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집마다 있는데”…외국에서는 보기 힘들다는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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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놀란 한국 주방의 비밀, 김치냉장고의 정체
집 안의 온기부터 욕실 슬리퍼까지, 한국식 생활문화의 모든 것

한국인의 집에 처음 방문한 외국인은 거실의 크기나 인테리어보다 예상하지 못한 물건에서 문화 차이를 발견하기도 한다. 현관문에는 열쇠 구멍 대신 숫자 버튼이 달려 있고, 주방에는 일반 냉장고 옆에 또 다른 대형 냉장고가 놓여 있으며, 욕실 문을 열면 바닥에 작은 플라스틱 슬리퍼가 기다리고 있다.

한국인에게는 설명조차 필요하지 않은 생활용품이지만, 국가와 주거 환경에 따라서는 처음 보는 물건일 수 있다. 물론 비슷한 제품이 해외에도 존재하지만, 한국처럼 하나의 생활문화와 결합해 널리 사용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이 한국 집에서 가장 궁금해하는 물건들은 무엇일까.

한국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김치냉장고와 전기밥솥, 디지털 도어록.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한국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김치냉장고와 전기밥솥, 디지털 도어록.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냉장고가 두 대나 있는 이유, 첫 번째는 ‘김치냉장고’

외국인이 한국 가정의 주방에서 가장 먼저 의문을 갖는 물건은 김치냉장고다. 일반 냉장고가 있는데도 비슷한 크기의 냉장고를 한 대 더 사용하는 모습은 김치를 자주 먹지 않는 문화권의 사람에게 상당히 낯설 수 있다.

김치냉장고는 단순히 김치를 차갑게 보관하는 기기가 아니다. 김치는 보관 온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발효 속도와 신맛, 아삭한 식감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정하고 낮은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 냉장고는 문을 자주 열고 닫아 내부 온도가 변하기 쉽지만, 김치냉장고는 온도 변화를 줄이고 숙성 단계를 조절하도록 설계됐다.

초기 김치냉장고는 김장독처럼 위쪽 뚜껑을 여는 형태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일반 냉장고처럼 문을 여는 스탠드형 제품이 대중화됐다. 김치뿐 아니라 쌀과 과일, 채소, 육류, 와인 등을 따로 보관할 수 있어 사실상 두 번째 냉장고로 사용하는 가정도 많다.

일반 냉장고 옆에 놓인 김치냉장고와 갓 담근 김치.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일반 냉장고 옆에 놓인 김치냉장고와 갓 담근 김치.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한국갤럽이 2025년 전국 만 13세 이상 5,2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김치냉장고 보유율은 85%로 나타났다. 2021년의 90%보다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대다수 가정에서 사용하는 대표적인 한국형 가전제품이다. 특히 일반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를 함께 사용하는 구조는 외국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한국 주방의 특징으로 꼽힌다.

김치를 직접 담그는 가구가 줄었다고 해서 김치냉장고의 역할이 바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김치산업 조사에 따르면 국내 가구 가운데 김치를 직접 담가 먹는 비율은 24.7%, 가족이나 친척·지인에게 얻어 먹는 비율은 43.8%, 구입해 먹는 비율은 30.6%였다. 김치를 만드는 방식은 달라졌지만, 가정에서 김치를 보관하고 먹는 문화는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는 셈이다.

벽에 붙은 작은 조절기, 집 전체 바닥을 데우는 ‘온돌’

한국 집을 처음 경험한 외국인이 겨울에 가장 놀라는 순간은 따뜻한 바닥에 발을 올렸을 때다.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라디에이터나 온풍기로 실내 공기를 데우는 방식이 흔하지만, 한국에서는 보일러로 데운 물을 바닥 아래 배관에 순환시켜 방 전체를 따뜻하게 만드는 난방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한국 집의 벽에는 실내 온도와 온수, 외출 모드 등을 설정하는 보일러 조절기가 달려 있다. 한국인에게는 평범한 장치지만, 바닥 난방이 보편적이지 않은 국가에서 온 외국인에게는 사용 방법부터 생소할 수 있다.

온돌은 단순한 난방 기술을 넘어 한국의 주거 습관을 만든 문화이기도 하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온돌은 방바닥 전체를 데워 실내 공기까지 따뜻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이러한 구조가 신발을 벗고 바닥에 앉거나 눕는 좌식생활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소개한다. 온돌문화는 이 같은 역사성과 생활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8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외국인이 한국 집에서 소파 대신 바닥에 앉아 TV를 보거나, 겨울철 따뜻한 바닥에 이불을 펴고 자는 모습을 흥미롭게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벽난로나 라디에이터 주변만 따뜻한 집과 달리 바닥 전체가 거대한 난방 기구처럼 작동하기 때문이다.

열쇠가 없어도 문을 연다, 현관의 ‘디지털 도어록’

한국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에 들어가는 장면은 너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그러나 여전히 일반 열쇠를 주로 사용하는 국가의 시청자에게는 이 장면 자체가 하나의 문화적 차이로 보일 수 있다.

한국의 아파트와 빌라, 오피스텔에서는 숫자 비밀번호나 카드키, 지문으로 문을 여는 디지털 도어록을 쉽게 볼 수 있다. 외출할 때 열쇠를 따로 챙길 필요가 없으며, 문이 닫히면 자동으로 잠기는 제품이 많아 편리하다. 배터리가 부족하면 경고음으로 알려주고, 침입 시도나 고온을 감지하는 기능을 갖춘 제품도 있다.

비밀번호로 문을 여는 디지털 도어록.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비밀번호로 문을 여는 디지털 도어록.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특히 공동현관과 세대 현관이 모두 비밀번호 방식으로 운영되는 아파트에서는 건물 입구부터 집 안까지 물리적인 열쇠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앱으로 문을 열거나 외부에서 출입 기록을 확인하는 제품도 등장했다.

다만 편리하다고 해서 비밀번호 관리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입주 후에는 초기 비밀번호를 바꾸고, 생일이나 전화번호처럼 쉽게 추측할 수 있는 숫자는 피해야 한다. 비밀번호를 누를 때 손으로 가리거나 주기적으로 번호를 변경하는 것도 기본적인 보안 습관이다.

욕실에 왜 신발이 있지, 물에 젖어도 되는 ‘욕실 슬리퍼’

외국인이 한국 집 욕실에서 자주 발견하는 작은 물건은 플라스틱 욕실 슬리퍼다. 실내에 들어올 때 신발을 벗었는데 욕실에서 다시 신발을 신는다는 점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이 슬리퍼는 한국식 욕실 구조와 관련이 있다. 해외의 일부 주택은 욕조나 샤워부스가 화장실 공간과 완전히 분리돼 있어 변기 주변 바닥이 젖지 않는다. 반면 한국의 오래된 주택이나 작은 원룸에서는 세면대와 변기, 샤워 공간이 하나로 연결된 ‘습식 욕실’이 흔하다. 샤워기 물이 욕실 바닥 전체에 닿을 수 있으며, 바닥 배수구를 이용해 물을 빼는 구조다.

따라서 샤워 후 젖은 바닥에 양말이나 맨발이 닿는 것을 피하기 위해 물 빠짐 구멍이 있는 플라스틱 슬리퍼를 둔다. 욕실 바닥을 물로 씻을 때도 편리하지만, 이 슬리퍼를 신고 거실로 나오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규칙도 존재한다. 깨끗한 실내 공간과 젖은 욕실 공간을 구분하는 전용 신발이기 때문이다.

바닥의 물을 배수구 쪽으로 밀어내는 물기 제거기와 욕실 청소용 슬리퍼가 함께 놓인 모습 역시 한국식 습식 욕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식탁 위 밥을 하루 종일 따뜻하게, ‘전기압력밥솥’

전기밥솥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사용되지만, 한국 가정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특별하다. 단순히 쌀을 익히는 기계를 넘어 밥을 지은 뒤 오랫동안 따뜻하게 보관하고, 잡곡밥과 죽, 누룽지, 찜 요리까지 만드는 다기능 주방가전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전기압력밥솥은 취사할 때 압력을 이용해 쌀의 수분과 찰기를 살리는 제품이 많다. 밥이 완성되면 음성으로 취사 종료를 알리고 자동으로 보온 모드로 전환한다. 외국인은 밥솥이 한국어로 말을 하거나, 쌀 종류에 따라 메뉴가 세분된 모습에서 문화 차이를 느끼기도 한다.

한국갤럽의 2025년 가전제품 조사에서 전기밥솥 보유율은 97%를 기록했다. 쌀 소비량이 과거보다 감소했음에도 거의 모든 가정에서 전기밥솥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밥 중심의 식생활이 한국 주방 구조에 여전히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수기를 구입하지 않고 ‘빌려 쓰는’ 문화

한국 가정의 주방이나 거실 한쪽에서는 냉수와 온수가 바로 나오는 정수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정수기는 해외에도 있지만, 한국처럼 월 이용료를 내고 제품을 빌린 뒤 정기적으로 필터 교체와 점검을 받는 렌털 방식이 광범위하게 자리 잡은 시장은 흔하지 않다.

정수기 한 대에서 차가운 물과 뜨거운 물, 정량 출수까지 이용할 수 있어 생수를 반복해서 구매하거나 전기주전자로 물을 끓이는 수고를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얼음을 만들거나 물의 온도를 단계별로 설정하고, 스마트폰과 연결해 사용량을 확인하는 제품도 늘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2025년 국내 정수기 보유율은 78%로 집계됐다. 수돗물을 끓여 마시던 과거의 습관이 정수기와 생수 소비로 이동하면서, 정수기는 한국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 생활가전 가운데 하나가 됐다.

한국 가정의 주방에 설치된 정수기.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한국 가정의 주방에 설치된 정수기.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물건을 보면 한국의 생활방식이 보인다

김치냉장고와 전기밥솥은 밥과 김치를 중심으로 한 식생활에서 탄생했고, 온돌 조절기는 바닥에서 생활하는 주거문화와 연결돼 있다. 욕실 슬리퍼는 습식 욕실 구조에 적응한 물건이며, 디지털 도어록과 렌털 정수기는 편리함과 속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현대 한국의 생활방식을 반영한다.

이 제품들이 오직 한국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바닥 난방과 디지털 도어록, 전기밥솥을 사용하는 해외 가정도 있으며, 국가와 지역에 따라 보급 정도도 다르다. 그럼에도 여러 제품이 한집에 동시에 놓이고 일상적인 필수품처럼 사용되는 모습은 한국 가정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외국인에게 한국의 집은 유명 관광지만큼이나 새로운 문화 체험의 공간이 될 수 있다. 평범한 주방의 두 번째 냉장고와 욕실 문 앞의 작은 슬리퍼에도 한국인이 무엇을 먹고, 어떻게 쉬며, 집 안의 청결과 편리함을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