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서 캔 마늘 4상자… 함평군 해보면 울린 ‘익명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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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5년 차 주민, 큰 사고 치료 중에도 두 번째 농산물 기부 선행… 무료급식 등 소외계층 식재료로 활용

자신을 귀농 5년 차라고만 밝힌 한 익명의 주민이, 큰 사고로 오랜 기간 병원 치료를 받는 고통 속에서도 직접 피땀 흘려 재배하고 수확한 마늘을 이웃을 위해 기부하며 진정한 나눔의 의미를 일깨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 투병 중에도 멈추지 않은 나눔의 손길
함평군에 따르면 지난 29일, 해보면사무소 한편에 누군가 조용히 다녀간 흔적이 남겨져 있었다. 그곳에는 정성스럽게 포장된 마늘 4상자와 함께 꾹꾹 눌러쓴 편지 한 통이 놓여 있었다.
편지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이 지역에 정착한 지 5년이 된 익명의 귀농인이었다. 놀라운 점은 이 기부자가 현재 온전한 건강 상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편지 내용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예기치 못한 큰 사고를 당해 현재까지도 고된 치료와 재활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농사일은 건강한 성인에게도 고된 중노동으로 꼽힌다. 하물며 큰 사고를 겪고 회복 중인 환자의 몸으로 뙤약볕 아래서 마늘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과정은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되었을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아픔보다 지역 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을 먼저 떠올리며 숭고한 나눔을 실천에 옮겼다.
◆ 편지에 담긴 진심 "이웃과 나누고 싶었다"
기부자가 남긴 편지에는 화려한 미사여구 대신 진심이 뚝뚝 묻어나는 소박한 고백이 담겨 있었다. 그는 “사고로 인해 장기간 병원 치료를 받다 보니 농산물을 제때 수확하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며, “비록 수확 시기를 조금 놓쳤고 모양이 완벽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이 작은 결실이라도 나누고 싶은 마음을 담아 기부하게 됐다”고 적었다. 자신의 몫을 챙기기에도 벅찬 투병 생활 속에서 오히려 타인을 향한 연민과 사랑을 꽃피운 것이다. 자신의 이름이나 얼굴을 일절 드러내지 않은 채 묵묵히 선행만을 남기고 떠난 이 '얼굴 없는 천사'의 사연은, 개인주의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 진정한 이웃 사랑이 무엇인지 묵직한 울림을 던져주고 있다.
◆ 벌써 두 번째 익명 기부, 지역사회의 귀감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익명 귀농인의 선행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해보면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이 기부자는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5월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직접 수확한 농산물을 조용히 전달하고 사라진 바 있다. 일회성 이벤트나 보여주기식 기부가 아니라, 진정으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확고한 삶의 철학이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결코 불가능한 일이다. 두 번 연속 이어진 그의 아름다운 익명 기부 소식은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잔잔한 감동의 파도와 선한 영향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웃들은 “몸도 성치 않은 분이 농사를 지어 나누다니 정말 고개가 숙여진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 소외된 이웃의 든든한 한 끼로 재탄생
해보면사무소는 익명 기부자의 숭고하고 따뜻한 뜻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 이 마늘을 가장 필요한 곳에 알뜰하게 사용할 계획이다. 전달받은 마늘 4상자는 당장 30일 개최되는 ‘독거 어르신 행복밥상 나눔 행사’에 요긴한 식재료로 투입된다. 또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끼니 해결이 쉽지 않은 저소득 노인들을 위한 ‘무료급식 지원사업’에도 사용되며, 관내 곳곳의 경로당에도 골고루 배분되어 어르신들의 밥상에 오를 예정이다. 마늘은 예로부터 면역력 강화와 기력 회복에 탁월한 효능을 지닌 대표적인 보양 식재료로 알려져 있다. 연일 이어지는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쉬운 취약계층 어르신들에게 이 익명 기부자의 마늘은 단순한 반찬을 넘어 훌륭한 여름철 보약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연을 접한 정영심 해보면장은 “자신의 건강조차 돌보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우리 주변의 이웃을 먼저 살피고 소중한 나눔을 몸소 실천해 주신 익명의 기부자님께 말로 다 할 수 없는 깊은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드린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정 면장은 “기부자께서 땀과 눈물로 빚어낸 이 값진 농산물과 따뜻한 진심이 우리 지역 어르신들과 소외계층 주민들에게 온전히 전달될 수 있도록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고 소중하게 활용하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한 사람의 조용하지만 묵직한 선행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함평군 전체를 따뜻한 인간미로 물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