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 파이낸스, 체인 접고 CEX급 ‘온도 네트워크’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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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 파이낸스, 블록체인 대신 CEX급 속도 실행망 ‘온도 네트워크’ 출시
온도 퍼프스로 첫 가동, 최대 20배 레버리지 24시간 증시 파생거래 지원

온도 파이낸스, 체인 접고 CEX급 ‘온도 네트워크’ 낸다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온도 파이낸스, 체인 접고 CEX급 ‘온도 네트워크’ 낸다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토큰화 자산 플랫폼 온도 파이낸스(Ondo Finance)가 자체 레이어1 블록체인 계획이었던 ‘온도 체인(Ondo Chain)’을 접고, 대신 중앙화 거래소(CEX)급 속도를 내는 실행 레이어 ‘온도 네트워크(Ondo Network)’를 새로 내놨다. 온도 파이낸스는 7월 27일(현지시각) 공식 채널을 통해 온도 네트워크를 “CEX처럼 빠르고 비공개적이며, 블록체인처럼 검증 가능하고, 설계상 비수탁적(non-custodial)”인 실행 레이어라고 소개했다.

이 네트워크의 첫 적용 사례는 이미 가동 중인 24시간 파생상품 거래 플랫폼 ‘온도 퍼프스(Ondo Perps)’다. 온도 퍼프스는 7월 7일(현지시각)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토큰화된 증시·원자재를 대상으로 하는 영구선물(perpetual futures) 거래를 지원한다. 회사 측은 최근 미국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로부터 규제 대상 토큰화 증권 관련 별도 인가를 받았다고도 밝혔다.

왜 체인을 버리고 실행 레이어를 택했나

온도 파이낸스 CEO 이안 드 보드(Ian De Bode)는 온도 네트워크를 온도 체인의 ‘진화형’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두 시스템을 동시에 운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진화라고 표현하고 싶지만, 온도 네트워크와 온도 체인을 병행 운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전환은 온도 퍼프스를 구축하고 잠재 이용자들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론이다. 회사에 따르면 온체인 거래 플랫폼이 중앙화 거래소와 경쟁하지 못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정산 능력이 아니라 실행 속도였다. 기존 블록체인은 거래 실행, 검증, 정산을 같은 공개 원장 위에서 한꺼번에 처리한다. 이 방식은 투명성과 영속적인 거래 기록을 보장하지만, 주문 흐름이 노출되고 빠른 매칭이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의 속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온도 네트워크는 이 세 가지 기능을 분리해, 거래 실행은 공개 원장 밖에서 처리하고 자산 이전만 온체인에서 정산되도록 설계했다.

3단 구조로 쪼갠 실행-검증-정산 / AI 생성 이미지
3단 구조로 쪼갠 실행-검증-정산 / AI 생성 이미지

3단 구조로 쪼갠 실행-검증-정산

온도 네트워크는 실행, 검증, 정산을 각각 다른 인프라가 맡는 3단 구조로 짜였다. 먼저 인텔 SGX 같은 신뢰 실행 하드웨어 기반의 보안 엔클레이브(secure enclave)가 주문 매칭, 마진 계산, 청산 등을 비공개로 빠르게 처리한다. 민감한 주문 흐름은 거래가 정산되기 전까지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다.

두 번째 축은 분산된 어테스터(attestor) 네트워크다. 이들은 엔클레이브가 승인된 코드와 정확한 로직으로 작동하는지 독립적으로 검증하며, 어테스터 다수의 승인 없이는 누구도 엔클레이브를 변경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자산 이전과 정산은 공개 블록체인이 담당한다. 현재는 이더리움에서 정산이 이뤄지며, 담보와 포지션은 온체인에서 처리돼 이용자가 자산 통제권을 유지한다.

첫 적용처 온도 퍼프스가 보여주는 방향

온도 네트워크가 처음으로 힘을 실어준 서비스는 온도 퍼프스다. 미국 외 지역 거래자를 대상으로 한 24시간 영구선물 플랫폼으로, 애플(AAPL)·엔비디아(NVDA)·테슬라(TSLA)·QQQ·금 등을 거래할 수 있다. 토큰화된 주식과 스테이블코인을 담보로 받아들이며, 최대 20배 레버리지와 24시간 접근성, 좁은 스프레드를 앞세운다. 이안 드 보드는 이를 “실제 파생상품급 유동성과 속도를 갖춘 최초의 무허가형(permissionless) 증시 영구선물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회사는 온도 네트워크가 파생상품에만 한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현물시장, 대출, 구조화 상품 등도 향후 활용 사례로 거론되는 만큼, 범용 실행 인프라로 확장하려는 구상이다.

하이퍼리퀴드·로빈후드 체인과는 다른 길

크립토 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간 ‘더 빠른 블록체인 만들기’ 경쟁이 이어졌지만, 온도 파이낸스는 다음 승부처가 체인 자체가 아니라 실행 속도라고 보고 있다. 이런 흐름은 온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탈중앙화 거래 플랫폼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는 자기수탁을 유지하면서도 CEX급 성능을 구현해 예치자산(TVL) 30억 달러 이상의 디파이(DeFi) 생태계를 키워낸 사례로 꼽힌다.

로빈후드 체인(Robinhood Chain)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이더리움 레이어2로 지난 7월 출범한 이후 TVL 약 5억 달러, 탈중앙화 거래소(DEX) 거래량 90억 달러 이상, 일일 약 600만 건의 트랜잭션을 처리하며 토큰화 주식과 로빈후드 일반 이용자층의 온체인 유입에 초점을 맞췄다.

온도 파이낸스가 겨냥하는 대상은 다르다. 소비자용 체인이나 크립토 네이티브 거래소를 지향하는 하이퍼리퀴드·로빈후드 체인과 달리, 온도는 실물자산(RWA)을 온체인으로 옮기려는 기관, 자산운용사, 발행사를 위한 인프라를 만들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실행 속도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온도 네트워크가 기관 자금을 얼마나 끌어들일지가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