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장윤기 사건과 다르다”…아들 ‘몰카폰’ 부순 경찰 아빠가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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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지역 파출소 소속 경감 증거인멸 혐의 입건
교사노조 “제 식구 감싸기 없이 책임 물어야”
고등학생 아들이 여교사를 불법 촬영하려다 적발되자 범행에 사용된 휴대전화를 부숴 폐기한 현직 경찰 간부가 수사를 받고 있다. 해당 경찰관은 아들의 범행 사실에 충격을 받아 벌인 행동이라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범죄의 핵심 증거를 직접 없앴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8일 SBS 단독 보도에 따르면 전북 전주 지역 한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A 경감은 지난 26일 경찰 내부망에 고등학생인 아들이 여교사를 상대로 불법 촬영을 시도하다 적발됐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A 경감은 평소 순진하다고 생각했던 아들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아들의 휴대전화를 직접 부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자신의 사례를 경찰 간부 아들이 연루된 이른바 ‘장윤기 사건’과 동일하게 보는 것은 억울하고 부당하다는 입장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서는 범죄 혐의와 관련된 휴대전화를 현직 경찰관이 직접 파손한 행위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아들의 범행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는 개인적 사정과 별개로 수사에 필요한 핵심 증거를 없앤 행위는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범죄 수사와 증거 보존의 중요성을 잘 아는 현직 경찰 간부가 직접 휴대전화를 폐기했다는 점에서 책임이 더 무겁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들은 검찰 송치…아버지는 증거인멸 혐의 입건
이번 사건은 지난 5월 전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했다. A 경감의 아들은 휴대전화로 담임교사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 교사의 고소로 수사에 착수한 전주완산경찰서는 학생을 조사한 뒤 지난 6월 말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학생은 아버지가 휴대전화를 폐기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북경찰청은 A 경감을 증거인멸 등 혐의로 입건하고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A 경감이 휴대전화를 파손한 구체적인 경위와 다른 증거물을 추가로 은닉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아들의 수사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확인 중이다.

이번 사건은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경찰관 가족이 연루된 사건을 전수 점검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경찰청은 경찰관 가족이 피의자나 피해자로 연루된 사건 가운데 이해충돌이나 수사 개입 가능성이 있는 사례를 살펴왔다.
경찰 관계자는 직계혈족과 관련된 증거인멸 행위는 법률상 처벌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지만 입건과 수사 자체는 가능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교사노조 “디지털 성범죄이자 교육활동 침해”
전북교사노동조합은 29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을 학생의 단순한 일탈이 아닌 교사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이자 심각한 교육활동 침해로 규정했다.
노조는 “공권력을 가진 가족에 의해 사건이 은폐될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며 “교사가 학생의 불법 촬영까지 경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교실 안전과 공교육의 기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북도교육청을 향해 가해 학생에 대한 교육활동 보호 절차와 사법 절차를 엄정하게 진행하고, 피해 교사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보호 조치와 2차 피해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전북경찰청에는 A 경감의 신분과 지위에 관계없이 철저히 수사하고 어떠한 ‘제 식구 감싸기’도 없이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수사 과정과 결과 역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석 전북교사노조 위원장은 “교실은 범죄의 대상이 되는 공간이 아니라 학생과 교사가 함께 배우는 안전한 공간이어야 한다”며 “교육 당국과 수사기관은 법 앞에 예외가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