막대한 연구비를 투입한 AI 대기업들은 자사 투자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소규모 업체와 오픈소스 옹호자들은 지나친 규제가 오히려 자금력을 갖춘 소수 기업의 지배력을 굳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증류 자체는 오랜 기간 AI 연구소에서 표준적으로 쓰인 기법이지만, 이번 논란으로 이를 지식재산권 침해 혹은 경쟁 우위 훼손 행위로 볼 수 있는지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메타의 딜레마…라마도 증류의 표적
이 공방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로 떠오른 곳은 메타(Meta)다. 메타는 자사 라마(Llama) 모델을 통해 오픈소스 AI 전략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여 왔다. 그 결과 메타는 증류 관행의 수혜자이자 동시에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이중적 처지에 놓였다. 다른 기업들이 증류 기법으로 경쟁 모델을 만들 때 자사가 공개한 라마 모델도 얼마든지 그 재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메타 내부에서는 다른 기업이 자사의 공개 모델을 활용하는 방식을 제한할 규제를 지지해야 하는지를 두고 경영진 사이에 갈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소스를 표방해온 회사가 정작 자신이 공개한 기술의 활용을 제한하는 규제에 찬성해야 하는 역설적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런 내부 긴장은 증류 규제 논의가 단순히 미중 경쟁 구도를 넘어 AI 업계 전반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