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 나이로비증권거래소서 USDT 정산 시험…규제 승인은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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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더-나이로비증권거래소, USDT 정산 MoU 체결
264억달러 케냐 증시에 토큰화 실험…규제 승인은 미정

테더, 나이로비증권거래소서 USDT 정산 시험…규제 승인은 아직 없다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테더, 나이로비증권거래소서 USDT 정산 시험…규제 승인은 아직 없다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Tether)가 아프리카 대표 증권거래소인 나이로비증권거래소(NSE)와 손잡고 USDT를 증시 정산 수단으로 쓸 수 있는지 시험대에 올린다. 두 기관은 7월 28일(현지시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자산 토큰화, 블록체인 기반 정산 인프라, USDT 결제 활용 가능성을 공동 검토하기로 했다. 나이로비거래소는 1954년 설립된 아프리카 주요 증시로 시가총액이 약 264억 달러에 이른다. 다만 이번 합의는 구속력 없는 MoU 수준으로 실행 일정이나 예산은 공개되지 않았다. USDT를 실제 정산 레이어로 쓰려면 케냐 규제당국의 별도 승인이 필요한데, 그 절차가 시작됐는지는 양측 모두 확인하지 않았다.

MoU에 담긴 네 가지 축과 하드론(Hadron)

이번 MoU는 토큰화 증권 발행, 블록체인 기반 시장 인프라, 즉시 정산 메커니즘, 디지털자산 교육 등 네 가지 영역을 다룬다. 테더의 실물자산 토큰화 플랫폼 하드론(Hadron)이 토큰화 증권 발행·거래 후보로 명시됐다. 케냐 현지 투자자는 물론 해외 거주 케냐인(디아스포라) 투자자를 겨냥해 분할 소유 방식의 증권 거래도 시험할 계획이다. 케냐 규제 환경에 맞춘 자금세탁방지(AML)·고객확인(KYC) 온보딩 절차 마련도 함께 추진한다.

테더 최고경영자(CEO) 파올로 아르도이노(Paolo Ardoino)는 “디지털자산의 활용 사례는 암호화폐를 넘어 실생활 응용, 궁극적으로는 국경 간 기관금융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업무 효율을 높이고 투명하고 책임 있는 지속가능한 프로세스를 구현하면서도 데이터와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나이로비거래소 최고경영자 프랭크 므위티(Frank Mwiti)는 “테더와의 협력을 통해 시장 인프라를 현대화하고 운영 효율을 높이며 투자자 접근성을 넓힐 수 있는 혁신 기술을 검토하고 있다”며 “동시에 시장 건전성과 규제 준수의 최고 기준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이로비거래소는 이번 협력을 2025~2029년 전략계획의 일환으로 소개했다. 거래소는 앞서 2024년에도 상장지수상품(ETP) 발행사 밸러(Valour Inc.)와 소브파이(Sovfi Inc.)와 디지털자산 ETP 발행·거래를 위한 MoU를 맺은 바 있다.

왜 지금 케냐 증시인가—성장은 하는데 폭이 좁다 / AI 생성 이미지
왜 지금 케냐 증시인가—성장은 하는데 폭이 좁다 / AI 생성 이미지

왜 지금 케냐 증시인가—성장은 하는데 폭이 좁다

나이로비거래소를 둘러싼 최근 흐름을 보면 성장세는 뚜렷하지만 특정 종목에 쏠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케냐 매체 비즈니스 데일리(Business Daily)에 따르면 나이로비거래소 시가총액은 6월 30일 기준 케냐실링(Sh) 3조 7,600억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6년 상반기 동안 투자자 자산이 8,172억 실링 늘어난 결과다. 케냐 매체 더 스타(The Star)는 7월 3일로 끝난 주간 기준 시가총액을 3조 8,000억 실링으로 집계했다. 환율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3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문제는 거래가 특정 종목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케냐 매체 케냐 월스트리트(Kenyan Wall Street)에 따르면 주간 주식 거래량은 6월 마지막 주 70억 실링에서 2,150억 실링으로 급증했는데, 통신사 사파리콤(Safaricom)의 대량 블록거래 한 건이 이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비즈니스 데일리는 은행주와 사파리콤 두 축이 올해 상반기 나이로비거래소 가치 상승분의 71%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폭은 좁다는 뜻이다. 토큰화를 통한 분할 소유와 즉시 정산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액 투자자나 해외 거주 케냐인도 기존 시장 진입 장벽을 거치지 않고 상장 증권에 접근할 수 있다는 논리다.

테더의 노림수와 발목 잡는 규제 리스크

테더 입장에서 이번 MoU는 암호화폐 거래용 인프라 제공자에서 벗어나 국가 단위 시장 인프라 사업자로 발을 넓히려는 시도로 읽힌다. USDT는 시가총액 약 1,840억 달러로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규모는 크지만 그 자체가 신뢰를 보증하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따라붙는다.

유럽에서는 이미 USDT가 미카(MiCA, 유럽 암호자산시장 규제) 아래 규제 밖으로 밀려난 사례가 있다. 코인베이스(Coinbase)는 2024년 12월부터 유럽 소매 고객에게 USDT 등 미카 미준수 스테이블코인 서비스를 제한했다고 밝혔다. 비트스탬프(Bitstamp)는 2025년 USDT 거래를 중단하고 남은 잔고를 다른 자산으로 전환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오케이엑스(OKX)도 테더가 EU 인가를 받지 못해 자사의 미카 인가 플랫폼에서 USDT를 거래할 수 없다고 유럽 이용자들에게 공지했다.

미국 쪽 상황은 다르지만 간단하지 않다. 지니어스법(GENIUS Act)이 2025년 7월 18일(현지시각) 공법 119-27호로 발효되며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연방 차원 규제 체계가 마련됐다. 로이터(Reuters)와 테더 자체 발표에 따르면 테더는 엘살바도르에서 디지털자산서비스제공자 라이선스를 취득한 뒤 그룹 본사를 이곳으로 이전했다. 자산 구성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코인데스크(CoinDesk)는 5월 유니온 인베스트먼트(Union Investment)의 토큰화·디지털자산 부문장 크리스토프 호크(Christoph Hock)가 런던 디지털머니서밋에서 금과 비트코인 비중이 큰 스테이블코인은 준비자산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자산 가치가 항상 원하는 방향으로만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취지다. 테더는 완전한 감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지만 아직 그 감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아직 열리지 않은 정산 레이어, 남은 과제

MoU 문구 자체가 신중하다. USDT를 정산 레이어로 쓰는 방안은 케냐 법규가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만 검토한다는 전제가 달려 있다. 케냐 자본시장청이나 중앙은행 등 어느 규제기관과 사전 협의가 있었는지는 양측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 실행 일정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토큰화된 실물자산(RWA) 시장 전체로 보면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 온체인 가치는 약 368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RWA.xyz 집계). 별도로 집계되는 스테이블코인 규모는 약 2,980억 달러이며 이 중 USDT가 1,840억 달러가량을 차지한다. 나이로비거래소와의 협력이 실제 정산 인프라로 이어질지는 케냐 규제당국의 판단에 달려 있다. 지금 단계에서는 두 기관이 방향성에 합의했다는 선언적 의미가 크고, 실제 파일럿이 승인될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