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멕스, 파생상품 35개 조기 정산 마무리…BMEX 90%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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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멕스, 9월 폐업 앞두고 파생상품 35개 조기 정산…BMEX 90%대 급락
11년 역사 거래소, 8월 26일부터 포지션 축소만 허용 후 완전 폐쇄

가상자산 파생상품 거래소 비트멕스(BitMEX)가 오는 9월 폐업을 예고한 가운데 7월 30일(현지시각) 35개 파생상품 계약을 한꺼번에 조기 정산했다. 남은 포지션을 모두 정리하고 미체결 주문을 취소하는 절차로, 지난 7월 22일(현지시각) 공지에서 예고한 조기 정산이 이날 마무리됐다. 비트멕스는 이번 상장폐지가 거래 관심 부족과 예정된 거래소 폐쇄 때문이라고 밝혔다. 마진 청산이 아니라 조기 정산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11년간 해킹으로 인한 자금 손실이 전혀 없었다고 자부해온 거래소가 이제 문을 닫는 마지막 정리 절차에 들어간 셈이다.
35개 계약, 어떻게 한꺼번에 정산됐나
비트멕스의 정산 기록을 보면 33개 계약이 협정세계시(UTC) 12시 00분 05초에 거의 동시에 종료됐다. 이어 EURUSD와 USDCHF가 각각 12시 32분 25초, 12시 33분 25초에 뒤따라 정산됐다. AAVEUSDT, APEUSDT, AVAXUSDT, DOTUSDT, LINKUSDT, SHIBUSDT, UNIUSDT, ZECUSDT 등 주요 가상자산 페어부터 GOOGLUSDT·MSFTUSDT·TSLAUSDT·NVDAUSDT 같은 미국 주식 연계 상품, EURUSD·GBPUSD·USDJPY 등 외환 상품, 심지어 원유·천연가스·백금 관련 상품까지 다양한 자산군이 정산 대상에 포함됐다.
정산 방식도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해당 계약들은 UTC 기준 오전 4시까지 평소처럼 거래됐고, 이 시점에 비트멕스는 직전 8시간 가격을 기준으로 최종 펀딩비율인 ‘F0’를 확정했다. 이후 새 펀딩비율 계산을 멈추고 다음 펀딩비율을 0으로 고정했다. 다만 이 시점이 거래 종료는 아니었고, 실제 거래는 낮 12시에 끝났다. 비트멕스는 정산 수수료를 받지 않았고 계약별 누적 손익은 이용자의 비트코인 또는 테더 잔액에 그대로 반영됐다. 정산이 끝난 계약은 포지션 목록에서 사라졌다.

9월 23일 완전 폐쇄까지 남은 절차
비트멕스는 지난 7월 23일(현지시각) 공지를 통해 신규 회원 가입을 즉시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후 8월 26일 UTC 기준 오전 4시부터는 이용자가 기존 포지션을 줄이는 것만 가능하고 새 거래는 열리지 않는다. 거래소는 이 기간 필요하면 포지션을 강제로 정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서비스는 UTC 기준 9월 23일 오전 4시, 즉 2026년 9월 23일에 완전히 종료된다. 이때까지 정리되지 않은 포지션은 강제로 청산되며, 이용자는 폐쇄 후에도 잔액 확인과 인출은 계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인출을 미루는 이용자들에게 부과되는 벌칙성 수수료다. 신원 확인(KYC)을 마친 이용자가 폐쇄 이후에도 자산을 플랫폼에 남겨두면 매달 계정 수수료가 청구된다. 금액은 50달러 상당 또는 잔액의 연 1% 중 더 큰 쪽으로 정해진다. 비트멕스는 이와 별개로 폐쇄 소식을 노린 피싱 시도에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신속 인출 서비스는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인출에 추가 심사 절차를 적용할 계획이라 비트코인처럼 확인 시간이 긴 블록체인의 경우 처리가 늦어질 수 있다고 안내했다. 스테이킹돼 있던 BMEX 토큰도 모두 언스테이킹돼 보유자 계정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
11년 역사와 남긴 그림자
비트멕스를 소유하고 운영해온 HDR글로벌트레이딩(HDR Global Trading Limited) 이사회는 사업과 가상자산 산업 전반에 대한 전략적 검토 끝에 폐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비트멕스가 2014년 출범했을 때 우리의 목표는 모두에게 전문가급 가상자산 파생상품 접근권을 제공하는 것이었다”며 “비트멕스는 가상자산 업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상품인 100배 레버리지 무기한 스와프(perpetual swap)를 발명했다”고 회고했다. 거래소는 운영 기간 내내 해킹으로 인한 자금 손실이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비트멕스의 역사에는 법적 리스크도 함께 존재했다. 2022년 비트멕스와 공동창업자인 아서 헤이스(Arthur Hayes), 벤 델로(Ben Delo), 새뮤얼 리드(Samuel Reed)는 자금세탁방지(AML) 프로그램을 유지하지 못해 은행비밀법(Bank Secrecy Act)을 위반한 혐의를 인정했고,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총 3,000만 달러의 벌금을 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3월 세 창업자를 모두 사면해 관련 유죄 판결을 무효화했다. 거래소 자체 셧다운 발표는 그로부터 약 1년 뒤에 나왔다.
폐쇄 발표는 비트멕스 자체 토큰 BMEX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발표 직후 BMEX 가격은 90% 넘게 급락했고 스톡트윗츠(Stocktwits)에 따르면 시가총액은 약 49만7,000달러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트레이딩뷰(TradingView) 차트 기준으로는 BMEX/USDT가 2시간 차트에서 0.0058달러 근방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마트(BitMart)도 9년 만에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종료하기로 했고, 같은 주 거래소 던고(Dango)의 폐쇄 소식까지 겹치면서 업계 전반의 위축 우려가 커진 상태였다.
탈중앙 파생상품 거래소가 밀어올린 변화
비트멕스의 폐쇄는 탈중앙화 무기한 스와프 거래소가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는 흐름과 겹쳐 있다. 코인게코(CoinGecko)의 크립토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중앙화 거래소(CEX)의 무기한 스와프 거래량은 전 분기 대비 10% 줄어든 12조7,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탈중앙화 거래소(DEX)는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를 중심으로 계속 세를 넓혀, 전체 미결제약정(open interest) 중 탈중앙 무기한 스와프 거래소의 비중이 13.5%까지 올라갔다.
흥미로운 점은 비트멕스 공동창업자 아서 헤이스가 하이퍼리퀴드의 토큰 HYPE와 얽힌 개인적 행보다. 헤이스는 지난 5월 HYPE, 지캐시(Zcash·ZEC), 니어 프로토콜(Near Protocol·NEAR)을 가상자산의 ‘삼위일체’라고 부른 바 있다. 그러나 한 달 뒤 그는 자신이 보유하던 HYPE와 NEAR 포지션을 전부 처분했다. 자신이 만든 거래소가 문을 닫는 사이, 그가 주목했던 경쟁 플랫폼 토큰에 대한 태도 역시 변화를 겪은 셈이다. 비트멕스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던 중앙화 파생상품 거래소 시대가 저물면서, 앞으로 파생상품 거래의 무게중심이 어디로 옮겨갈지 업계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