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고 무조건 물 많이 마시면 큰일 납니다...물이 독이 되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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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물 많이 마시면 위험한 이유
기저질환자가 피해야 할 수분섭취 습관
폭염에는 수분 섭취가 중요하지만, 덥다고 무조건 물만 많이 마셨다가는 오히려 생명을 위협하는 저나트륨혈증이나 기저질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물을 많이 마셔라"는 말이 많이 나돈다. 실제로 충분한 수분 섭취는 열사병과 탈수를 예방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항상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당뇨병이나 심부전, 신장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은 무리한 수분 섭취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폭염이 지속되면 우리 몸은 체온을 낮추기 위해 땀을 많이 흘린다. 이 과정에서 수분뿐 아니라 나트륨과 칼륨 같은 전해질도 함께 빠져나간다. 땀으로 손실된 수분을 보충하지 않으면 탈수가 생기고 혈액이 농축되면서 혈압이 떨어질 수 있다. 심한 경우 열탈진이나 열사병으로 이어질 위험도 커진다.

문제는 수분을 보충한다며 짧은 시간 안에 물만 과도하게 마시는 경우다. 몸속 나트륨 농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혈액 속 나트륨 농도가 떨어지면 세포 안으로 물이 이동하면서 뇌가 붓기 시작한다. 초기에는 메스꺼움과 두통, 어지럼증이 나타나지만 상태가 심해지면 의식 저하와 경련, 혼수상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드물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상황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저나트륨혈증은 장시간 운동선수에게만 생기는 질환이 아니다. 폭염 속에서 "몸에 좋다"는 생각으로 물을 계속 마시는 고령층이나 만성질환자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갈증이 심하지 않은데도 의무적으로 많은 양의 물을 마시는 습관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혈당이 높아지면 소변량이 증가하면서 몸속 수분이 빠르게 빠져나간다. 갈증이 심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갈증이 난다고 물만 계속 마신다고 혈당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혈당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탈수는 계속 진행될 수 있다.
특히 혈당이 매우 높은 상태에서는 심한 탈수와 함께 고삼투압성 고혈당증후군(HHS)이나 당뇨병성 케톤산증(DKA) 같은 응급질환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이 경우 단순히 물을 마시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며 빠른 의료기관 치료가 필요하다. 폭염 기간에는 평소보다 혈당을 자주 확인하고 충분한 수분을 나누어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신장질환 환자도 예외가 아니다. 신장은 몸속 수분과 전해질 균형을 유지하는 기관이다. 신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과도한 수분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할 수 있다. 필요 이상으로 물을 마시면 몸이 붓고 혈압이 상승하거나 폐에 물이 차는 폐부종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투석을 받는 환자는 의료진이 정해준 하루 수분 섭취량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심부전 환자 역시 주의해야 한다. 심장의 펌프 기능이 약해진 상태에서는 과도한 수분이 심장에 부담을 준다. 몸속에 물이 쌓이면 다리가 붓거나 호흡곤란이 심해질 수 있다. 심한 경우 급성 심부전 악화로 응급실을 찾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심부전 환자는 폭염이라고 해서 무조건 물을 많이 마시기보다 담당 의료진이 권장한 수분 섭취량을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간경변 환자도 복수가 있는 경우에는 수분 제한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일부 고혈압 환자는 이뇨제를 복용하는데, 폭염 속에서 땀을 많이 흘리면 탈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물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전해질 불균형이 생길 수도 있어 약물 복용 중인 사람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고령층은 갈증을 느끼는 기능 자체가 떨어져 있다는 점도 문제다. 목이 마르지 않아도 이미 탈수가 진행된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고 한 번에 많은 양의 물을 마시는 것도 부담이 된다. 전문가들은 한 번에 벌컥 마시기보다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이 몸에 더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폭염 속에서는 물의 양만큼 마시는 방법도 중요하다. 갈증이 심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20~30분 간격으로 조금씩 나누어 마시는 것이 좋다. 땀을 많이 흘린 경우에는 전해질도 함께 보충해야 한다. 다만 스포츠음료도 당분과 나트륨 함량이 높을 수 있어 당뇨병이나 신장질환 환자는 제품 선택에 주의해야 한다.
커피나 에너지음료, 술은 수분 보충용으로 적절하지 않다. 카페인과 알코올은 소변량을 늘려 탈수를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폭염 속 음주는 체온 조절 능력을 떨어뜨려 온열질환 위험을 더욱 높인다.
폭염에는 수분 섭취뿐 아니라 체온 관리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가장 더운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장시간 야외활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 실내에서는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적절히 사용하고, 외출할 때는 밝은색의 헐렁한 옷과 모자를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온열질환 초기 증상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심한 갈증과 어지럼증, 두통, 근육경련, 메스꺼움, 식은땀 등이 나타나면 즉시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의식이 흐려지거나 체온이 40도 이상 오르고 땀이 나지 않는다면 열사병을 의심해야 하며, 즉시 119에 신고하고 응급치료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