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실 에어컨 설치 반대합니다"... 알고 보니 9년 전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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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실 에어컨 설치 반대” vs“인간임을 포기하지 말라”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9년 전 일부 반대 있었지만 설치해 운용”

아파트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소자보와 이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소자보가 나란히 온라인에 퍼지고 있다. 두 소자보는 2017년 붙었던 것으로, 당시 일부 주민이 설치를 반대했지만 입주자대표회의가 설치를 결정해 경비실 에어컨이 현재까지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서울 중랑구 신내동의 한 아파트 6단지에 붙은 소자보 두 장이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함께 올라왔다.

첫 번째 소자보는 '6단지 경비실에 에어컨 설치를 반대합시다'라는 제목이 달렸다. 작성자는 '추진자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동대표회장과 동대표들이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한 뒤 반대 이유 다섯 가지를 나열했다. 이들이 든 이유는 △매달 관리비가 죽을 때까지 올라간다 △공기가 오염된다 △공기가 오염되면 수명이 단축된다 △지구가 뜨거워지면 짜증이 나 주민 화합이 되지 않고 직원과 주민 간 관계도 파괴된다 △6단지보다 큰 아파트에도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해 주지 않았다 등이었다. 이들은 "에어컨 설치를 주민의 이름으로 반대합시다"라며 동참을 독려했다.

이 소자보 옆에는 '추진자 일동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반박성 소자보가 나란히 붙었다. 자신을 신내6단지 주민이라고 밝힌 A씨는 실명까지 공개하며 "여러분, 말 같지도 않은 이유들로 인간임을 포기하지 마십시오"라고 직격했다. A씨는 "경비 아저씨들도 누군가의 남편이고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한 명의 소중한 인간"이라며 "그늘 하나 없는 주차장 한가운데 덩그러니 있는 경비실에 지금까지 에어컨 한 대 없었다는 것이 저는 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A씨는 반대 이유도 조목조목 되받았다. 그는 "공기 오염이 걱정되신다면 댁에서 종일 켜두시는 선풍기를 끄시고, 수명 단축이 걱정되신다면 중랑구민체육센터에서 운동을 하시라"며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이 걱정되신다면 일요일마다 있는 분리수거 시간을 잘 지켜 하나하나 철저하게 하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추진자 일동'이라는 단어 뒤에 숨지 마시고 당당하게 나오셔서 논리적으로, 그리고 인간적으로 의견을 내주시면 존중하겠다"고 글을 맺었다.

사연이 퍼지자 누리꾼들은 에어컨 설치를 반대하는 입주민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폭염 속에 일하시는 어르신들이 안쓰럽지도 않으냐", "공기 오염이 걱정되면 본인 집 에어컨부터 끄라"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에어컨 한 대 설치로 관리비가 평생 크게 오른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에어컨 사용이 사람 수명을 단축할 만큼 경비실 주변 공기를 오염시킨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으며, '남들도 안 하니 우리도 안 한다'는 논리 역시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이 같은 논란은 최근이 아니라 2017년 벌어졌다는 것이 단지 관계자 설명이다. 신내6단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인 장모씨는 28일 위키트리와의 통화에서 "당시 일부 주민이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반대했지만 입주자대표회의가 설치를 결정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경비실에 에어컨이 설치돼 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장 회장은 사실과 다른 내용이 퍼지면서 주민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이 9년 전 붙인 소자보. / 인터넷 커뮤니티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이 9년 전 붙인 소자보. / 인터넷 커뮤니티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을 비판하는 9년 전 소자보. / 인터넷 커뮤니티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을 비판하는 9년 전 소자보. / 인터넷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