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미군 무인기 ‘적기’ 오인…격추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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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훈련 참가 무인기 ‘적기’로 오인해 방공태세 ‘두루미’ 발령
비행계획 공유 놓고 한미 설명 엇갈려…접경지역 주민 대피 소동
한미 연합훈련에 투입된 미군 무인기를 우리 군이 적 무인기로 오인해 격추 직전까지 대응 태세를 높이는 일이 벌어졌다.

군 당국에 따르면 우리 군은 30일 오후 경기 북부 일반전초(GOP) 이남 지역에서 미확인 무인기를 포착한 뒤 적 무인기 대응 작전수행체계인 ‘두루미’를 발령하고 격추 상황까지 대비했다고 연합뉴스가 이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비행체는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인 KMEP에 참가한 미 해병대 소속 고정익 정찰 무인기였다. 미 해병대는 이날 경기 파주 전방 지역에서 훈련을 진행하며 무인기를 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군 전방 부대는 열상감시장비(TOD)와 레이더 등 감시장비를 통해 해당 무인기를 처음 식별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무인기가 아군 전력인지 북한 측 무인기인지 즉시 확인되지 않았다.
군 당국은 접경지역에서 포착된 미확인 비행체를 실제 공중 위협으로 판단하고 추적 감시에 들어갔다. 무인기의 소속과 비행 목적을 파악할 정보가 현장 부대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휴전선과 접경지역 일대에서 군용 무인기를 운용하려면 육군지상작전사령부나 공군작전사령부 등 관계 기관에 비행계획을 사전에 통보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비행시간과 경로를 비롯해 기종과 고도 등 식별에 필요한 정보도 관련 부대에 공유해야 한다.
우리 군은 이번 미군 무인기의 비행계획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으며 정상적인 승인 절차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관련 정보가 전방 감시부대와 방공부대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서 연합훈련에 투입된 무인기가 적성 비행체로 간주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육군지상작전사령부는 해당 비행체를 공중 위협으로 판단하고 적 무인기 대응 작전수행체계인 ‘두루미’를 발령했다. 두루미는 북한 무인기 침투 상황에 대비해 감시와 방공 태세를 일제히 끌어올리는 대응 체계다.
두루미가 발령되면 방공포를 비롯한 인근 방공 전력이 투입된다. 상황에 따라 실제 격추 작전까지 수행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게 된다.
군은 해당 무인기가 적기로 판명될 경우에 대비해 격추 가능성까지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 소속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거나 현장 판단이 달라졌다면 연합훈련에 투입된 미군 전력을 한국군이 공격하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다.
군 당국은 무인기를 계속 추적하면서 기체 형태와 비행경로를 분석했다. 추적 과정에서 해당 무인기의 형태와 움직임이 북한 무인기의 일반적인 특성과 다르다고 판단했다.
군은 이후 무인기의 착륙 지점까지 추적했다. 그 결과 해당 비행체가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한 미 해병대 소속 정찰 무인기라는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 군은 무인기의 신원이 확인된 뒤 대응 상황을 종료했다.
비행계획 공유 여부 놓고 한미 설명 엇갈려

무인기 비행계획이 사전에 공유됐는지를 두고 한미 군 당국의 설명은 엇갈리고 있다. 주한미군은 해당 무인기의 비행계획을 한국군에 미리 공유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우리 군은 관련 비행계획을 승인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작전 현장에도 무인기 운용과 관련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주한미군은 해당 비행체가 미군 자산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이번 일이 미 해병대와 한국 해병대 제1사단의 연합훈련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주한미군은 이번 일을 ‘사고’로 표현했다. 미 해병대가 사건 경위를 평가하고 있으며 한국 해병대와 관계 지역 당국에 지속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미군 측이 비행계획을 어느 기관에 어떤 방식으로 전달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관련 계획이 한국군에 접수된 뒤 내부 전파 과정에서 누락됐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미 해병대 무인기가 사전에 계획한 비행경로를 벗어났을 가능성도 확인 대상이다. 계획과 다른 시간대나 구역에서 비행했는지도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두고 한미 연합훈련에 투입되는 항공 전력과 무인기 운용 정보의 공유 체계에 허점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접경지역은 북한 무인기 침투 가능성에 대비해 높은 수준의 감시와 방공 태세를 유지하는 곳이다.
사전에 식별 정보가 공유되지 않으면 연합군 무인기라도 적성 비행체로 간주될 수 있다. 비행계획이 상급 부대에 전달됐더라도 실제 감시와 대응을 담당하는 현장 부대까지 정보가 도달하지 않았다면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접경지역에서는 주민 대피 소동도 벌어졌다. 이날 오후 2시 30분께 민간인출입통제선 인근 마을 이장들에게 무인기가 식별됐다는 내용의 안내 문자가 발송됐다.
문자에는 민북 지역에 있는 주민들이 인근 대피호로 이동하거나 통제 구역 밖으로 빠져나가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북한 무인기가 침투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대피를 준비하거나 군 당국에 상황을 문의했다.
강원 철원 지역 일부 마을 이장들에게도 ‘실제 상황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문자가 전달됐다. 문자에는 철원 지역에서 무인기가 식별됐다며 민북 지역에 있는 사람들은 긴급히 인근 대피호나 통제소 밖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안내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이 해당 비행체가 북한 무인기가 아닌 미 해병대 소속 무인기라고 확인한 것은 최초 식별 이후 약 1시간이 지난 뒤였다. 합동참모본부는 주민 대피 문자 발송 과정과 안내가 이뤄진 경위도 확인하고 있다.
군 당국은 미 해병대 무인기의 비행계획 통보부터 승인과 현장 전파까지 전 과정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사실관계가 정리되는 대로 관련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