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문자 속 ‘정 선배’ 누구길래…정몽규, 머뭇거리다 내놓은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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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근 의원 “더 잘 배려해 드려야 하는데 송구” 문자 논란
정진석 전 실장 거론되자 즉답 피해…“고대 동문·학번 선배”

대한축구협회 청문회 도중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청문위원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문자에 등장한 ‘정 선배’가 누구인지를 두고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졌고 정 전 회장이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아니냐는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피하면서 이른바 ‘고대 카르텔’ 의혹까지 제기됐다.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뉴스1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뉴스1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에는 정 전 회장과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청문회에서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드러난 대표팀 운영 문제와 감독 선임 과정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여야 의원들은 대한축구협회의 의사 결정 구조와 행정 운영이 불투명했다며 정 전 회장과 홍 전 감독을 상대로 질의를 이어갔다.

논란은 청문회가 진행되던 중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과 정 전 회장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시작됐다.

윤 의원은 정 전 회장에게 “회장님, 국민의힘 윤용근 의원입니다. 어제 정 선배님한테 연락받았습니다. 더 잘 배려해 드려야 하는데… 송구합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정 전 회장은 약 5분 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자리 말고 다른 자리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정몽규 드림”이라고 답했다.

청문위원이 증인에게 ‘더 잘 배려해 드려야 하는데 송구하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자 청문회장에서는 부적절한 소통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정 문체위원장은 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위원들에게 접촉하거나 인맥을 통해 도움을 요청한 사실이 있는지 정 전 회장에게 따져 물었다.

이 위원장은 “위원들에게 직접 연락이 안 돼 여러 루트로 미리 선을 대려고 한 것인가”라며 “문자에 나오는 정 선배라는 사람은 누구이기에 국회 한가운데에서 네트워크를 발휘하느냐”고 지적했다.

정 전 회장은 청문회를 앞두고 어떤 질문이 나올지 알아보고 답변을 준비하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청문회와 관련해 특별한 부탁이나 편의를 요청한 사실은 없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공개된 문자에 대해서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부적절한 내용이었다며 사과했다. 다만 문자에 등장한 ‘정 선배’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사생활과 관련된 문제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 위원장이 해당 인물의 직업과 현재 상황을 묻자 정 전 회장은 “현재 놀고 계신 분”이라고만 답했다.

“정진석 전 실장 맞나”…답변 피한 정몽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날 오전 대한축구협회 청문회 증인으로 참석한 정몽규 전 회장과 주고받은 문자 메세지를 확인하고 있다. 윤 의원은 본회의와 별개로 열린 문체위의 축구협회 청문회에도 청문위원으로 참여했다. / 서울신문 제공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날 오전 대한축구협회 청문회 증인으로 참석한 정몽규 전 회장과 주고받은 문자 메세지를 확인하고 있다. 윤 의원은 본회의와 별개로 열린 문체위의 축구협회 청문회에도 청문위원으로 참여했다. / 서울신문 제공

문자 속 ‘정 선배’의 신원을 둘러싼 추궁은 이후 증인 심문에서도 계속됐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 전 회장에게 문자에 등장한 인물이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맞느냐고 직접 물었다.

정 전 회장은 잠시 답변을 망설인 뒤 “프라이버시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여기서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답했다.

노 의원이 “정 전 실장이 아닌가. 아니면 말하지 못하는 것인가”라고 재차 묻자 정 전 회장은 “말씀 못 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노 의원은 정 전 회장과 정 전 실장이 고려대 동문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정 전 회장은 처음에는 당황한 듯 되물은 뒤 “동문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정 전 회장은 이어 정 전 실장이 학번으로는 선배라고 설명했다. 다만 평소에는 정 전 실장을 자주 만날 일이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정 전 실장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79학번이며 정 전 회장은 같은 대학 경영학과 80학번이다. 두 사람은 고려대 동문으로 정 전 실장이 한 학번 선배다.

노 의원은 평소 자주 만나지 않는 사이인데 청문회를 앞두고 연락이 이뤄졌다면 오히려 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실장이 윤 의원과 정 전 회장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노 의원은 “평소 보지 않는 사이라면 더 문제”라며 “이러니 고대 카르텔이라는 이야기가 안 나올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 전 회장은 정 전 실장이 맞는지를 끝까지 직접 확인하지 않았다. 다만 정 전 실장이 아니냐는 질문을 명확히 부인하지 않은 채 고려대 동문이자 학번 선배라는 사실은 인정했다.

윤 의원은 문자와 청문회 질의는 별개의 문제라고 해명했다. 그는 오전 질의를 마친 뒤 정 전 회장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데도 배려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문자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사적인 관계와 공적인 청문회 활동은 구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윤 의원은 오후 청문회에서도 준비한 질의를 그대로 진행했다며 문자로 인해 질문 수위가 낮아지거나 청문회가 부실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현재 공개된 청문회 발언만으로 문자 속 ‘정 선배’가 정 전 실장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정 전 회장이 정 전 실장이 아니냐는 질문을 부인하지 않고 동문 관계와 학번 차이를 인정하면서 정치권에서는 문자 속 인물이 정 전 실장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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