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내가 너무 숨막힌다고 울었습니다... 어떡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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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가계부 감사'... 블라인드 네티즌들 버럭
밥을 다 먹으면 빈 접시와 빈 컵을 사진으로 찍어 아내에게 보내야 한다. 카드 명세서에 이미 찍힌 소비라도 실물 영수증을 따로 챙겨 제출해야 한다. 매일 가게부를 쓰는 것은 기본이다. 남편의 지출을 이렇게 관리한다는 한 아내의 글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와 논란이 됐다.

자신을 아내라고 밝힌 글쓴이의 글이 24일 ‘남편이 내가 너무 숨막힌다고 울었어’란 제목으로 블라인드에 게시됐다. 글쓴이 남편은 매일 가계부를 쓰고, 지출 항목마다 실물 영수증을 남겨 둬야 한다. 밖에서 뭘 사 먹을 땐 결제 내역과 영수증만으론 부족하다. 다 먹고 난 빈 그릇과 빈 컵까지 사진으로 찍어 첨부해야 한다. 글쓴이가 그렇게 하도록 시켰다.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은 글쓴이 스스로 적어 놨다. 글쓴이는 "나는 허튼짓 안 하고 소비를 하나하나 내 기준에서 현명하게 하니까 문제없다"고 했다. 이어 "남자들은 뒤에서 허튼짓하는 게 특기"라면서 남편 속을 알 수 없어 지출을 일일이 들여다본다고 주장했다. 내 소비는 알아서 현명하게 하지만 남편은 못 믿겠다는 얘기다. 남편에게 주던 용돈마저 절반으로 줄이려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남편은 이런 관리가 힘들다며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그런데 글쓴이는 방식을 바꿔 볼 생각을 하는 대신 남편이 울며 힘들어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조언을 구하며 글을 맺었다. 남편이 괴로워하는 상황 자체는 아예 고민거리로 여기지 않은 셈이다.

댓글이 수백 개 달렸다. 하나같이 "숨막힌다"는 반응이었다. 글 제목만 봐도 숨이 막혀 몇 줄 읽다 말았다는 이용자, 영수증 대목에서 그대로 스크롤을 내려 버렸다는 이용자가 줄을 이었다. 회사 경비 처리나 법인카드 정산, 세무조사에 빗대며 직장에서도 이 정도로 증빙을 받진 않는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부부 사이에 있어야 할 최소한의 믿음조차 없는 과도한 통제라는 비판도 많았다. 원색적인 욕설이 섞인 댓글도 적지 않았다.
자기한텐 관대하고 남편한테만 엄격한 '내로남불'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그럼 글쓴이 본인 소비는 누가 확인하느냐는 것이다. 같은 잣대라면 아내도 가계부를 쓰고 영수증에 빈 접시 사진까지 남편한테 내야 공평하지 않으냐는 반박이 잇따랐다. '현명한 소비'라는 것도 결국 제 기준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자기가 자주 사는 저가 커피는 합리적이고, 남이 마시는 커피는 사치로 보는 식의 이중 잣대라는 얘기다.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이들도 나섰다. 결혼 뒤 월급을 배우자에게 넘기고 쓴 만큼 영수증으로 정산하며 살았다는 이용자는 "미친 사람인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가계부 금액이 몇십 원만 어긋나도 다그치는 걸 보고 기겁했다는 이용자도 있었다.
남편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배우자를 한 사람으로 존중하지 않고 감시 대상으로만 본다는 것이다. 이대로면 부부 관계 자체가 위태롭다는 우려,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그 방식이 아이에게 향할까 겁난다는 댓글도 이어졌다.
소속이 공무원으로 표시된 점을 두고 물품 검수나 감사, 품의 절차에 빗대 "감독 공무원도 한 명 임명하라"고 비꼬는 댓글도 나왔다. 가정을 관공서처럼 돌린다는 조롱이었다.
한편 실제 상황이라기보다 남녀 갈등을 부추기려 지어낸 글이라는 의심도 많았다. 욕먹을 만한 요소가 곳곳에 심겨 있고, 글쓴이가 댓글에 아무 반응도 남기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관심을 노린 게시물로 보는 이들이었다. 글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